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한 비즈니스가 당신을 노린다❷
테슬라 FSD 통해 구독서비스 본격화
차 판매보다 구독서비스 이익 클 것
무인차 시대, 구독 확산 불가피한 일
지갑 여는 소비자 심리적 저항 심해
정부와 국회도 구독 확산 대비해야

테슬라는 핵심 기능인 자율주행을 구독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테슬라는 핵심 기능인 자율주행을 구독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지난해 7월, 독일 완성차 제조업체 BMW는 웬만한 차에는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능을 ‘구독형 옵션’으로 넣겠다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소비자들은 이미 차량에 탑재해 놓은 기능을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생각 자체가 ‘치사한 비즈니스’라면서 반발했다. 

# BMW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본 기능을 선택적 구독으로 돌리는 이른바 ‘구독 옵션’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그중엔 테슬라도 있다. 더스쿠프가 서울벤처대학원대 구독경제전략센터장인 전호겸 교수와 함께 이 치사한 비즈니스에 펜을 집어넣었다.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비즈니스가 당신의 지갑을 노린다, 그 두번째 이야기다.  

미래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테슬라는 자사의 핵심 기능인 자율주행 기술을 구독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율주행 구독상품인 FSD(Full Self Driving)를 운영 중이다. FSD를 선택한 고객은 신호등과 교통 표지판에 따라 차를 멈추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 내비게이션 경로를 기반으로 고속도로 진출로나 출구로 안내하는 기능을 추가로 누릴 수 있다. 

FSD 기능을 한번에 사는 건 1만2000달러(약 1600만원)인데, 목돈이 부담이라면 월 구독료 199달러(약 26만원)를 내고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얼핏 1만2000달러를 한번에 파는 게 이득처럼 보인다. 월 구독료로 치면 60개월(5년)을 넘게 내야 1만2000달러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문제는 이 기간 고객이 FSD를 내내 쓴다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구독 상품을 출시한 건 이게 ‘안정적인 돈벌이’가 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FSD를 두고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이 구독 서비스는 2025년까지 테슬라 매출에서 6%를 차지할 것이지만, 해당 구독서비스의 총 이익은 테슬라 전체 영업이익의 25%를 차지할 것이다.” 그만큼 FSD 구독서비스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높을 거라는 얘기다. 

완성차 제조업체의 순이익률만 따져 봐도 이들이 구독서비스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GM은 7.89%, 도요타는 4.71%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구독서비스의 대명사로 꼽히는 넷플릭스의 이익률은 17.64%나 된다. 매분기 10%를 훌쩍 넘는 이익률을 기록해왔다. 완성차 판매 실적은 성수기와 비수기, 그리고 신차 출시 여부에 따라 출렁이지만, 구독서비스는 그렇지 않다. 고객이 정기적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4월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자동차 내부로 침투하는 구독경제’ 보고서도 구독서비스의 뛰어난 수익성을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신차 소비자의 구독서비스 채택률이 평균 30%라는 가정 아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구독서비스 부문에서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이 11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글로벌 12개 업체(상위 11개 완성차 제조사+테슬라)의 2019∼2021년 연평균 영업이익인 1090억 달러를 뛰어넘는 숫자다. 

이 분석도 서비스부문 영업이익률을 10%로 가정해 보수적으로 계산한 수치다. 아울러 구독서비스 기반의 다른 수익모델을 반영하지 않은 숫자다. 향후엔 차를 팔아서 버는 돈보다 구독서비스를 팔아서 얻는 이익이 2~3배 정도 더 많아질 수 있음을 짐작게 한다. 

미래차의 큰 특징은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는 달리는 사무실, 학교, 영화관, PC방, 도서관 같은 역할을 한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런 수많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월 구독료 형태로 제공할 거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구독서비스가 차 안에서 벌어질 공산이 크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운전 중인 차량 승객의 멀미를 예방하고 아이패드ㆍ맥북 등 애플 디바이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VR시스템의 증강된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특허를 얻었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애플카가 출시되면, 멀미 예방 서비스를 돈 내고 구독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구독서비스가 분별없이 확산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거다.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이미 소비자 지갑을 노리는 구독서비스는 숱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사소한 기능까지 일일이 구독하다간 가랑비에 옷 젖듯 지출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독경제의 본 취지는 무너진 지 오래다. 

애초에 기업들의 수익성이 탄탄해진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 지갑이 얇아진다는 뜻이다. 특히 안전기능 같은 필수 요소에 구독경제를 도입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강제 구독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의 영업이익률은 완성차 제조업계보다 더 높다.[사진=뉴시스]
넷플릭스의 영업이익률은 완성차 제조업계보다 더 높다.[사진=뉴시스]
[사진 | 뉴시스, 자료 | 한국자동차연구원·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자료 | 한국자동차연구원·더스쿠프]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 사회가 이런 기업들의 수익성 강화 전략에 잘 대응하고 있느냐다. 필자는 칼럼과 강연을 통해 이런 위험성을 전달했지만, 정부 부처와 국회는 큰 관심이 없다. 지난해 9월 미국 민주당이 차량용 구독서비스 일부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과는 딴판이다.

기업들 역시 구독 비즈니스를 통해 새 수익모델을 찾는 일이 절실하겠지만,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 역시 절실하다. 기업들이 이미 구독 관련 서비스를 한창 쏟아낸 뒤에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건 너무 늦다. 어떤 분야든 ‘골든타임’이라는 게 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  
kokids77@naver.com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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