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1편
이른 은퇴 꿈꾸는 직장인 부부
하지만 모아놓은 돈 거의 없어
쑥쑥 크는 자녀 교육비도 걱정

조기 은퇴를 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원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기 은퇴를 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원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기 ‘파이어(FIRE)족’을 꿈꾸는 외벌이 부부가 있다. 하지만 부부의 가계부는 적자투성이다. 재테크에도 소질이 없는지 주식은 마이너스다. 갚아야 할 대출금도 산적해 있다. 과연 부부가 꿈꾸는 파이어족은 달성 가능한 목표일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파이어족? 그게 뭔데?” 박희영(가명·44)씨는 남편 방주혁(가명·45)씨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편 말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섞여 있어서였다. 파이어(FIRE)족은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줄임말로, 젊은 나이에 경제적으로 자립해 조기에 은퇴하는 이들을 뜻한다. 쉽게 말해 조기 은퇴해도 걱정 없을 정도로 자산을 모았다는 얘기다.

아내에게 “우리도 파이어족이 되자”고 말을 꺼낸 방씨는 오래전부터 조기 은퇴의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남들보다 빠르게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고, 상업고등학교(현 정보산업고)를 졸업한 후 곧바로 은행에 취직했다. 하지만 순탄치는 않았다. 자신을 얕잡게 본 지점장과 마찰을 빚고 사표를 던진 방씨는 낮에는 공사판, 밤에는 야간대학을 다녔다.

2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엔 1번의 이직을 거쳐 괜찮은 중견기업에 취직하는 데 성공했다. 20대 때부터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일까. 겉으로 봤을 땐 별문제 없는 듯했지만, 방씨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이런 방씨는 얼마 전 신문에서 파이어족이란 말을 접했다. 호기심이 생긴 그는 인터넷 블로그와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수집했고,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이 꽤 많다는 걸 깨달았다. 일찍 회사를 그만두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40~50대 파이어족들의 후기를 읽으며 방씨는 부러움을 느꼈다. 별 감흥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에게 파이어족이란 ‘새 꿈’이 생긴 거다. 방씨가 아내에게 파이어족이 되자는 얘기를 꺼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파이어족이 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혼자서 준비를 해봤지만, 재테크는 맘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나름 공부해가며 투자했던 주식은 얼마 가지 않아 20%가량 손해를 봤다. 이대론 안 되겠다고 판단한 방씨는 아내와 함께 재무설계를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필자가 파악한 부부의 재정 상황은 이렇다. 슬하에 자녀(12) 한명을 둔 부부의 월 소득은 총 570만원이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470만원을 벌고, 가정주부인 아내가 아르바이트로 100만원씩 번다. 정기지출은 공과금 23만원, 식비·생활비 130만원, 보험료 55만원, 통신비 22만원, 대출원리금 66만원, 교통비·유류비 39만원, 자녀 교육비 50만원, 남편 용돈 60만원, 아내 용돈 30만원, 가족 회비 5만원 등 480만원이다.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은 미용비 5만원(이하 월평균 기준), 경조사비 10만원, 여행비 20만원 등 35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은 적금(50만원)·주식(50만원)·주택청약종합저축(5만원)·예금(5만원) 등 110만원이다. 이렇게 부부는 총 625만원을 쓰고 55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자산은 주택담보대출(1억원)을 끼고 구입한 빌라(시세 2억원)와 현금 1500만원이 있다.

자! 지금부터 하나씩 검토해보자. 일단 적자 액수가 꽤 크다. 사실상 외벌이라는 점, 성장기인 자녀에겐 적지 않은 교육비를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재무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고 가계부에 고칠 게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정기지출 군데군데에 과한 지출이 숨어 있다. 식비·생활비(130만원)는 3인 가구치곤 액수가 너무 크고, 총 90만원에 달하는 부부 용돈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성 상품에선 주식(50만원)에 문제가 있다. 이미 20%나 손해를 봤음에도 방씨는 계속 주식에 돈을 넣고 있다.

반면 방씨가 꿈꾸는 재무 목표엔 많은 돈이 필요해 보인다. 방씨의 재정 목표는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풍요로운 노후를 준비하는 것 ▲자녀 교육비 마련 ▲대출금 조기 상환 ▲주택 확장 등 4가지다. 아무리 지출을 줄이더라도 모든 재무 목표를 준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얘긴데, 앞으로 남은 두번의 상담을 통해 잘 조율해볼 생각이다.

은퇴한 후에도 부족함 없이 지내려면 현재 삶의 밸런스를 깨뜨려선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노후를 위해 많은 금액을 저축할 수 있는 시기라서다. 그러려면 소득과 지출의 균형을 잘 지켜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씨 부부는 가계부는 그렇지 않다. 일단 과한 지출 항목을 모두 줄이고, 금융성 상품도 손볼 필요가 있다.

대출금도 빨리 갚을 필요가 있다. 사업가라면 모를까 직장인에게 빚은 자산을 불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능하면 대출금을 1순위로 갚아야 ‘이자’란 가랑비에 옷이 젖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파이어족에 심취해 있는 방씨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이자쯤이야 천천히 갚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다. 부부는 성공적으로 재무설계를 끝마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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