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따라 왜곡, 오해 많아
정부, 화물연대 공과 따져봐야
화물연대 귀족노조 주장 비약

화물연대의 파업은 끝났지만, 논란거리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화물연대의 파업은 끝났지만, 논란거리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16일째인 12월 9일 끝났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았다. 특히 안전운임제 논란을 풀어내는 건 쉽지 않은 과제란 평가가 많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견해차가 워낙 크고, 오해와 왜곡도 많다(표❶). 진영논리로 갈라선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다. 더스쿠프가 진영을 떠나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 발단 제공자 = 지난 6월 총파업 당시 정부는 화물연대 측에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일몰 폐지)과 품목 확대를 위한 논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둔 상황에서 총파업을 재개했다. 약속을 어긴 건 정부였지만, 정부는 되레 ‘법치’를 앞세웠다. 

하지만 화물연대가 짚어봐야 할 지점도 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를 동시에 요구했어야 했느냐는 점이다. 이번 파업이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물론 역대 정부가 매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화물연대로선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겠지만,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이면서 안전운임제의 효과성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선택하지 않은 건 아쉬운 면이 있다. 

■ 엇갈리는 법적 근거 = 정부는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선 화물연대를 조사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개인사업자라는 점을 들어 총파업을 ‘부당한 공동행위 또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의 위반으로 간주한 거였다.

하지만 여기엔 모순이 있다(표❷). 정부 주장대로 화물차주들이 개인사업자라면 그들의 파업에 정부가 나서는 건 옳지 않다. 영업을 강제하는 거나 마찬가지여서다.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들이 노조활동을 하는 게 정당하냐는 지적에도 모순이 있다. 노동조합법은 이미 화물차주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그들의 노조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과 공정위 조사는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 효과 논란 = 정부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안전운임제의 효과성은 정부와 화물연대가 인정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논란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추가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안전운임제가 화물차 운전자와 도로교통 안전 확보에 일부 기여했다”고 안전운임제의 효과성을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이다(표❸).

그럼에도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효과성을 완전히 부정하고, 다른 대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게 타당한 선택일지 의문이다. 

■ 화물연대 특권 논란 = 더 큰 문제는 화물연대를 힘으로 눌러 이긴 정부와 여당이 화물연대의 현실 문제를 제대로 보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화물차주들이 허가제 안에서 특권을 누린다’거나 ‘일부 차주들이 여러 대의 차를 굴리면서 면허 대여를 통해 월 수백만원의 부수입을 올린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도 오해가 있다(표❹).

화물차 운송은 원래부터 허가제였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직자가 넘쳐나자 1999년 정부가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꿔 화물운송업의 문턱을 낮췄다. 화물차가 늘어났고, 운송료는 턱없이 낮아졌다. 그게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이어졌고, 정부는 수요공급 조절을 위해 다시 허가제로 바꿨다. 화물운송업의 노동환경이 정부 정책에 따라 달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화물차주들이 허가제 안에서 보호를 받아온 건 사실이지만, ‘귀족노조’라고 몰아세우는 건 비약이다.

이처럼 화물연대 파업과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논란은 짚어봐야 할 게 많다. 정부가 이번 파업을 힘으로만 눌러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쩌면 지금이 대화의 물꼬를 트고 앙금을 터는 적기일 수도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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