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스타트업 대표들 상대로 멘토링  
기업 매력적이게 하는 마케팅 등 전수 
2018년 물컵 갑질로 기업 가치 훼손해  
재발대책 없이 복귀 후 초고속 승진  
“누가 누굴 가르치느냐” 비판 봇물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한진 제공]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한진 제공]

조현민(에밀리 리 조·39) ㈜한진 미래성장전략·마케팅 총괄사장이 지난 16일 몇몇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마케팅과 경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주최한 스타트업 멘토링 프로그램 ‘오피스아워’에 참가해서다.[※참고: 디캠프는 우리나라 19개 금융기관이 공동 출연해 설립한 ‘국가 대표 창업 지원 기관’이라고 자신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조 사장의 행보를 두고 일부에선 “누가 누굴 가르친다는 거냐” “총수 일가가 아니라면 그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을 텐데 노하우라고 할 게 있느냐”는 등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 

한진칼의 물류 자회사인 ㈜한진 측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 사장이 ‘기업을 매력적이게 하는 마케팅, 그리고 변화와 혁신의 신사업’을 주제로 스타트업 대표들과 소통했다”면서 “그동안의 마케팅과 경영 노하우를 발휘한 대표 사례들을 소개하고, 스타트업 대표들의 고민과 발전 방향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조 사장은 최근 제시한 로지테인먼트라는 개념을 통해 물류 마케팅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한진의 변화와 더불어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조언과 노하우를 제공했다”면서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과의 상생과 동반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ESG 경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사실 조 사장의 행보는 그 자체만 보면 문제 될 일은 아니다. 최근 대기업 총수 일가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경영 노하우를 알려주는 건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따져볼 점은 조 사장이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기업을 매력적이게 하는 마케팅’ 등을 조언할 만한 인물이며, 이를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홍보할 일이냐는 거다.

조 사장은 2018년 4월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기업을 매력적이게 만들기는커녕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조 사장은 고작 1년 2개월 만인 2019년 6월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하더니, 2020년 12월 부사장, 2022년 1월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를 두고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조현민의 복귀는 공론화 과정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면서 “각종 비위행위로 기업 가치와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음에도 거버넌스 개선이나 재발 방지 대책도 없이 지배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주요 임원으로 복귀하는 건 기업 가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도 대기업 총수 일가라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경영에 복귀한 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조 사장은 과연 스타트업의 멘토로 적절할까.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한 한진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진 측은 “공식 입장을 낼 만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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