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탐구
4개월 발맞춤 인터뷰 8편
김승균 가톨릭대 교수 인터뷰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은 취업이 어려운 청년과 구직난을 겪는 사회혁신 기업을 이어주는 프로젝트다. 사회혁신 기업과 청년의 일자리 미스매치를 줄이겠다는 게 취지다. 총 10명의 청년이 7개 사회혁신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번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승균 가톨릭대(사회혁신융복합전공) 교수를 만났다. 

가톨릭대학교가 구직을 원하는 청년과 사회혁신 기업을 매칭하는 ‘사회혁신 커리어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톨릭대학교가 구직을 원하는 청년과 사회혁신 기업을 매칭하는 ‘사회혁신 커리어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2년 전,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교보생명 비영리부문 공익활동지원사업을 선발하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 있어요. 사업의 취지나 방향성이 좋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대학교도 공익법인의 일환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다 이번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됐어요.”

✚ 다양한 프로그램 중 일자리 매칭을 주제로 선정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가톨릭대가 사회적경제 선도대학 사업을 2~3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이 있어요. 청년들이 사회혁신 분야에서 업무 경험을 갖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었죠. 어떻게 하면 소셜섹터 영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이런 요인이 사회혁신 커리어업 프로그램을 기획한 계기가 됐죠.”

✚ 다른 이유는 없나요.
“물론 있어요. 사회적경제 선도대학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느꼈던 한계도 큰 이유가 됐죠.”

✚ 무엇인가요.
“학교에서 사회혁신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가톨릭대 학생들이나 재학생만 수혜의 대상이 됐죠. 특히 일자리 프로젝트는 보험 문제 등 이런저런 제약이 많아요.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교보생명 비영리부문 공익활동지원사업이 이런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었어요.”


✚ 사회혁신 커리어업 프로그램과 비슷한 취업 프로그램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다른 취업 프로그램과 가장 큰 차이는 대학교 졸업 3년 이내의 청년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처음엔 졸업 1년 이내로 제한했어요. 그런데 자문을 구한 전문가들로부터 더 많은 청년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얘길 듣고, 대상을 졸업 3년 이내로 확대했어요.”

✚ 큰 차이가 있나요.
“그럼요.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 소셜섹터를 커리어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청년은 거의 없어요. 사회혁신 기업이 근무환경은 열악하지만 보상은 적다는 인식이 높아서죠. 이런 오해 또는 편견이 청년을 모집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래서 취업난을 경험한 졸업 청년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죠.”

✚ 사회혁신 기업을 향한 인식이 부족한 셈이군요.
“네. 이왕이면 이름 있는 곳이나 연봉이 높은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은 게 청년의 바람이죠. 그러다 보니 사회혁신 기업을 향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런 인식을 바꿔주고 싶었어요. 청년들이 사회혁신 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사회혁신 커리어업 프로그램이 성공한 거겠죠.”

 

✚ 프로그램에 참여할 청년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생각보다는 참여자가 많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프로그램을 신청한 청년 모두 여성이었다는 점이에요. 저희도 그 이유가 궁금해요. 소셜섹터와 여성의 참여를 연구주제로 삼아야겠다고 하신 교수님도 계세요.”

✚ 참여한 청년들은 소셜섹터를 잘 알고 있었나요.
“일반적인 수준이었어요. 10명 중 2~3명은 관심도가 높았지만 대부분은 사회혁신 분야를 잘 알지 못했죠. 사회혁신 기업이라는 것보다 인턴 기회를 보고 참여한 청년도 있었을 거예요.”


✚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회혁신 기업은 어떻게 모집했나요.
“기업이나 기관을 선발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포기했어요. 인턴기간 분쟁이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았죠. 사회적경제 선도대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알고 있던 좋은 기업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죠.” 

✚ 참여 기업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청년과 기업을 매칭할 때 신경을 많이 썼어요.”

✚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청년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서류심사는 가톨릭대에서 했어요. 그리고 청년에게 인턴 경험을 하고 싶은 기업 2~3곳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줬죠. 이후 기업에 청년들의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청년이 원한 기업과 기업이 원한 청년이 최대한 일치하도록 환경을 조성한 셈이죠. 기업이 원하는 청년을 선발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았을 거라 생각해요.”

✚ 참여 기업의 유형이 매우 다양했던 것도 특이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은 순수한 비영리 단체에서부터 주식회사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실제로 몇몇 기업은 사회적기업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죠. 하지만 기업이 하는 일이 사회적 가치를 지향한다면 사회적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글쎄요, 이견이 있을 수 있겠는데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만 봐도 알 수 있죠. 기업의 활동이지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합니다. 사회적 가치와 이윤추구 영역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거죠. 그만큼 사회적 가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의미죠.” 

✚ 하지만 채용난을 더 심하게 겪는 곳이 비영리단체 아닌가요. 
“맞아요. 저희도 같은 고민을 했어요. 예산이 한정돼 있으니, 구인난을 겪는 기업에 청년을 소개하는 게 옳지 않으냐는 거였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규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어요. 구인난을 겪는 기업의 사정을 밖에선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턴으로 참여하는 청년 입장에선 ‘안정적인 고용성’도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참여기업을 ‘획일화’하지 말자는 데 의견이 모였죠.” 


✚ 10명의 청년 중 몇명이나 장기계약이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10명의 청년 중 3명이 정규직 내지는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걸 목표로 했어요. 결과를 섣불리 장담할 수는 없지만 불가능하진 않다고 보고 있어요. 물론 청년의 생각은 다를 수 있어요. 인턴 중 정규직 전환을 원하는 청년이 100%는 아닐 거예요. 청년의 니즈와 기업의 의지가 필요한 부분이죠.”

✚ 4개월이란 인턴 기간이 짧아 보인다는 의견도 있어요.
“네 맞아요. 일반적인 인턴 프로그램은 6개월 정도예요. 반대로 학교에서 보내는 현장실습은 이보다 짧아요. 애매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주어진 예산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기간이 짧아진 거죠.” 

김승균 교수는 “일이 추구하는 가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김승균 교수는 “일이 추구하는 가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프로그램의 성과가 궁금해요. 
“성과보다는 의미가 중요할 것 같아요. 정량적인 평가는 취업률 정도가 전부예요. 그래서 인턴으로 생활한 청년의 만족도가 어떤지 살펴야 할 것 같아요. 청년들이 보낸 4개월을 기록하는 것도 이런 이유예요.” 

✚ 다음 사회혁신 커리어업 프로그램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좋은 선례를 남긴 만큼 내년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론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예요.” 

✚ 사회혁신 커리어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이 무엇을 얻어갔으면 하나요.
“사회혁신 영역에 머물게 하는 거예요. 자신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곳이 다양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사회혁신을 몸으로 느껴봤으면 싶기도 하고요. 이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으니까요. 물론 이번에 참여한 인턴들이 모두 정규직이나 장기계약직으로 채용되면 최고의 성과겠죠. 하지만 사회혁신에 참여하는 방법은 다양해요. 참여자나 기부자로 사회혁신과 함께할 수 있어요. 사회혁신 기업에 관심을 갖는 청년이 늘어나는 것이 사회혁신 커리어업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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