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4위 떨어진 웨이브
가격 인하 효과 있을까
넷플릭스 구독료 비쌌지만
구독자 이탈 많지 않았어
정답은 결국 콘텐츠 품질

국내 OTT 업계가 ‘할인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웨이브가 눈에 띕니다. 지난해 티빙에 업계 2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올해 초엔 쿠팡플레이에 밀려나면서 4위로 추락했기 때문인지 웨이브가 더 적극적으로 가격 할인책을 펼치는 듯합니다. 그럼 웨이브는 할인만으로 위기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가격·콘텐츠의 딜레마’에 빠진 웨이브를 조명했습니다.

웨이브가 지속적인 할인 행사를 벌이지만 좀처럼 시청자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웨이브가 지속적인 할인 행사를 벌이지만 좀처럼 시청자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재 OTT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누구인가’란 질문을 받는다면 열에 아홉은 넷플릭스를 꼽을 겁니다. 2007년 이 시장에 뛰어든 넷플릭스는 흥행성이 뛰어난 오리지널 작품들을 대거 선보여 ‘OTT 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그 덕분에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2억3100만명·2022년 기준)를 거느린 거대 기업이 됐으니까요.

이 때문에 업계 1위인 넷플릭스가 세우는 기준은 다른 OTT 서비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최근 신규 요금제를 출시한 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지난해 11월 4일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에서 5500원짜리 ‘광고형 요금제’를 추가하면서입니다.

이 요금제는 이름처럼 광고를 봐야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대신 기존의 기본요금(9500원)보다 훨씬 저렴하죠. 이 요금제를 통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려 신규 가입자를 더 많이 유치하겠다는 게 넷플릭스의 계산입니다.

그러자 다른 OTT 서비스들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초부터 넷플릭스가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거란 소문이 돌자,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는 그해 9월 구독료를 9900원에서 2500원으로 75.0%나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국내 OTT 서비스도 이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티빙(Tving)은 지난해 10월 출범 2주년을 기념해 연간 이용권을 41.0%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웨이브(Wav ve)도 1년을 구독하면 5개월을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11월에 실시했습니다. 계산해 보면 웨이브 역시 연간 이용권을 41.6% 할인한 가격에 판매한 셈이니, ‘가격 신경전’을 벌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올해에도 OTT 업계의 ‘통 큰 할인’은 계속되는 듯합니다. 특히 웨이브가 그렇습니다. 2월 17일 SBS의 드라마 ‘모범택시2’를 서비스하는 기념으로 연간 프리미엄 이용권(1만3900원)을 33.0%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넷플릭스가 저가 요금제를 선보이기 이전에도 OTT 업체들이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긴 했습니다만, 요새 들어 그 빈도가 부쩍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자료 | 모바일인덱스, 참고 | 1월 기준, 사진 | 웨이브 제공]
[자료 | 모바일인덱스, 참고 | 1월 기준, 사진 | 웨이브 제공]

그렇다고 이들 업체들이 가격 전쟁을 벌이는 게 단순히 넷플릭스가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였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도 마케팅 경쟁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1분기 넷플릭스는 가입자 수 2억2164만명을 기록, 전분기 대비 20만명 줄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8억5000만 달러(10조2835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550만 달러(720억5000만원)로 91.0%나 줄었습니다. ‘업계 1위’가 주춤하기 시작했으니 나머지 OTT들엔 ‘기회’나 다름없었겠죠.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점이 하나 있습니다. OTT의 가격을 내리면 이용자가 그만큼 많이 늘어날까요? 이헌율 고려대(미디어학) 교수는 “시청자들은 언제나 낮은 가격과 좋은 품질을 원하지만 OTT 업계에서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 바로 ‘좋은 품질’이다”면서 “보고 싶은 콘텐츠가 없다면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구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콘텐츠 경쟁력이 있어야 가격 할인도 의미가 있다는 얘깁니다.

