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필요한 내 아이 상담법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일 많은 청소년
시간에 쫓기는 주객전도 현상 방지 위해
나만의 목표 세워 자투리 시간 활용해야
단, 목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해
가시적인 검증·평가 통한 성과 확인 필요

청소년기에는 할 수 있는 일도, 해야 할 일도 많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되기보다 되레 시간에 쫓기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나만의 사소한 목표를 세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볼 것을 권한다.  

청소년기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성취감과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기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성취감과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필자는 부산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편은 오후 3시 20분에 출발하는 열차였는데, 필자가 용무를 마치고 부산역 버스정류장에 내린 시각은 3시 17분이었다. 열차를 놓칠까 급한 마음에 부산역 앞 신호등까지 헐레벌떡 뛰었더니 숨이 차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숨을 고르며 빨간색 신호등이 바뀌기만을 기다리던 짧은 순간, 퍼뜩 즐겨보던 TV 드라마의 중간광고가 떠올랐다. 60초 동안 제법 긴 광고들이 연달아 흘러나왔던 기억이 났다.

그러고보니 3분이 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3분 안에 열차를 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윽고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고, 필자는 앞만 보고 달렸다. 그 결과, 가까스로 열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부산에서의 ‘3분 달리기’를 통해 필자는 평소 무심코 흘려보내던 ‘3분’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곰곰이 따져보면 3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많다. 옛날 공중전화는 통화제한 시간이 3분이었지만 그 사이에 꽤 많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우리가 즐겨 먹는 컵라면, 카레 같은 즉석식품도 3분이면 조리가 완성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심리상담 분야에서도 3분의 여백은 상당하다.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3분 눈맞춤 시간’은 유독 길게 느껴지는 어색하고 쑥스러운 시간이다. 

이처럼 시간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똑같은 시간이 주어져도 누군가는 ‘여유가 없다’고 불평하는 반면 또다른 누군가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1970년대 프린스턴 대학에서 이뤄진 사회심리학 실험도 시간관념에 따른 행동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심리학자 존 달리와 대니얼 뱃슨은 프린스턴대학의 신학생들에게 “즉석연설을 녹음해야 하니 근처 건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이때 한 집단에는 “늦었으니 서두르라”고 했고, 다른 집단에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곧장 건물로 가달라”고 말했다. 그다음 연설 장소로 가는 길목엔 한사람을 의도적으로 쓰러뜨려 놨다. 

‘시간’을 다르게 인식한 두 집단은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실험 결과, 시간이 없다고 여긴 신학생의 경우, 전체의 10%만 쓰러진 사람을 도왔다. 반면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한 신학생들은 63%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시간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한사람에게, 나아가 한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필자가 때아닌 시간 얘기를 꺼낸 건 겨울방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청소년들 중엔  방학 중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고, 춤이나 드럼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학업을 보충하기 위한 학원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방학 땐 되레 아무것도 못 하는 청소년이 더 많다. 그렇다고 시간을 체험하는 일에 쏟는 걸 포기하거나 부정해선 안 된다. 앞서 살펴봤던 프린스턴 대학의 실험에서처럼,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여겨야 행동과 실천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무형의 시간을 체험에 잘 활용하려면 작은 목표를 정해두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10시까지 학원숙제를 하면 30분간 친구들과 게임하기’ ‘5분간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뜨개질 연습을 하기’처럼 말이다. 

혹자는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목표를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설정하면 시간 관리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산업ㆍ조직심리학자인 로버트 루빈 드폴대학교 교수가 구체화한 목표 설정법 ‘SMART(스마트)’를 살펴보자.

청소년기 시간에 쫓기지 않는 법 

SMART는 영어 단어 ‘Specific(구체적)’ ‘Measurable(측정 가능한)’ ‘Achievable(달성 가능한)’ ‘Realistic(현실적)’ ‘Time-bo und(기한이 있는)’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개념이다. 하나씩 풀어서 설명하면, 목표는 우선 상세하고 분명해야 한다(S). 목표가 너무 광범위하거나 모호하면 불필요한 실수를 반복할 수 있는 데다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다.

또한, 목표는 가시적인 검증과 평가가 가능해야 한다(M). 당초 계획에서 벗어난 건 아닌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준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해서다. 목표를 통해 지속적인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지 점검하는 작업도 필요하다(A). 스스로의 능력과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를 세우면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목표는 너무 이상적이어도, 너무 쉬워도 바람직하지 않으며(R) 반드시 시작점과 데드라인이 있어야 한다(T). 제한된 시간을 유용하게 쓰려면 현실적인 목표를 수립한 뒤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 일ㆍ주ㆍ월별로 분류한 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그다음 시간별 일지를 작성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검토ㆍ수정해야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물론 우리의 일상에선 예측불허의 변수가 숱하다. 청소년들의 경우 과제를 하기로 정해놓은 시간에 친구가 급한 일로 만나자고 할 수도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과제가 어려워서 목표한 시간 내에 과제를 끝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건 중요하다. 변수가 발생했을 때 일의 순서를 바꾸고 자투리 시간을 치밀하게 활용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청소년들의 의식이 성장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내 시간을 직접 관리하고, 내가 세운 계획에 따라 목표를 지키려는 과정은 인생이란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여정이기도 하다. 오늘 할 일에 초점을 맞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인생의 주도권은 어느새 나 자신에게 와있을 거다. 

‘SMART’ 목표 설정법을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사진=연합뉴스]
‘SMART’ 목표 설정법을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사진=연합뉴스]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자기 자신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겉보기엔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둘의 성취감, 자신감, 자존감, 그리고 행복감은 완전히 다르다.

실제로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은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주관적 인식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제임스 오스틴ㆍ제프리 밴쿠버ㆍ심리학에서의 목표 구성). 그만큼 사소하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들로 시간을 채워가는 게 중요하단 거다. 


청소년기 나만의 목표 세워보기

발달 관점에서 보면 청소년기는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많은 시기다. 만약 할일이 너무 많은 나머지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나만의 목표를 세워보자. 그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학업이나 여가, 대인관계, 나아가 인생 전반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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