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4편
모든 재무 이슈 대비는 어려워
미래 설계할 땐 현실성 따져야
금리 높은 적금 최대한 활용해야

미래를 설계할 때엔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모든 재무 이슈를 대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이 그랬다. 조기 은퇴를 꿈꾸고 있는데, 가계부를 보니 꿈을 이루긴 힘들어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미래 설계를 도왔다.

재무 이슈가 다양할 땐 소액으로라도 한꺼번에 대비하는 게 효과적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 이슈가 다양할 땐 소액으로라도 한꺼번에 대비하는 게 효과적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건 재테크의 핵심이다. 어쩌면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당장 수익이 크진 않더라도 그때그때 적절한 재테크 수단을 활용해 수익률을 유지하는 게 좋다. ‘한방’을 노리기보단 투자기간을 길게 잡고, 더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게 효율적이란 얘기다.

상담의 주인공인 방주혁(가명·45)씨와 박희영(가명·44)씨 부부에게도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해 보였다. 일에 찌들어 사는 남편 방씨는 조기 은퇴를 꿈꾸는 이른바 ‘파이어(FIRE)족’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부부의 수중엔 당장 은퇴를 결심해도 좋을 만큼의 자금이 없다. 방씨는 마음이 급해졌고, 경험이 전혀 없던 주식에 손을 댔다가 원금을 크게 까먹는 실수까지 범했다.


문제는 방씨가 해결해야 할 재무 이슈가 노후 준비 말고도 숱하단 점이다. 자가 빌라(시세 2억원)를 얻기 위해 빌린 주택담보대출(당시 1억원)을 갚아야 하고, 2년 뒤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12세 자녀의 학원비도 감당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 은퇴를 결심하는 건 계획이라기보단 무모함에 가까웠다.

결국 혼자서 답을 찾지 못한 방씨는 필자를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가계부를 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570만원으로,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470만원을, 가정주부인 아내가 아르바이트로 10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이 480만원,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35만원, 금융성 상품 110만원 등 625만원이다. 부부는 한달에 55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이다. 보유 현금은 1500만원이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2차 상담에선 지출을 큰 폭으로 줄였다. 식비부터 용돈까지 거의 모든 지출 항목을 점검한 결과, 부부는 총 123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55만원 적자는 68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 정도론 노후 대비, 자녀 학자금 마련, 대출금 상환 등 부부가 세운 3가지 재무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여전히 힘들다. 그래서 금융성 상품 중 50만원씩 투자하던 주식에 납입을 중단키로 했고, 부부가 활용할 수 있는 여윳돈은 68만원에서 118만원으로 늘어났다.

자! 지금부터 재무 솔루션을 세워보자. 먼저 자녀의 교육비를 대비해보기로 했다. 부부와 대화를 하던 중 남편의 회사가 중·고등학교 사교육비를 적게나마 지원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필자는 회사 복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통해 중학교 교육비가 아닌 대학교 등록금을 준비하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고, 부부도 필자의 의견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를 위해 기존 50만원씩 저축하던 적금을 해지하고, 새로운 적금상품에 월 100만원씩 저축하기로 결정했다. 굳이 기존 적금을 해지한 건 더 높은 이자율을 지급하는 은행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가장 이자율이 높은 상호금융권의 적금상품을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등록금을 모으긴 힘들기 때문에 적립식 펀드에도 2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목돈을 넣어야 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매월 납입하는 적립식 펀드는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납입을 중단할 수도 있어 자신의 상황에 맞게 투자를 지속하는 게 가능하다. 다만, 어디까지나 투자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적립식 펀드는 안정성을 위해 배당주를 중심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배당주 펀드는 주가가 오르지 않았을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부부는 초기엔 배당주 펀드 위주로 적립식 펀드를 운용하다가 어느 정도 수익이 생기면 자율주행·2차전지 등 미래 전망이 밝은 펀드로 갈아탈 예정이다.

노후 대비를 위한 방법으론 개인연금과 연금저축펀드를 활용하기로 했다. 개인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연금상품과 다르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금저축펀드도 세제이연을 할 수 있다.

부부는 두 상품에 각각 10만원씩 총 20만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다만, 부부와 함께 아무리 논의를 해도 지금 상황에서 은퇴 준비에 더 이상의 돈을 들이긴 힘들었다. 그래서 자녀의 대학 학자금 마련을 위해 저축하던 돈(총 70만원)을 나중에 노후 준비에 투자하기로 했다. 미래에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면 그때 이 저축액을 노후 준비로 돌릴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대출금 상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28만원짜리 적금을 하나 더 들었다. 부부는 현재 월 58만원씩 대출원리금을 갚고 있는 중인데, 적금 기한을 1년 만기로 설정해 1년마다 추가 납입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 더 빨리 지출을 줄일 수 있다.[※참고: 원래 부부의 대출원리금 상환액은 월 66만원이었다. 지난 2차 상담에서 부부가 보유한 현금 1500만원을 모두 대출금을 갚는 데 쓰면서 원리금이 58만원으로 약간 줄어들었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자녀 학자금 마련(적금 50만원→100만원·적립식 펀드 20만원), 노후 준비(개인연금 10만원·연금저축펀드 10만원), 대출금 상환(적금 28만원)에 여유자금 118만원을 잘 분배했다. 이제 부부가 필자와 함께 짠 플랜대로 성실하게 생활하는 일만 남았다. 부디 부부가 평화로운 노후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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