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➋ 카카오 먹통 사태
시스템 강화·피해보상 과제
카카오, 기술적 대책 내놨지만
보상 기준 마련은 난항 예상해

그날의 기억, 떠올리기만 해도 아찔하다. 떡볶이집 사장님은 배달 주문을 받지 못했고, 면접을 앞둔 취준생은 일정을 안내받지 못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맞다. 지난 10월 전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던 ‘카카오 먹통 사태’ 때의 얘기다. 통신장애가 발생한 지 127시간 30분 만에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는 정상화됐지만,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먹통 사태 두달, 카카오는 여진을 어느 정도 잡았을까.

지난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상당수 소비자가 불편을 겪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상당수 소비자가 불편을 겪었다.[사진=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두달 전, 온라인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운영하는 각종 모바일 앱에서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판교에 있는 카카오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면서다.

데이터센터의 시스템이 마비되자 ▲메신저(카카오톡) ▲금융(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모빌리티(카카오T) ▲콘텐츠(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 등 앱 서비스들이 일제히 작동을 멈췄다. 일상생활부터 비즈니스까지 카카오 생태계에 의존했던 소비자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애로 사항을 겪어야 했다. 

사상 초유의 서비스 먹통 사태가 벌어지자 여기저기서 카카오를 향한 비판이 흘러나왔다. 가장 먼저 카카오의 허술한 시스템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재난에 대비해 데이터센터의 핵심 기능을 여러 곳에 분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서비스 복구가 지연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참고: 카카오의 모든 앱 서비스가 정상화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27시간 남짓이다.]

IT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서버 이원화, 데이터 백업 시스템 보완 등 카카오의 기술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데이터 보안 및 시스템 정비에 소홀했던 카카오엔 곧바로 책임론이 뒤따랐다. 서비스 장애 기간에 속출한 소비자의 피해를 카카오에서 보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피해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카카오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그때 그 서비스 먹통 사태 이후 두달여가 흘렀다. 앞서 살펴봤듯 숱한 과제를 풀어야 하는 카카오는 과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냈을까. 아쉽게도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카카오의 현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주문은 많지만 진행은 더딘’ 상태다. 

자세한 현황을 살펴보자. 지난 12월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카카오에 서비스 다중화 체계를 갖추기 위한 시정조치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보상 방안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과기부 네트워크안전기획과 관계자는 “단기 조치 사항은 우선해서 이행하도록 하고, 중장기 조치는 향후 1개월 내 보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과기부가 시정조치 명령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카카오에서도 재난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책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12월 7일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이프 카카오)에서 데이터 보안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강도 높은 개선을 예고했다.  

카카오는 서비스 먹통 사태가 발생한 지 나흘 만에 대국민사과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는 서비스 먹통 사태가 발생한 지 나흘 만에 대국민사과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카카오는 서비스 먹통 사태의 원인으로 데이터센터 및 시스템 운영 관리 도구의 이중화가 미흡하고, 공동체를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 삼중화 ▲시스템 운영 관리 도구 다중화 ▲IT엔지니어 조직의 확대 편성 ▲재해복구위원회 신설 ▲향후 5년간 데이터센터 건립 등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이행하겠다고 공표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시스템 운영 관리 도구 다중화처럼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한 부분들은 이미 개선 조치를 취했다”면서 “이밖에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이 필요한 것들은 단기 조치와 더불어 투트랙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자를 위한 피해보상책을 마련하기까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카카오는 우선 카카오톡 이모티콘, 카카오웹툰, 카카오게임즈, 카카오T 블루 및 프로멤버십 등 10여가지 유료 앱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약관에 따른 보상을 진행한 상태다.

소비자 위한 보상책 언제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카카오는 지난 10월 19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비스 장애로 인한 피해사례를 받았는데, 그 건수만 10만5116건에 달한다. 카카오로선 새로운 보상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피해사례) 접수를 마친 후 피해보상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보상 기준을 논의 중”이라면서 “협의를 완료한 사항들은 즉시 공개를 하면서 보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급했듯 카카오는 한국소비자연맹, 소상공인연합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소비자 보호법 전문가(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토의를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개별 피해사례를 일일이 살펴보고 유형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보상 기준을 규정하기 위한 카카오의 셈법이 복잡하다. 기존의 약관이나 법규를 적용할 수 없는 사례가 숱해서다. 이를테면 카카오는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에서 ‘비금전적 피해를 주장하는 이용자들을 보상 대상에 포함할지’ ‘따로 이용료를 내지 않는 무료 서비스 이용자들의 보상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등 까다로운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카카오에서 무턱대고 피해보상 대상을 한정할 수도 없다. 곳곳에서 카카오가 합당한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주시하고 있어서다.

일례로 피해보상 협의에 참여 중인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무료 서비스 이용자라고 해도 카카오 앱이 아닌 대체 플랫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입은 피해가 있다”면서 “(소상공인들이) 이런 외부적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끔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를 관리ㆍ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 역시 “실질적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최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카카오에 협조를 구하고, 관련 사항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빅데이터 분석ㆍ솔루션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2월 13일 기준 메신저앱 ‘카카오톡’의 1인당 평균 이용시간은 32.18분이었다. 앱이 먹통이 됐던 10월 15일(18.2분)과 비교하면 두달 새 서비스도, 이용자들도 다시 평소대로 돌아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카카오의 노력은 인정하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시정조치를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직까지 구체적인 문서나 보고를 받지는 못했지만 기업 측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카카오가 그들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는 작업은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데이터 안보처럼 기술적인 부분은 나름의 대안책을 세워뒀지만, 소비자 대상의 피해보상책은 최소한의 원칙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카카오가 두가지 미션(시스템 정비ㆍ피해보상)을 완수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언제쯤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쯤 먹통 사태의 진정한 끝마무리를 볼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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