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4편
최근 은행적금 이자율 크게 늘어
확신 없다면 투자상품 지양해야

노후 준비는 길게 봐야 한다. 큰 돈이 필요한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럼 50대는 노후를 준비하기엔 너무 늦은 시기일까. 늦긴 했지만 개인연금, 연금저축 등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부채가 적다면 고금리 기조로 은행상품 이자율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활용할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50대 부부를 위한 ‘노후 솔루션’을 세웠다.

50대에 노후를 준비할 때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급한 마음에 수익성만 좇다 낭패를 볼 수 있어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50대에 노후를 준비할 때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급한 마음에 수익성만 좇다 낭패를 볼 수 있어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행금리가 웬만한 투자상품 수익률도 부럽지 않은 시대가 왔다. 2022년 초반만 해도 시중은행 적금 금리는 연 2%대에 머물러 있었는데, 지금은 최고 5.0%까지 이자율을 제공하는 적금 상품이 적지 않다.

물론 주식·펀드 등 투자상품의 수익률이 여전히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건 위험요인을 동반한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자산시장이 얼어붙을 공산이 커진다. 국내외 잘나가는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재무설계를 시작하려는 이들은 투자상품보단 안전한 은행상품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한상철(가명·50)씨와 이혜영(가명·47)씨도 이제 막 재무설계의 첫걸음을 뗐다. 두 사람의 재무 목표는 외동딸(22)이 결혼했을 때 지원해줄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자가 아파트(시세 4억원)가 있고, 특별한 부채가 없어서인지 부부는 딸의 결혼자금 외의 재무 이슈엔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부부는 이제 50대에 접어들고 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은퇴 시기가 10년여 남았다는 얘기지만, 부부는 노후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준비 시점이 늦은 탓에 지금부터 노후를 대비한다 해도 남들만큼의 효율을 거두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필자는 부부에게 노후 준비에 초점을 맞춰 솔루션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려면 여윳돈이 꽤 필요하므로 부부의 가계부에서 지출을 크게 덜어내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의 상담 결과를 간략히 소개하겠다. 남편이 중견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총 650만원이다. 남편이 450만원을 벌고, 아내가 아르바이트로 150만원을 번다. 여기에 최근 취업에 성공한 딸이 월 50만원씩 용돈 겸 생활비로 지원하고 있다. 보유 자산은 예금 3800만원이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393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100만원, 금융성 상품 120만원 등 613만원이다. 월 37만원씩 잉여자금이 남는 셈이었지만 지출을 더 줄일 필요가 있었다.

2차 상담에선 지출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부부는 정기지출에서 93만원, 비정기지출 30만원 등 123만원을 아끼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잉여자금은 37만원에서 160만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이제 이 돈으로 부부를 위한 재무 솔루션을 세워보자. 먼저 자녀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의 금융성 상품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과거에 만들었던 적금(50만원·연이율 2.2%)을 해지했다. 사실상 여유자금을 16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늘린 셈이다. 그런 다음, 1년 만기 적금에 새로 가입해 월 8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과정이 조금 번거롭지만 이렇게 하면 고금리 혜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적립식 펀드에도 가입했다. 적립식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소액으로도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익을 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도중에 납입을 중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원금 손실의 우려가 있는 투자상품이고, 최근 금리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20만원씩만 납입하기로 했다.

부부는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으로 개인연금과 연금저축펀드를 선택했다. 먼저 개인연금에 총 60만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부부는 기본 납입금을 20만원으로 설정하고 40만원씩 추가로 납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하면 추가 납입한 금액에서 사업비(금융회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비용)를 떼지 않아도 된다. 사업비만큼의 원금이 보전되므로 수익성이 높아진다. 추가 납입금은 원금의 2배까지라는 점은 기억해 두는 게 좋다.

연금저축펀드엔 20만원을 납입한다. 늘 말하지만 연금저축펀드의 강점은 세금 공제다. 연 납입액의 13.2~16.5%를 공제받을 수 있다. 세액 공제 한도는 최대 400만원이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면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만 55세 이상만 가입이 가능하며 5년 이상 적립해야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중간에 해지하면 해지가산세가 붙는다는 단점도 알아두면 좋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은행에 월 30만원씩 저축하기로 했다. 돌발 상황을 위한 비상금 용도로 쓰기 위해서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사용이 간편하고 접근성이 뛰어나다. 부부끼리 이체 내역을 공유할 수 있어 의사소통에도 도움이 된다.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210만원을 딸 결혼자금(적금 80만원·적립식 펀드 20만원), 노후 준비(개인연금 60만원·연금저축펀드 20만원), 비상금 마련(인터넷은행 30만원)에 알뜰히 썼다.

필자는 부부에게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른 재무 이벤트와 다르게 노후 준비는 적게는 10년, 길게는 20~30년의 시간이 걸린다. 은퇴 후 사망하기 전까지 연금 등의 수익을 꾸준히 얻기 위해서인데, 50대에 접어든 한씨 부부는 냉정히 말해 남들보다 많이 늦었다.

그렇기에 부부는 추가 수입이 생기면 연금상품이든 예·적금 통장이든 노후 준비에 몽땅 저장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녀 뒷바라지를 계속 하느라 자신들의 미래를 소홀히 하는 실수를 범해서도 안 된다. 아무쪼록 부부가 재무 솔루션을 성실히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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