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다녀왔습니다」
몸의 말을 듣고 마음이
좋아하는 일을 살핀다

저자는 요가를 통해 몸의 안부, 몸의 기척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고 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요가를 통해 몸의 안부, 몸의 기척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고 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루틴’ ‘리추얼’ 등 일상의 꾸준한 반복을 통해 삶에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MZ 세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이런 현상은 이제 남녀노소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하나의 라이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오랜 시간 글을 쓰는 작가나 창작자들에게 나만의 루틴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작은 습관 하나가 창작 욕구를 북돋워 주는 활력이 될 수 있어서다. 널리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처럼, 많은 창작자가 걷기·수영·요가·달리기 등을 습관화해 창작에 근력을 보태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 「리진」으로 한국의 소설을 세계에 알린 신경숙 소설가 역시 소설 쓰기만큼이나 오래 해온 게 있다. 마흔 즈음 ‘가지고 태어난 체력이 다해가는 것을 느껴’ 시작한 요가다. 신간 「요가 다녀왔습니다」는 15년 동안 요가를 하며 지내온 순간의 기록들을 담고 있다. 

요가만 이야기하진 않는다. 저자는 “이 책은 새삼스럽게 깨달은 불균형으로 이뤄진 나의 몸과, 여기 있는 동안 계속되기를 바라는 나의 글쓰기, 무엇보다 요가를 하면서 만난 이웃들의 기쁨과 슬픔의 순간이 담겼다”라고 소개한다.

오랜 시간 소설 쓰는 데만 매달려 온 저자에게 요가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됐다. 여행을 떠나서도 도시 근처의 요가원을 찾아 나서고, 여행 가방 안에는 항상 요가 매트가 들어 있다. 여행지 숙소에서도 매일 태양 경배 자세와 머리 서기, 호흡법 등을 빼놓지 않는다. 

 

저자는 요가를 통해 몸의 안부, 몸의 기척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고 말한다. “요가를 시작한 후 새삼 몸의 불균형을 느꼈다. 몸의 불균형은 마음으로도 이어져, 마음이 어수선할 때는 나무 자세 또한 흔들흔들해진다.” 그렇게 몸이 하는 말을 듣게 되자 일상의 면면을 섬세히 응시하게 되고 일상을 다정하게 껴안는 변화도 경험하게 됐다. 

그는 소설가의 글쓰기를 반추하고, 삶의 방향에 대한 통찰도 풀어놓는다. “요가는 한 자세를 달성하기 위한 성취보다는 다음 동작을 물 흐르듯 이어가는 행위에 가깝다. 하나의 자세는 다음 자세를 이어 부르고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숨을 멈추지 않고 계속 들이마시고 내쉬어야 한다.” 무엇이든 ‘멈추지 않고 계속해보는 것’, 그것은 삶 전반에서 우리가 취해야 하는 자세와도 닮아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요가원을 방문하는 이웃 이야기도 담겨 있다. 주 3회 아침에 모여 요가하는 이웃들은 함께 하다가도 떠나가고 또다시 새롭게 만나기도 한다. 저자는 그들과 한 공간에서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서로의 시간을 겹쳐보면서 이웃의 기쁨과 슬픔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게 됐다고 서술한다.

마지막 글에서, 저자는 소설을 써왔던 자신의 단단한 세계와 요가를 하며 몸으로 알게 된 것을 포개어본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래 멈췄던 요가원을 다시 방문하며 이렇게 말한다. “후퇴해도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을 얻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나는 알고 있다. 다시 시작해도 나는 앞으로 점점 더 요가 실력이 후퇴하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요가를 계속하기로 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뒤로 물러나는 것들이 남겨 놓을 무늬들을 끌어안기로 한다.” 

세 가지 스토리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이나다 도요시 지음|현대지성 펴냄


과거 영화는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고, 제작자가 만든 대로 시청하는 수동적인 콘텐츠였다. 지금은 다르다. OTT 등을 통해 영화를 시청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영화를 건너뛰면서 보거나 빨리 감기로 볼 수 있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 영상을 직접 편집해 짤막한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났을까. 이 책의 저자는 “콘텐츠의 공급 과잉, 시간 가성비 지상주의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잘 모르던 아이」
은이결 지음|라임 펴냄 


젊은층 사이에서 성격유형검사인 MBTI가 인기를 끌고 있다. 어디 MBTI뿐이랴. 세대를 막론하고 자아를 탐구하는 열풍은 이어져 왔다. 아마도 우리가 서로 관계맺기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관계맺기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다섯편의 단편소설을 모았다. 그들의 마음에 주파수를 맞추고, 이들의 혼란스럽고 불투명한 마음을 다정하게 끌어안는 글들이다. 

「일놀놀일」
김규림‧이승희 지음|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일놀놀일’. 일하듯이 놀고, 놀 듯이 일한다의 줄임말이다. 5년 전 한 회사에서 만나 동료이자 친구가 된 두 저자는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 듯이 일에 몰입했던 것, 그 경험 이후 두 사람은 일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일과 일상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삶의 기쁨이 더욱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이 항상 즐거울 순 없지만, 즐거워질 방법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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