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의 생각⓭
성실 납세자 기 살리기
성공 사다리 꼭대기로 가는 길
미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의 분석
살신성인형 인간 성공 가능성 높아
규제 많은 기부금 규정 바꿔야

A씨는 받은 것보다 베풀기를 더 좋아한다. B씨는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원한다. 자! 사회 통념상 누가 성공할 것 같은가. 대부분 B씨를 선택할 거다. 하지만 미국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A씨가 ‘성공의 사다리 맨 꼭대기에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일까. 이 주장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은 뭘까.

강자만 살아남는 21세기 경제체제에서 살신성인형 인간이 생존할 수 있을까.[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강자만 살아남는 21세기 경제체제에서 살신성인형 인간이 생존할 수 있을까.[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독한 자가 성공한다’란 속설을 뒤집고 ‘착한 자가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에 있다’라는 가설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미국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가 쓴 책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는 돈을 대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다음 3가지로 구분한다.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베풀기를 좋아하는 ‘살신성인형(Giver : G)’,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원하는 ‘적자생존형 (Taker : T)’, 그리고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자업자득형(Matcher : M)’이다. 언뜻 T형 인간이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에 있을 법하지만, 책의 결론은 다르다.

그랜트는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연구와 사례를 통해 실제론 G형 인간이 그 자리에 오른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증명하고 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승자독식)는 사회 통념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결론이지만, 시간의 지평선을 충분히 길게 잡고 호흡하면서 인생을 크게 보면 마지막 승자는 G형 인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착한 일을 많이 하는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는 동양 격언이나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복이 있다(It is more blessed to give than to receive)’는 성경 말씀도 성공 사다리의 윗자리는 G형이 자리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랜트는 책에서 자신의 정적政敵을 장관에 등용해 노예 해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을 대표적인 G형이라고 말한다. 분식회계를 통해 사리사욕을 챙기다가 들통이 난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의 창업자 케네스 레이는 T형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 재벌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그랜트의 주장을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사태에 적용하면 G형은 적극적으로 자선단체를 찾아 기부하는 사람이고, T형은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이며, M형은 튀르키예가 우리에게 준 만큼만 우리도 줘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특히 G형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시리아에 경제적 제재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시리아 지진피해 아동까지 도우려고 발을 동동 구른다.

이 지점에서 국가의 의무를 생각해본다. 사실 튀르키예는 지진을 대비하기 위해 1999년 ‘지진세(Earthquake tax)’를 도입했다. 개인의 휴대전화 사용료 등에 10%를 부가附加(added)하는 형태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재해 앞에선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결국 튀르키예는 지진세 이외에 개인의 기부금과 해외의 구호금으로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이고, 여기에 튀르키예 정부의 국운이 달려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재정이 열악하고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내전까지 겹친 시리아의 사정은 딱하기 그지없다.

국가 존립의 관건은 소프트웨어

국가의 존재 의미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있다. 관건은 방위력과 세금이다. 방위력이 하드웨어라면 세금은 이를 채우고 지탱하는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가 빈약하면 하드웨어는 ‘빈 수레’에 불과하다. 더구나 사회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세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대국가는 ‘세금국가(Tax state)’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우리나라도 튀르키예ㆍ시리아 지진 사태 못지않게 자연재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 사방을 둘러봐도 우리나라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하드웨어를 채우는 요체인 세금에 대한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국가에 필요한 공공재화公共財貨(국방ㆍ사회복지ㆍ교육 등)는 세금뿐만 아니라 기부금으로도 가능하다. 세율을 인상하면 세금저항이 거칠게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최악의 지진 사태를 겪은 튀르키예가 난관을 극복하려면 기부금과 구호금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최악의 지진 사태를 겪은 튀르키예가 난관을 극복하려면 기부금과 구호금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그런데 우리나라 세제상 기부금 규정은 G형 인간이 자부심을 느낄 만한 수준이 아니다. 선진국에 비해 규제와 간섭이 심하다. 오히려 기부를 방해할 정도다. 세액공제 혜택도 미미하다. 공익법인을 만들어서 좋은 일을 하겠다는데도 ‘사사건건’ 간섭하고 조사하겠다는 것은 시간의 지평선을 그저 1년 정도로 보기 때문이다. 

좀 더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단군 신화에 나오는 고조선의 건국이념이자 대한민국 교육법이 정한 교육의 기본 이념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추구하는 홍익인간이 바로 G형 인간이다. 우리나라 세제가 G형 인간의 증가에 공헌한다면,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엔 끝내 대한민국이 자리 잡을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acnanp@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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