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사 취조단➌ 횡재세 1편
세계 각국에 부는 횡재세 부과 열풍
尹 정부 심도 있게 논의했는지 의문

횡재세는 단순히 이익을 많이 낸 기업에 물리는 세금이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횡재세는 단순히 이익을 많이 낸 기업에 물리는 세금이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다양한 국가들이 횡재세를 도입했다. 외부 요인이나 독점적 지위를 통해 정상이익의 범위를 넘어선 초과이익을 얻은 기업에 추가로 세금을 매긴 거다. 국내에서도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 하지만 제대로 논의가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영현 군산대(영어영문학) 학생이 ‘횡재세 논쟁과 정유사의 항변, 그 항변의 반박(더스쿠프 통권 514호)’ 기사를 기초로 횡재세를 두편에 걸쳐 곱씹어봤다. 그 첫번째 편이다.[※참고: 이 기사는 대학생과 더스쿠프, 온라인 북 제작업체 북팟이 기사의 가치를 같이 만들어가는 ‘대학생 기사취조단’ 세번째 편이다.] 

전세계에 ‘횡재세’ 도입 광풍이 불고 있다. 영국은 지난 5월 전기ㆍ가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1년간 수익의 25%만큼 세금을 더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BP와 셸 등 에너지 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그 성과가 기술 혁신이 아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반사 이익이라고 보고 횡재세를 부과한 거다. 

같은 시기 헝가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기업뿐만 아니라 보험사, 항공사, 유통사, 통신사, 제약사 등에 추가 세금을 걷기로 했다. 부과 규모는 총 8000억 포린트(약 3조원)로, 이 재원은 에너지 요금 안정과 국방비에 쓰기로 했다. 

이탈리아 역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3월까지 500만 유로 이상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기존 10%에서 25%(애초엔 10%였다가 인상)로 올렸다. 이를 발판으로 140억 유로(약 19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횡재세를 경기 부양에 쓰겠다는 거다. 

스페인은 지난 7월 은행과 에너지 기업에 2023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매출이 10억 유로 이상인 대기업이 대상이다. 예상 세수는 70억 유로(약 10조원)인데, 이 재원은 공공주택 건설과 국영철도 무임승차권 발급, 장학금 지급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횡재세에 관한 반박들

이처럼 유럽 각국이 횡재세 도입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 9월에는 유럽연합(EU)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긴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한 횡재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했다.

11월엔 독일도 횡재세 부과 계획을 내놨다. 독일은 2022년 또는 2023년의 수익이 2018~2021년 평균치의 20%를 초과하는 석유ㆍ가스ㆍ정유업체에 초과수익의 3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를 연말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핀란드 정부와 오스트리아 정부도 횡재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고, 이미 횡재세를 부과하던 국가에선 추가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일례로 영국은 11월 기존의 횡재세 부과 비율을 35%로 높이고, 부과 기간도 2028년까지 늘렸다. 

세계 각국이 횡재세 도입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사진=뉴시스]
세계 각국이 횡재세 도입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사진=뉴시스]

유럽에서만 일어나는 분위기가 아니다. 미국도 2015~2019년 평균 수익을 초과하는 수익을 거둔 석유기업에 추가로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발의했고, 도입 여부를 치열하게 논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9월 횡재세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8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유사와 가스공급사의 초과이익에 추가 과세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9월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정유사와 은행을 겨냥해 국가재정법 개정안과 법인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처음엔 정유사를 대상으로 삼았던 횡재세 부과 얘기가 최근엔 기준금리 인상의 혜택을 누리는 은행으로 확산하고 있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횡재세 주장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미 지난 7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일시적으로 기업의 손익계산서가 좋아졌다는 이유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횡재세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거나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그 논리적 근거를 몇가지로 압축해보면 다음과 같다.[※참고: 횡재세 도입의 주요 타깃은 정유사와 은행이지만 은행권에서는 별다른 반박이 나오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의 반박 논리를 중심으로 다뤘다.] 

첫째,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정부 금리정책의 영향으로 정유사나 은행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해도 불법을 저지르거나 정당하지 못한 경영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거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올라 반도체 제조사가 큰 이익을 얻었다고 해서 관련 업종에 횡재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째, 외국과 우리나라의 사정이 다르다는 거다. 이는 주로 정유업계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횡재세를 도입한 국가들은 석유나 가스를 채굴해서 판매하는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한 경우가 많은데, 국내 정유사들은 그 석유나 가스를 재가공하고 판매해서 이윤을 내기 때문에 외국의 상황과 똑같이 봐선 안 된다는 논리다. 

셋째, 민간기업에 무작정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게 정당하느냐는 의문이다. 일례로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에너지 소비가 줄었을 때 정유사들도 큰 손해를 입었는데, 그때는 뒷짐을 지고 있다가 이제 수익을 낸다고 하니 세금을 더 부과하는 게 타당하냐는 얘기다. 오히려 기업의 이윤을 세금으로 거두면 그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 축소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갑순 동국대(경영학) 교수는 11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과이윤세 도입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를 통해 “우리나라는 초과이윤세 도입 국가들과는 경제와 산업 환경이 다르다”면서 “우리나라에 초과이윤세를 도입하면 국내 정유사들의 국제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이 악화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GS칼텍스도 공식블로그를 통해 “횡재세 부과는 거위 배를 가르는 것”이라면서 “이는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꺾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횡재세 부과 논의가 뜨겁지만 정부는 이미 반대 입장을 밝혔다.[사진=뉴시스]
횡재세 부과 논의가 뜨겁지만 정부는 이미 반대 입장을 밝혔다.[사진=뉴시스]

마지막 반론은 원론적인데, ‘반드시 횡재세 부과여야 하느냐’는 거다. 횡재세를 부과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횡재세 부과를 통해 얻을 추가 재원을 주로 취약계층을 돕는 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이 환경 변화로 인해 초과이익을 얻는 동안 취약계층은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도 연관이 깊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취약계층이 타격을 입는다면 유류세 인하 연장 등 다른 대안도 있지 않느냐는 거다. 

이런 주장들이 터무니없는 억지로 보이지는 않는다. 단순히 생각해도 시장경제 체제 안에서 남들보다 더 큰 이익을 봤다고 해서 이미 부과하는 것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는 건 쉽게 납득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이 역시 강한 반론에 부닥쳐 있다. 이 이야기는 횡재세 갑론을박 2편에서 자세하게 다뤄볼 예정이다.

이영현 군산대(영어영문학) 학생
inina97@naver.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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