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➍
인터뷰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

가상자산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루나 사태가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 등이 줄줄이 터졌다. 이 때문인지 관련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소송전에 나서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상자산에 적용할 법적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더스쿠프가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문제점을 물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가상화폐 투자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하루빨리 관련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시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가상화폐 투자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하루빨리 관련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시스]

✚ 금융소비자연맹에선 2018년부터 가상자산 관련 피해구제 신청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2018년 가상화폐 투자붐이 일면서 많은 이가 투자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투자자 수가 급증하면서 그에 따른 피해도 함께 늘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암호화폐 거래 피해 소비자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 피해구제 신청을 받는 사건 중 소송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는가.
“아직 없다. 지금은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피해자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소송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소송을 진행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 발생한 ‘위믹스 사태’처럼 피해자가 다수일 경우에는 가능하지만 이런 사례는 많지 않다. 집단소송을 진행하려고 해도 투자자가 입은 피해도 천차만별이어서 피해자를 모으는 게 어렵다. 게다가 거래소나 발행사의 위법 행위를 파악해야 하는데, 제한적인 자료로는 이를 검토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가상자산 투자 피해자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가상자산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입은 투자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숱하다. 실제로 피해자 중엔 투자시장을 잘 아는 이들도 많다. 그 때문인지 ‘코인사기’를 당하고도 ‘제 탓’을 하면서 소송을 걸지 않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주식시장처럼 관련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피해가 발생해도 소송을 진행하기 어려운 이유는 차고 넘친다.” 

✚ 관련법이 아직도 만들어지지 않았나. 
“그렇다. 투자자를 보호할 법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가상화폐가 아직도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건데, 그 때문인지 투기조장이나 불법거래 등이 무분별하게 벌어진다.”
가상자산시장의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고, 사업자가 지켜야 할 규제를 담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 이른바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지난 11월 1일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기국회 회기가 지난 9일 끝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법이 언제 다시 논의될지는 알 수 없다. 

✚ 관련법이 없긴 하지만, 소송은 끊이지 않고 있지 않나. 
“형법상 사기죄는 물을 수 있다. 가상화폐 사건이 대부분 사기인 경우가 많아서 사기죄로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보호법이나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과 같은 규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 가상화폐 거래소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가장 시급한 게 가상자산 거래소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투자자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인지 실제로 관련 사업이 이뤄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코인을 상장하고, 거래하는 거래소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하지만 거래소는 코인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상장폐지하겠다’면서 발을 뺀다. 투자자로선 손쓸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 

✚ 당연히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곳도 규제해야 할 것 같다. 
“당연하다. 가상화폐 발행사를 규제할 장치가 없다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증권이 상장하려면 여러 단계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코인엔 그런 절차가 없다. ‘○○코인이 좋다’ ‘사업성이 높다’는 소문이 나돌면 투자붐이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출렁일 수밖에 없다. 상장 직후 급등했다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코인이 적지 않은 이유다. 이 역시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 결국 투자자만 손해를 보는 셈이다.
 “코인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투자자는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거래소와 발행사의 불법행위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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