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속 의미 있는 실적 거뒀지만
시장 변화로 체질 개선 숙제 남아
어려운 상황서 노조 불시 파업에
조현범 회장 검찰 조사까지 덮쳐
한국타이어, 새해 위기 극복할까

타이어는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이다. 이런 중요성 때문인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 중인 과도기적 자동차 시장에서 타이어는 ‘성장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타이어 제조사들이 전도유망한 미래로 향하기 위해선 장거리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문제는 긴 여정 속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는 점이다. 국내 타이어 시장의 1위 사업자 한국타이어에도 예외란 없다.

한국타이어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새해를 맞았다.[사진=한국타이어 제공]
한국타이어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새해를 맞았다.[사진=한국타이어 제공]

좋은 성적을 내고도 웃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 국내 1위 타이어 제조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다. 2022년 3분기 기준 한국타이어의 매출액은 2조29 97억원(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9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7%, 6.4% 증가했다.

최근 세계 경제를 뒤흔든 세가지 변수(코로나19·글로벌 공급망 붕괴·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악재 속에 거둔 의미 있는 성과로 해석할 수 있다.[※참고: 물론 한국타이어의 3분기 호실적엔 신차 수요 회복, 판가 인상 등의 긍정적 요인도 작용했다.]

4분기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증권가에선 4분기 한국타이어의 원자재·물류 비용 부담이 완화하면서 매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그럼에도 한국타이어엔 안도감보다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타이어 관계자의 전망을 들어보자.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면 기존 운전자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타이어 교체 주기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완성차 소비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 타이어 회사는 차가 굴러가야 수익이 나는데, 차가 팔리지 않으면 타이어 제조사도 여건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새해 타이어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상황에서 한국타이어의 ‘애매한’ 포지션은 또다른 고민거리다. 한국타이어는 미쉐린·콘티넨탈·피렐리 등이 대표하는 고가의 프리미엄 타이어 시장과 중국 제조사들이 장악한 저가 타이어 시장의 중간지대에 서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제조사의 타이어가 고가 제품과 저가 제품 사이에서 가성비를 누릴 수 있는 선택지로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요즘 운전자들은 고가 제품이 아니면 아예 저가 타이어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한국타이어를 비롯한 국내 타이어 3사의 ‘가성비 포지션’이 더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타이어 시장의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미래자동차학) 교수는 “소비자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같은 대형 차종을 선호하면서 타이어 시장에서도 18인치 이상 고성능 타이어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그만큼 프리미엄 타이어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소비의 양극화도 한국타이어가 주력했던 중고가 타이어 시장이 위축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경기침체 기류가 지속하면서 운전자간 소비 여력의 격차가 벌어졌다”면서 “이런 소비 여건이 운전자들의 타이어 구매 패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9년 11월 하청업체에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사진은 2019년 11월 하청업체에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난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내 타이어 시장 전반에 작용하는 대외 변수(▲업황 악화 ▲프리미엄 타이어 시장 확대▲소비 트렌드 변화)뿐만 아니라 한국타이어에 내재한 리스크도 문제다. 2022년 7월부터 이어진 1노조의 게릴라 파업,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대표적이다.[※참고: 한국타이어 사업장에선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1노조와 한국노총 고무노조 소속의 2노조가 복수노조 체제로 활동하고 있다.]

세달 전 2022년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타결한 2노조와 달리 1노조는 추가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협상타결금을 요구하며 7개월째 게릴라성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게릴라성 파업은 근무자가 작업을 하다 불시에 생산라인을 비우는 식이어서 사측의 대처에 한계가 있다”면서 “어쩔 수 없이 라인을 잠시 멈추거나 생산 속도를 늦추는 식으로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완성차 제조사에 공급하는 물량에는 타격이 없다”면서도 “다만 고정비는 그대로 투입하고 있는데도 생산량이 목표치에 비해 10% 남짓 적어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는 1노조 파업에 따른 손해액을 500억원(2022년 7~ 12월 기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다시 덮쳐오는 오너 리스크


한국타이어 내부의 위험요인은 또 있다. 2022년 12월 23일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계열사(MKTㆍ한국프리시전웍스)와의 내부 거래 과정에서 부당 지원한 혐의를 포착하고, 여기에 총수 일가가 관여했는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한국타이어의 주가는 소폭 하락(오전 9시 30분 3만3600원→오후 3시 30분 3만3250원)했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한국타이어의 주가가 본격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참고: 한국타이어는 MKT가 만든 타이어 몰드(모양을 찍어내는 틀)를 경쟁사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가 부당 지원을 통해 편취한 이익을 배당금으로 챙긴 것으로 보고, 한국타이어 법인에 과징금(80억300만원)을 부과한 뒤 검찰에 고발했다.]


비관적인 경기 전망, 타이어 시장의 변화, 노조ㆍ오너 리스크까지 한국타이어의 내우외환은 심상치 않다. 한국타이어 역시 위기를 감지하고 이를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하는 중이다.

먼저 시장 전략으론 18인치 고성능 타이어의 판매 비중을 늘려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포지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개화開花한 만큼, 타이어 제조사에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타이어는 계묘년 내우외환을 극복할 수 있을까.[사진=한국타이어 제공]
한국타이어는 계묘년 내우외환을 극복할 수 있을까.[사진=한국타이어 제공]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내부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22년 12월 잠정 중단했던 1노조와의 협상을 올 1월부터 재개했지만 갈등을 봉합할 가능성은 낮다. 노사의 엇박자가 극으로 치달을 경우 사측에선 부분 직장폐쇄를 검토할 수도 있다. 1노조로 총파업을 불사할 수 있다.

오너를 향한 검찰 수사 역시 회사 차원에서 답을 찾기 어렵다. 한국타이어 측은 “최선을 다해 수사에 협조하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로선 수사의 향방이 어디로 흐를지 가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오너 리스크는 당분간 한국타이어의 실적과 주가를 위협하는 절대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팎으로 어려움이 닥쳐온 새해, 한국타이어의 악전고투는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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