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내멋대로 할인 1편
지난해 12월 연말 프로모션 진행
10~11월 소비자 “뒤통수 맞았다”
“할인 절대 없을 것” 딜러의 상술
하루 새 차 가격 20% 떨어지기도
차 일찍 구입하면 1000만원 손해

지난해 12월 폭스바겐코리아의 공식 딜러사들이 진행한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지난해 12월 폭스바겐코리아의 공식 딜러사들이 진행한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12월에 연말 할인 행사를 하지 않나요?” 폭스바겐 딜러사를 찾은 소비자 A씨가 물었다. 딜러사 측은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문이 있었지만, A씨는 딜러사가 제안한 할인율을 받아들였고, 신차를 구입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폭스바겐 측은 얼마 후 연말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할인율은 A씨가 받은 것보다 훨씬 높았다. 문제는 A씨와 같은 소비자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폭스바겐 할인 사태, 그 첫번째 편이다.

자동차 회사가 차값을 할인해줬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어찌 된 영문일까. 사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해 12월 수입차 브랜드 폭스바겐코리아가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시행했다. 덕분에 소비자는 2023년형 신차(▲티구안 ▲제타 ▲아테온 등)를 최소 5%에서 최대 24%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하디흔한 연말 세일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연말 프로모션 이전인 10~11월에 해당 차종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원성을 터뜨리고 있다. 연말 할인보다 낮은 할인율로 차종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계약 당시 딜러(판매사원)로부터 연말 할인 정보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한술 더 떠 “향후 신차에 프로모션을 적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란 딜러의 말을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한두달 차이로 1000만원 이상 더 비싼 가격에 차를 구입한 셈이다. 

10~11월 구매자들 중 일부는 피해자 모임(폭스바겐 사기판매 피해자 공동연대
이하 폭스바겐 공동연대)을 조직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 탓에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폭스바겐코리아 본사와 딜러사(판매점)에 기망欺罔의 책임이 있다며 사과와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기망이란 허위의 사실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하지만 폭스바겐코리아와 딜러사는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할인 프로모션은 딜러사의 재량”이라면서 “본사는 딜러사에 프로모션 지침을 별도로 내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딜러사도 분쟁을 피하기 위해 말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발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023년식 제타를 구입했다는 한 소비자의 말을 들어보자. “차를 구입한 지 한달도 채 안 돼서 동종 모델을 18% 할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사실을 알고 담당 딜러에게 연락하니 본인도 (프로모션 여부를) 몰랐다고만 대응했다.”

■ 의문➊ 법적 해결 어렵나 =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섣불리 소송에 나설 수도 없다. 법률상 소비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하다.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딜러가 소비자들에게 할인 여부를 고지해야 할 의무가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면서 “법적인 소송 요건이 성립하려면 원고, 이를테면 소비자들이 입증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쉽게 말해 폭스바겐코리아 본사가 딜러사에 ▲프로모션 고지를 했는지 안 했는지 ▲고지를 했다면 언제 했는지 ▲딜러사에 소속된 딜러들이 프로모션 여부를 알고도 적극적으로 기망 행위를 했는지 등을 소비자들이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거다. 

하 변호사는 “이를 위해선 기업이나 딜러사 내부 자료가 필요한데, 당사자들이 그런 것들을 내놓을 리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폭스바겐코리아 본사가 딜러사의 프로모션에 개입했다’는 명제를 팩트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황만으론 법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한편에선 이번 폭스바겐 프로모션 사태가 개인의 선택권을 둘러싼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법적 분쟁으로 따지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거다.

일리가 없진 않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업체들은 통상 연말에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소비자들이 ‘수입차는 연말에 사는 게 저렴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말까지 기다리면 할인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딜러의 말을 듣고 당장 차를 구입한 건 소비자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의문➋ 오로지 소비자 탓인가 = 하지만 할인 프로모션 이전 폭스바겐의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10월 2023년식 티구안 올스페이스 TSI 모델을 계약했다는 소비자 이석원(가명)씨는 “폭스바겐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 중 12월에 수입차 브랜드가 할인 판매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면서 “대부분 소비자가 혹시라도 12월에 할인 행사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딜러에게 몇번씩 묻고 확인한 뒤 차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당장 차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거다. 일견 합리적인 말처럼 들린다. 문제는 당시 소비자들은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환경에 있었다는 점이다. 빠른 계약
출고를 강권하는 딜러들의 영업 공세 탓이다. 

12월 할인 프로모션의 유무를 재차 묻는 소비자들 앞에 딜러들이 내놓은 답변은 한결 같았다. ‘절대 그럴 일이 없다’ ‘신차를 어떻게 할인해서 파느냐’ ‘지금 사지 않으면 차값은 더 비싸진다’ ‘계약을 미루면 물량이 없을 테니 서둘러 차를 구입해야 한다’.

이씨 역시 “당장 차가 필요하지 않아 12월에 인도를 받겠다고 했지만 딜러사에서 ‘빨리 받아라’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식으로 몰아붙여서 11월 12일 차를 받았다”고 밝혔다. 

할인 프로모션은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10~11월에 구매 계약을 했어도 12월에 차를 받으면 할인된 가격을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이씨에 따르면 폭스바겐 공동연대(피해자 모임)에 참여한 소비자 중 일부는 12월에 차를 인도받았는데, 이들 사이에서도 하루 이틀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딜러사에서 특정 날짜를 정해두고, 그 이전 출고자들은 프로모션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12월 출고자여도 5일에 차를 받느냐, 6일에 차를 받느냐에 따라 가격이 20% 이상 차이가 났다는 얘기다.

폭스바겐코리아 본사와 딜러사 양측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폭스바겐코리아 본사와 딜러사 양측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뿐만이 아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공식 딜러사 7개곳(▲클라쎄오토 ▲마이스터모터스 ▲아우토플라츠 ▲유카로오토모빌 ▲G&B 오토모빌 ▲아우토반 VAG ▲지오하우스)이 프모로션 경쟁을 벌이면서 차 가격이 ‘분 단위’로 널뛰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이씨는 “마치 비트코인 시세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엿장수 마음대로’인 딜러사의 프로모션 정책 속에서 과연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얼마나 있었을까. 이 질문의 답은 다음편에서 찾아가보자.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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