「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지금의 의료 서비스가 계속되리라 믿는 당신에게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의료 정책에 관심과 우려가 쏠리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의료 정책에 관심과 우려가 쏠리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여느 선진국보다도 훨씬 빠른 추세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의료 정책에 관심과 우려가 쏠리는 건 당연하다. 아직은 겨우겨우 돌아가고 있지만, 지금의 장년층이 의료 서비스 주요 이용 계층인 ‘노인’이 될 때쯤엔 인구구조 자체가 지금과는 판이해질 게 자명해서다. 생산가능인구보다 노령인구가 더 많아지는 역삼각형 구조가 자리 잡으면, 현재와 같은 의료 서비스 이용으론 어려울 거란 우려가 전반적이다.

「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는 약사 출신 작가가 쓴 ‘한국 의료 정책 분석서’다. 간호사 태움(선배를 위해 영혼까지 태운다는 의미), 기피과, 진료보조인력(PA), 환자의 병원선택권, 지방의료의 몰락, 오래된 의료계 vs 정부의 갈등 등 우리가 미디어로만 단편적으로 접했던 사건과 문제의식들을 탄탄한 통계자료와 분석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는 “그간 국내 의료 정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자신만의 해법을 상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현실 일부만을 잘라 논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 의료가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우리 모두의 ‘숙제’라는 점을 환기하고자 했다”고 집필 의도를 밝힌다. 그러면서 소규모 마을 공동체 내에 의사가 함께 거주하는 의료를 추구하자는 ‘몽상적 진보주의’와 현재 국내 의료의 근간인 건강보험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의료를 시장에 맡기자는 ‘우파적 극단주의’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병원들의 속사정과 티핑 포인트에 이른 한국 의료의 쟁점들을 총 3부로 나눠 분석한다. 1부에서는 겉보기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최첨단 종합병원의 그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태움, 기피과, 진료보조인력, 점점 짧아지는 진료와 늘어나는 검사 시간 등의 문제를 상세히 파헤친다. 

2부에서는 의료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공급자는 공급자대로 개인으로서 지극히 ‘합리적인’ 의료 선택들을 내린 결과가 초래한, 누구도 의도치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구조적으로 짚어본다. ‘세끼 약 포장’ 방식으로 대표되는 한국 약국의 생략된 복약지도, ‘골라서’ 가는 병원 선택의 권리가 변질된 ‘의료 쇼핑’, 서울의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의료인들의 지방 기피와 그에 따른 지방 의료의 위기 등을 살펴본다. 

3부에서는 한국 사회 전체의 안전 불감증을 떠받치는 비용 효율성의 문제, 그리고 ‘제대로 진료하면 적자가 나는’ 불합리한 의료 제도의 문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 기준 등을 둘러싼 ‘의료계 vs 정부’ 갈등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폭발한 의사 파업 사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려 볼 수 있는 한국 의료의 미래와 몇가지 실현 가능한 해법들도 모색한다.

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상한 나라의 의료 이야기’는 극한의 비용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의료 역시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한다. 아울러 평생 병원을 이용하며 살아왔고 노후 시기가 길어진 만큼 오랜 시간을 ‘좋으나 싫으나’ 병원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의료의 주체로서, 우리가 초고령 사회 한국 의료의 미래를 자신의 일로 사유하고 입장을 가다듬어 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세 가지 스토리 

「화폐의 추락」
스티브 포브스ㆍ네이선 루이스ㆍ엘리자베스 에임스 지음|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전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조짐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 원인으로 “정책 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닌 돈이 가치를 잃었을 때 발생하는 ‘가격의 왜곡’이라는 거다.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서 비롯된 ‘비화폐적 인플레이션’이 아닌 ‘화폐적 인플레이션’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6장에 걸쳐 화폐적 인플레이션의 역사와 해결책을 제시한다.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김소영 지음|책발전소X테라코타 펴냄   


아나운서를 관두고 ‘서점 주인’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김소영. 그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언제나 책이 말을 걸어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책과 데면데면해지고 책 속 문장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가 ‘책과의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써 내려간 ‘책 편지’를 담았다. 21권의 책을 읽고, 울림을 준 문장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다시 풀어냈다. 


「잘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제니퍼 모스 지음|심심 펴냄 


과도한 업무량, 통제력 상실, 보상과 인정 부족, 빈약한 인간관계, 공정성 결여, 가치관 불일치…. 많은 현대인이 겪는 번아웃의 근본 원인들이다. 번아웃으로 인한 효능감 저하와 무력감, 그로 인한 성과 저하는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방해한다. 이 책의 저자는 “리더는 직원의 번아웃을 예방하고, 건강하고 생산적인 직장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1500명의 리더를 인터뷰하고 실제 사례를 통해 그 방법을 소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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