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➌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 2편
증권성 여부 판단해야 할 시점
선의의 피해자 눈물 이젠 막아야

미국에서 ‘증권형’ 가상화폐는 증권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미국 시장에서 거래 중인 가상화폐가 ‘증권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으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증권법 등을 어긴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엔 증권성 여부를 판단할 기준도, 증권성이 함유된 가상화폐를 규제할 법망도 없다는 점이다. 위믹스 사태가 남긴 과제 2편, ‘증권성 논란’을 살펴보자.

위믹스의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지원 종료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위믹스의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지원 종료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는 1편에서 ‘위믹스 사태가 남긴 중대한 과제를 살펴봤다. 법적 제도적 기준도 없는 가상자산 시장의 현주소,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가상화폐 투자자의 자화상을 들여다봤다.  이번엔 좀 더 예민한 이슈를 살펴보자. 위믹스 사태에 숨겨진 증권성 논란이다.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위믹스가 증권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매각해 무엇을 했는지를 살펴보면 증권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위믹스는 지난 2월 발표한 ‘위믹스 분기 보고서 FY2021 Q4’를 통해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억800만개의 위믹스를 처분해 2271억원을 현금화했다고 밝혔다. 이중 1367억원을 게임 제작사 선데이토즈를 인수하는 데 썼다. 위믹스를 자본조달처로 사용했다는 거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상장법인이 공시 등의 규제 없이 가상자산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가상자산 매각 대금을 매출에 포함해 배당금을 늘린 것은 문제로 제기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관련법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은 것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기훈 홍익대(경영학) 교수도 위메이드의 위믹스 매각을 자본조달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판매한 금액으로 게임사를 사들였다. 이는 명백한 자본조달이다. 위믹스의 증권성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거다. 이는 허가를 받거나 등록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유사수신행위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를 위믹스의 증권성 논란으로만 국한할 수는 없다. 1편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엔 아직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가상자산을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가상자산을 규제하고 관리할 관련법도 없다. 가상자산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가상자산의 상장(거래지원)은 물론 상장폐지(거래지원 종료)까지 거래소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위믹스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수 있었다는 거다. 실제로 시장에선 거래소의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책임론이 일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가상거래소 책임론 =  이 논란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위믹스의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한 고팍스‧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는 법정 규제 기관이 아니다.

국내 거대 거래소가 만든 자율규제 기관이다. 문제는 닥사의 결정에 발행사가 손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닥사가 다수결로 가상자산의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하면 발행사는 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디지털금융) 교수는 “위믹스도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을 것”이라며 “위믹스보다 투명성이 더 낮은 가상자산도 거래소에 등록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발행사의 말만 믿고 거래소에 등록했다가 문제가 되니 모든 걸 발행사에 뒤집어씌우는 꼴”이라며 “거래소가 코인을 등록하기 전에 철저하게 검증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거래지원 종료가 되레 투자자의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수용 서강대(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통화량이 맞지 않는 부분은 위메이드와의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닥사는 위믹스의 거래지원을 종료하고도 유통량이 맞지 않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도 설명도 없다.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논란이 있기 전에는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되레 거래지원이 종료되면서 나타난 가격 폭락으로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어떤 것이 투자자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인지 의문이다.”

■ 투자자와 손실 = 숱한 논란이 있지만 결국,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투자자라는 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위믹스 가격과 위메이드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관련 소송에 나선다고 하지만 결과를 장담하긴 힘들다. 투자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가상자산 시장의 폐해로 늘어난 소송이 변호사나 법무법인의 배만 불린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가상자산 사기 소송은 피해금액의 3% 안팎에서 착수금이 결정된다”며 “가상자산 관련 사건이 증가하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혼탁한 가상자산 시장과 이를 보여준 위믹스 사태, 그리고 소송의 증가 현상은 결국 가상자산 시장을 관리할 규제가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게 만든다. 가상자산의 증권성이 명확하게 구분되고, 관련법이 제정돼 있다면 이런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 옹호론을 펼치는 사람이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든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기훈 교수는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가상자산을 전수조사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증권성이 있는 코인과 그렇지 않은 코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성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통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필요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가상자산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관리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가상자산 시장을 관리하면 탈중앙화라는 기본 가치가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의 특성과 시장을 관리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코인 공개의 규정을 만들고, 시장에서 생긴 문제를 관리하는 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맞다”고 조언했다.

루나 사태·가상자산 거래소 에프티엑스(FTX) 파산·위믹스 사태까지 가상자산 시장에선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계속해서 터지고 있다. 그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언제나 투자자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규제는 필요하다. 위기에 처한 가상자산 시장을 살리는 길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위믹스 사태와 같은 일은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김승주 고려대(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의 핵심은 기술의 우수성에 있다”며 “비즈니스 모델과 전문용어를 남발한다고 기술이 우수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없으니 그럴듯한 선전으로 포장하는 것”이라며 “그런 가상자산에는 거품이 끼고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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