이 말을 뒷받침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가격을 낮춘 넷플릭스의 현주소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청자가 기꺼이 지불 가능한 OTT 가격대’는 최저 8달러에서 최고 14달러에서 형성됐습니다. 14달러를 넘으면 구독을 취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깁니다. 당시 넷플릭스의 가격대는 9.99~19.99달러였습니다.

가격대만 보면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넷플릭스로선 꽤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9.99달러의 베이직 요금제는 HD화질(720p)밖에 제공하지 않습니다. 화질에 민감한 시청자는 풀HD(10 80p)를 지원하는 15.49달러의 스탠다드 요금제를 구독해야 하죠.

이런 시청자 선호는 넷플릭스 시청자의 55.0%가 스탠다드 요금제를 구독했고, 베이직은 23.0%에 불과했다는 모닝컨설트의 통계(2021년 기준)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 시청자들 입장에서 넷플릭스의 요금제가 꽤 비싸다고 느낄 만합니다.

넷플릭스 구독료 비쌌지만…

다시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수가 줄었다곤 하지만, 당시 넷플릭스가 잃은 구독자 수(20만명)는 전체 가입자(2억2164만명)의 0.09%에 불과합니다. 가격이 다소 비싼데도 시청자 이탈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얘긴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하반기에 넷플릭스가 흥행작을 등에 업고 곧바로 구독자 수를 회복했다는 점입니다.

총 시청시간 10억 시간을 돌파한 팀 버튼 감독의 ‘웬즈데이’를 필두로 인기 K-드라마 ‘수리남’ ‘더 글로리’ 등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는 2억3100만명으로 신규 가입자 수가 766만명 늘었습니다. 이는 월스트리트의 예상치(457만명)를 상회하는 기록입니다.

넷플릭스 구독료가 비싼 편에 속하고, 경쟁 OTT 업체에서 대대적인 할인을 벌였음에도 이 정도의 신규 구독자를 유치한 건 좋은 콘텐츠가 OTT 시장에서 갖는 경쟁력이 얼마나 큰지 다시금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광고형 요금제가 한몫한 점도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19일(현지시간) 구독자 수가 늘어난 이유로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덕분”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흥행작들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흥행작과 구독자의 상관관계는 웨이브의 최근 성적표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지난 1월 웨이브의 월간활성사용자 수(MAU)가 401만명을 기록해 전월(407만명) 대비 6만명 줄었죠. 최근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중 호평을 받은 건 지난해 11월 방영한 ‘약한영웅 클래스 1’이 전부입니다. 계속해서 할인 행사를 진행했음에도 MAU가 줄어든 건 흥행작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순위 경쟁에서도 밀려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경쟁 업체인 티빙이 MAU 418만명을 기록해 웨이브(413만명)를 제치면서 웨이브는 줄곧 유지해오던 ‘업계 2위’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현재로선 웨이브가 ‘반전’을 꾀하긴 쉽지 않습니다. 티빙이 OTT 서비스 시즌(seezn)을 지난해 10월 인수하면서 MAU가 489만명(2022년 12월)에서 515만명(2023년 1월)으로 급격히 늘었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쿠팡플레이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SNL코리아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같은 기간 395만명에서 439만명으로 늘었죠. 쿠팡플레이에 또한번 밀려난 웨이브는 이제 국내 OTT 시장에서 4위가 됐습니다.

이러니 웨이브로선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흥행작을 늘리려면 제작비 등 투자 비용이 증가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그렇다고 가격을 계속 할인하면 수익 구조가 나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도준호 숙명여대(미디어학) 교수는 “OTT 특성상 콘텐츠 투자 없이는 가입자를 늘리기 어렵다”면서 “해외에 진출해 추가 가입자를 확보하든 넷플릭스처럼 요금제 수를 늘리든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만, 웨이브 관계자는 “광고형 요금제의 도입 여부를 논의 중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지난해 12월 22일 30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OTT ‘코코와(KOCOWA)’를 인수하면서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긴 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긴 아직 어렵습니다. 과연 웨이브는 가격과 퀄리티 사이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통 큰 할인’이 해결책이 될 순 없다는 겁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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