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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보는 OTT 경제학
화제작된 우영우와 막내아들
하지만 해외 인기도는 엇갈려
우영우는 넷플릭스 타고 승승장구
막내아들 인기는 미적지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사진=넷플릭스 제공]

2022년 한국 방송 시장을 장악한 두 드라마가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와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변호사를 다룬 우영우는 1회(6월 29일) 시청률이 0.9%(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머물렀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진의 연기력 덕분에 마지막회인 16회에선 17.5%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바통을 이어받아 11월 19일부터 방송된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대기업 회장 일가의 막내아들로 ‘제2의 인생’을 사는 내용을 다뤘다. 독특한 소재 덕분인지 8회(시청률 19.4%) 만에 우영우 최고 시청률(17.5%)을 뛰어넘으면서 입소문을 탔다. 마지막 16회에선 시청률 26.9%란 대기록도 세웠다(표❶). 2022년 하반기의 시작은 우영우가, 끝은 재벌집 막내아들이 평정한 셈이다.

해외 무대에선 어땠을까. 흥미롭게도 두 작품의 해외 반응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영우는 해외 시청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세계 영상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방영 시기인 지난해 7월 1주차부터 8월 1주차까지 콘텐츠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7월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선 전세계 4위에 올랐다. 넷플릭스가 밝힌 이용자 시청시간만 4억200만 시간에 달했다.

반면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지난해 11월 기준 방영 초기엔 50여개국에서 시청률 1위(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를 차지해 선전하는 듯했지만, 한달 뒤인 12월 20일에는 1위를 한 국가가 6곳으로 줄어들었다(표❷).

두 작품의 해외 실적도 차이가 크다. 업계에선 “우영우가 적어도 제작비(150억원)의 10배는 벌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이는 352억원을 투자해 현재까지 460억원(업계 추정치)을 끌어모은 재벌집 막내아들보다 3배 더 많다(표❸). 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지식재산권(IP) 관련 상품 판매로 재벌집 막내아들에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게 분명해 속단하긴 이르다”면서도 “우영우가 워낙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인지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시들해 보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 이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답은 두 드라마가 해외 진출 수단으로 선택한 OTT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선 둘 다 세계 최대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국내 시청자들은 방송채널 ENA(우영우)와 JTBC(재벌집 막내아들) 외에 넷플릭스에서도 두 작품을 시청할 수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넷플릭스는 우영우의 해외 방영권도 사들였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동남아 최대 OTT 서비스 비우(Viu)가 재벌집 막내아들의 해외 판매권을 독점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후 파트너사인 코퍼스·라쿠텐 비키 등에 방영권을 재판매하는 식으로 재벌집 막내아들을 해외 무대에 선보였다. 다시 말하면 해외 시청자들은 넷플릭스로 재벌집 막내아들을 볼 수 없었다는 얘기다(표❹).

넷플릭스의 전파를 타지 못했기 때문에 재벌집 막내아들의 운명이 바뀌었단 얘기인데, 그럼 넷플렉스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다면 우영우만큼의 인기를 누렸을까. 그랬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넷플릭스가 2022년 12월 12일부터 18일까지 집계한 ‘비영어권 TV쇼’ 부문에서 재벌집 막내아들이 3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표❺). 이는 온전히 한국 시청자들의 인기만으로 글로벌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정도로 재벌집 막내아들의 흥행성이 뛰어났다는 방증이다.

최근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넷플릭스는 여전히 2억3080만명(2022년 4분기 기준)이 이용하는 ‘세계 1위 OTT’다. 우영우는 넷플릭스를 등에 업고 전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우영우급 인기를 얻지 못했다. 뛰어난 퀄리티를 갖춘 작품이라 하더라도 어떤 OTT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흥행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영우와 재벌집 막내아들로 본 OTT 경제학이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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