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요금 최소 5년간 인상 전망
도시가스 사용하는 가구 고통 가중
정부 효율적 난방 방법 내놓을까
소득 찔끔 증가하는데 공공요금까지

2023년 1월 도시가스 요금은 전년 대비 38% 올랐다. 하지만 체감 요금 부담은 ‘2배’였다. 한파로 사용량이 늘어난 탓이었다. 정부는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데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금 인상은 필요한 일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민생은 또 하나의 고통을 떠안았다. 더스쿠프가 ‘난방비 폭탄’을 맞은 1인가구 진형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시가스 요금은 2022년 대비 38% 올랐지만 사용량이 늘어 체감 요금 부담은 ‘2배’ 수준이다.[사진=뉴시스]
도시가스 요금은 2022년 대비 38% 올랐지만 사용량이 늘어 체감 요금 부담은 ‘2배’ 수준이다.[사진=뉴시스]

“진형씨,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 연휴에는 보일러 터지지 않도록 신경 써주세요. 부탁드려요.” 서울 투룸 빌라에 전세 세입자로 4년째 살고 있는 박진형(가명ㆍ30)씨는 설 연휴 직전 집주인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보일러가 얼어붙지 않도록 어느 정도 돌려달라는 부탁이었다.

매년 겨울이면 받는 부탁이었기에 평소 같았으면 곧바로 답장을 보냈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너무나 많이 오른 2023년 1월 도시가스 요금(2022년 12월 사용)이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었다. 집을 비우는 연휴에 보일러를 돌리는 게 아깝다고 느껴질 만큼 상승폭이 컸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네, 명절 잘 보내시고 걱정 마세요….”


진형씨의 겨울철 난방 습관은 4년간 비슷했다. 출근 전 보일러가 터지는 걸 막기 위해 ‘외출’ 모드로 켜둔다. 8시 전 집을 떠나서 12시간이 지나 집에 돌아온 후 ‘외출’ 모드를 해제한다. 그다음 1시간~1시간 반가량 80도의 난방수를 집에 돌게 만든다. 1시간 혹은 2시간 단위로 보일러 ‘예약’을 걸어두고 아침에 끈다.

다시 출근 시점에는 ‘외출’ 모드다. 출근하지 않는 주말 역시 마찬가지다. 잠들 때 1시간 혹은 2시간 단위로 예약 모드를 걸어두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끈다. 해가 지고 온도가 떨어지면 그때 다시 1시간이나 1시간 반 정도 틀어둔다.


2022년 겨울에도 진형씨의 ‘겨울철 난방 습관’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2022년 1월, 전용면적 44㎡의 주택에 부과된 난방비 요금은 5만130원. 1년이 흐른 2023년 1월, 같은 주택에 부과된 난방비 요금은 9만5920원으로 늘었다. 고지서를 받아든 진형씨는 당혹스러웠다.

날씨가 추워서 난방비가 많이 나올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예상치를 훨씬 벗어난 수준이었다. 지난해 대비 2배가량 오른 요금은 처음이었다. 1인가구로 살고 있는 진형씨의 친구들에게 연락하자 대부분 비슷한 반응이었다. “너 정도면 양호한 거고 나는 10만원이 넘었다.” “오피스텔 단톡(단체채팅방)에 고지서 잘못 나온 거 아니라고 공지도 올라왔다.”


정말 도시가스 요금이 잘못 나온 건 아닐까. 진형씨는 2022년 요금과 2023년 요금을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2022년보다 2023년 도시가스 사용량이 늘어난 건 사실이었다. 73㎥였던 사용량은 102㎥로 39.7% 커졌다. 요금은 5만130원에서 9만5920원으로 91.34% 증가했다.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열량당 요금까지 다시 확인했다. 1MJ(메가줄)당 14.2243원이었던 도시가스 요금은 1년 만에 19.691원으로 38.4% 올라 있었다. 그간 가정용(난방) 도시가스 단위당 요금은 1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20% 이상 오른 적이 없었다.[※참고: 2012년 도시가스 요금 부과 방식은 부피에서 열량 단위로 바뀌었다.]

가스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국민들이 50% 이상 오른 요금을 버텨야 하는 기간은 최소 2026년까지다.[사진=뉴시스]
가스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국민들이 50% 이상 오른 요금을 버텨야 하는 기간은 최소 2026년까지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진형씨의 고민이 올해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최소 5년간 지속해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1월 26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천연가스의 가격이 올랐고 도시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 때문에 (가스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미 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2022년 12월 가스공사는 국회에 “미수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2023년 1MJ당 도시가스 요금을 최소 8.4~10.4원 인상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요금을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면 2026년까지 경영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란 입장도 내비쳤다. 

가스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전제 조건은 현재 19.69원인 단위당 가스요금을 올해 22.09원으로 올리는 거다. 도시공사의 빚은 줄겠지만 진형씨의 부담은 커진다. 도시가스 사용량이 전혀 늘지 않는다고 가정(2022년 12월 102㎥ 유지)해도 요금은 9만5920원에서 14만5910원(기본요금ㆍ부가세 포함)으로 52.1% 오른다. 


정부는 난방비 부담이 급작스럽게 커졌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가스요금을 할인하고 에너지ㆍ등유 바우처와 연탄 쿠폰 등을 지급했다. 지급 금액은 50% 이상 인상했다. 문제는 바우처 지급 대상자가 아닌 주민들에겐 큰 효과가 없는 정책이란 점이다. 소득과 관계없이 정부는 ‘효율적인 난방 방법’을 안내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금전적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정부는 70달러까지 치솟았던 천연가스 가격(2022년 9월‧MMBtu 기준)이 올해 31~35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가스 가격이 정부 예상처럼 최고점 대비 절반으로 줄어도 진형씨가 내야 하는 단위당 도시가스 요금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요금 인상의 목적이 미수금 해소에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월급 노동자인 진형씨로선 이중고일 수밖에 없다. 가스요금은 가파르게 오르는데, 정작 소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노사가 협의해 올린 임금인상률은 5.3%, 2023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5.0%였다. 같은 폭으로 임금이 2026년까지 오른다 해도 갑작스럽게 커진 도시가스 요금 부담은 진형 씨에게 남아있다.

사용량을 줄이려 해도 올해 말에 다시 한파가 몰아닥친다면 난방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진형씨만의 얘기는 아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가정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는 도시가스(49.5%)였다.

서울로 한정하면 도시가스 비중은 65.5%로 더 높아진다. 주택 유형별로도 차이가 뚜렷했다. 진형씨가 살고 있는 빌라 같은 연립다세대의 도시가스 사용 비중은 67.7%, 아파트는 55.5%, 단독주택은 32.6%였다. 가스 요금이 가계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거다.

설 이후 찾아온 한파가 2월엔 수그러든다는 날씨 예보가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왔다. 이를 듣고 있던 진형씨는 고개를 떨구면서 혼잣말을 머금었다. “올여름, 또다시 찾아올 겨울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부는 효율적인 대책을 내놓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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