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사라진 2023년
집값 하락폭 계속해서 커져
거래량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시장에 나오는 매물 함께 늘어
대출 지원 효과 예측할 수 없어

1월 5일 서울 4개 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부동산 규제가 해제됐다. 1ㆍ3 대책의 후속 조치였다. 정부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의 부담이 커지자 비교적 낮은 이율의 대출 지원까지 단행했다.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는 잠시 멈춰선 것처럼 보인다. 거래량이 소폭 늘었다. 하지만 집값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

1월 5일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부동산 규제가 해제됐다.[사진=뉴시스]
1월 5일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부동산 규제가 해제됐다.[사진=뉴시스]

2023년 부동산 시장은 분기점을 맞았다. 새해가 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3일 국토교통부는 2023년 업무보고를 통해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잡았다. 가장 먼저 언급한 건 부동산 규제 해제였다. 방향은 금세 실행으로 옮겨졌다. 이틀 후인 5일 정부는 부동산 규제 지역(투기과열지역ㆍ조정대상지역 등)의 대부분을 해제했다.

남은 건 서울 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ㆍ용산구 총 4개 구였다. 이를 제외한 모든 지역은 부동산 규제에 한해서 똑같은 지역이 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 해제, 전매제한 최대 3년으로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 제한 폐지, 청약 당첨자 1주택 처분 의무 해제로 집을 살 때 걸림돌이 되던 모든 규제가 사라졌다.

정부가 이런 판단을 내린 데는 급격한 주택 수요 둔화가 한몫했다. 주택 시장이 식어간다는 근거도 있었다. 시장 내 매수자와 매도자의 비중을 판단할 수 있는 매수우위지수가 대표적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국내 주택 매매 시장에서 매도자가 더 우위를 차지했던 건 2021년 9월(108.31)이 마지막이다. 이후 매수우위지수는 지속해서 떨어져 2023년 1월 17.88을 기록했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위치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는 얘기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이하라는 건 시장에 매도자가 더 많아 매수자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매매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이런 상황을 보면 규제를 해제한 1ㆍ3 대책의 목적은 하나로 수렴한다. 주택 시장에 참가하는 매수자를 늘리는 거다. 집을 살 사람이 늘어나야 미분양을 막고 급격한 집값 하락도 막을 수 있다. 하락 충격이 큰 ‘부동산 경착륙’을 막으려는 게 윤 정부의 계획이었던 셈이다.

그럼 1월 5일부터 시작한 정부 정책은 한달간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정부가 의도했던 대로 됐다면 매수를 원하는 사람이 늘고 분양 시장엔 활력이 깃들었을 거다. 그런 일은 일어났을까. 


■ 지표➊ 늘어난 아파트 거래 = 먼저 확인해볼 건 거래 건수다. 계약일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 22년 12월 837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는 2023년 1월(2월 15일 집계 기준) 1220건을 기록했다. 7개월 만의 최고치다.


하지만 다세대ㆍ연립주택의 경우 오히려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1년간 다세대ㆍ연립주택의 매매 건수는 2023년 1월 996건으로 12월보다 줄었다. 아파트 시장으로 진입하는 문턱이 낮아지니 다세대ㆍ연립주택으로 쏠리던 수요가 빠진 셈이다.

■ 지표➋ 늘어난 매물 = 정부는 주택 보유 부담을 덜어내려 애썼지만 규제 해제 후 시장에 나오는 주택의 수는 더 늘었다. 아파트 매물을 집계하는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최근 1년 중 서울 아파트 매물이 가장 많았던 시점은 2022년 7월(6만5988개)이었다. 1월 2일 규제 해제가 예고되기 직전 매물은 4만9198개로 가장 많았던 시기 대비 25.4% 줄었다.

그러나 1월 5일 규제 해제가 이뤄지자 매물은 급속도로 늘었다. 2월 11일 매물은 5만4408개로 매물이 가장 적었던 1월 2일 대비 10.6% 증가했다. 2022년 7월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여기까지 보면 규제 해제는 거래량을 늘리고 집을 팔고 싶어 하던 집주인들에게 기회를 준 것처럼 작동했다.

■지표➌ 가격 하락 폭 커졌나 = 거래량은 늘었지만 집을 팔려는 사람이 더 늘어나면서 집값 하락도 이어졌다. 정부가 1ㆍ3 대책을 추진하면서 원했던 ‘완만한 하락’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11월 98.06→12월 96.57 (1.49포인트)→2023년 1월 94.72(1.85포인트)로 하락폭이 더 커졌다. 부동산 경기가 가장 뜨거웠던 서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98.22→96.81(1.41포인트)→94.78(2.03포인트)로 움직였고 전국 평균보다 1월 하락폭도 컸다.

■1ㆍ3 대책 후 = 이 때문에 집값 급락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중 하나가 특례 보금자리론이다. 이 정책의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사람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사려고 하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다.

소득 제한은 없다. 특례 보금자리론으로 빌릴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억원, 최저 이율은 3.25%다. 신청 기한은 1년이다. 규제를 풀 수 있는 대로 풀었으니 이젠 돈이 모자란 사람들에게 최대한 돈을 빌려주겠다는 거다.

집값 급락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출 지원책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가장 많이 흘러들어갔다.[사진=뉴시스]
집값 급락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출 지원책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가장 많이 흘러들어갔다.[사진=뉴시스]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1월 30일부터 2월 7일까지 이뤄진 특례 보금자리론 누적 신청 금액은 10조5008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신청된 특례 보금자리론의 자금은 정부의 목표대로 ‘새 시장’으로 유입됐을까. 아니다. 새 시장을 펌프질하기보단 기존 시장을 떠받치는 데 더 많이 사용됐다.

1월 30일부터 2월 3일까지 신청된 특례 보금자리론 중 61.7%가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됐다(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ㆍ한국주택금융공사) 새 주택을 사는 데 사용된 경우는 30.6%,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특례 보금자리론으로 대출받은 경우는 7.7%였다. 정부는 급한 불을 잘 끄고 있는 걸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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