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리튬 광산 국유화
멕시코 거점 삼는 완성차 업체
인니, 광물 수출금지 산업 보호
미-중 보호무역으로 상호 견제

자원민족주의가 전 세계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멕시코는 19일 리튬을 국유화하는 법안을 공포하고, 시행에 나섰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전날 소노라주의 리튬 매장 지역의 탐사 및 채굴 권한을 국가가 독점한다는 내용의 채굴보호구역 선언 법안에 서명했다. 멕시코 데일리 포스트에 따르면,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18일 법안 서명을 마치고 “(멕시코의) 석유와 리튬은 멕시코 국민의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중국도 우리 리튬을 채취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세계적으로 자원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적으로 자원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 희토류 꺼내든 중국= 지난 16일 중국 상무부가 희토류의 정제·가공·이용 등 생산 관련한 모든 기술을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포함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7%를 차지하고 있지만, 희토류 광물 생산량은 60%, 자재 공급량은 무려 9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몇년 전부터 희토류 수출금지를 언급하며 미국 등을 압박해왔다. 중국이 이날 희토류 생산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첨단 산업 육성에 나선 미국 등을 압박하는 강도가 더욱 세졌다. 

최근의 자원민족주의는 석유·리튬·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 전쟁의 영향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가 전세계에 확산한 데 따른 반작용으로 보인다. 자원민족주의는 1970년대 오일 쇼크, 2010년대 글로벌 경제위기 등 경기침체 상황에서 주로 발생해왔다. 

■ ‘자원문’ 닫는 인니=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인 예다. 인도네시아는 2009년 제정한 신광업법을 지난해부터 시장에 본격 적용하고 있다. 신광업법의 골자는 광물 수출을 시기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월 한달 동안 석탄 수출을 중단했는데, 이 기간 석탄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국산 석탄 가격이 단기간에 7%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4월에는 식용유 재료인 팜유의 수출을 한 달 동안 금지했다. 지난해 4월 18일 팜유 선물 가격은 6031말레이시아링깃(약 176 원)에서 열흘 만에 7045링깃(약 205만원)으로 폭등했다. 

인도네시아는 2021년 기준 세계 팜유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팜유 생산량 중 수출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8년 인도네시아는 팜유 생산량의 68%를 수출했지만, 2021년에는 58%만 수출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주요 소재로 쓰이면서 몸값이 오르고 있는 니켈의 세계 1위 생산국도 인도네시아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량은 연 100만t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37%를 차지한다. 2위와 3위인 호주와 캐나다의 생산량을 다 합쳐도 연간 29만t으로 12%에 불과하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리튬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노리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미국·캐나다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멕시코는 2025년부터 발효되는 신북미자유무역협정(UAMCA)에서도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GM은 멕시코에 이미 1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증설했고, 혼다·폭스바겐그룹 등도 멕시코 전기차 설비 신설계획을 확정했다. 테슬라는 멕시코에 기가팩토리 구축을 검토 중이다. 멕시코가 리튬의 국유화를 선언한 이상 미국 시장을 노리는 전기차·배터리 회사들은 멕시코를 중요한 생산 거점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 미국의 강력한 우선주의=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2019년 이후 주도적인 대외정책으로 자리잡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당선된 후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며 다자주의 노선을 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경제 문제에서 미국은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진하게 띠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구호가 등장한 것은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다. 미국 우선주의는 100년 전에도 이미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사용하던 슬로건이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자원민족주의는 최근 내놓고 있는 법안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도 안보 관련 등의 이유로 첨단 기술의 수출입을 통제해왔는데, 이젠 자국산 제품의 의무 사용 등의 내용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8월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표면적으로 IRA는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 등에 7400억 달러의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론 자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나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로 최대 7500달러를 지원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IIJA)을 통해서도 감지된다. 미국은 인프라 투자에 1500조원 이상을 투입하면서 건설자재를 미국산 제품으로 써야 한다고 규정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지난 12일 세부 지침을 발표하고, 미국산 철강, 비철금속, 플라스틱, 유리, 광섬유케이블, 목재 건설자재로 미국산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못 박았다.

미국이 지난해 통과시킨 반도체 과학법(이하 반도체법)은 미국산 반도체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365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도록 정했다. 이 법안에 의해 세액공제 등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원을 받으면 중국에 10년 동안 투자할 수 없다는 세부 지침이 2월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 LG화학의 발빠른 행보=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자원민족주의 법안들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7일 미국에 위치한 광산회사 피드몬트 리튬과 구매 계약, 지분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발빠르게 미국산 원자재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2월 셋째주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미국 내에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자신들이 합작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되 기술 라이선스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IRA법을 우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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