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허용한 금융당국
주가 등락이 말하는 STO 미래 
발행 허용 소식에 관련주 꿈틀
관련법 제정에 상당한 시간 필요
토큰증권 시장 활성화 성공할까

미술품·부동산·채권 등 어떤 자산이든 쪼개서 팔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금융당국이 증권형 토큰(STOㆍ이하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대감에 관련주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토큰증권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때문인지 토큰증권 관련주의 뜨거운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토큰증권 관련주를 통해 시장의 반응을 살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일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위원회가 지난 6일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난해 조각투자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11월 29일 조각투자에 증권성性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당시 금융당국은 미술품이나 한우 등의 지분을 쪼개서 파는 조각투자라도 여기에 서비스 계약(매각ㆍ손익 배분 등)을 결합하면 자본시장법상의 규제를 받는 투자계약 증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자산의 소유권을 판매하니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조각투자 업계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받으면 조각투자 사업을 영위하는 게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규제를 우회하려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야 했지만, 금융당국은 규제를 회피하는 게 목적이라면 혁신금융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런 조각투자 업계에 최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금융당국이 증권형 토큰(STOㆍ이하 토큰증권)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게 그 희소식이다. 

금융당국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토큰 증권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19일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개최하고 토큰증권 발행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김현주 금융위원장은 이날 “미래 기술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새로 마련했다”며 “우리 법 제도에서 허용하지 않았던 토큰증권의 발행을 허용하고, 안전한 유통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를 통해 금융위는 토큰증권을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본질이 증권이라면 가상자산을 활용해 발행했더라도 증권이라는 거다. 금융위는 토큰증권의 증권성性을 음식, 발행 형태를 그릇에 비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떤 그릇에 담더라도 음식은 바뀌지 않는다. 발행 형태가 달라진다고 해서 증권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쉽게 얘기해 지분증권·수익증권·투자계약증권 등 증권성 논란이 일었던 자본을 모두 자본시장법상 증권의 개념으로 보겠다는 거다. 이를 통해 증권의 토큰화는 물론 음원투자와 같은 투자계약증권을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하는 것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위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증권 여부를 판단해 후속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금융위의 토큰증권 허용 소식에 열광했다.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업계에 부활의 기회를 준 셈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주식시장이다. 토큰증권 허용 소식에 관련주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곳이 갤럭시아머니트리다. 전자결제 사업을 하고 있는 이 회사가 토큰증권 관련주로 엮인 건 자회사 덕이다. 갤럭시아넥스트라는 자회사가 디지털 자산을 NFT로 발행ㆍ유통ㆍ판매ㆍ관리하는 블록체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갤럭시아머니트리의 주가는 금융규제혁신회의가 열린 1월 19일 20.4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4775원었던 주가는 단숨에 5750원까지 상승했다. 다음 거래일도 13.22% 올랐다. 가파른 상승세에 주가는 1월 31일 8110원까지 치솟았다. 7거래일 만에 주가가 69.8%(3335원) 올랐다.

갤럭시아머니트리의 상승세에 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엠에스의 주가도 덩달아 상승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같은 기간 1830원에서 3360원으로 오르며 83.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른 토큰증권 관련주의 주가도 펄펄 끓었다.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소투’의 운영회사(서울옥션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서울옥션의 주가도 상승했다. 서울옥션의 주가는 19일 6.82%(1만6850원→1만8000원), 20일엔 17.5%(1만8000원→2만1150원) 올랐고, 1월 31일엔 2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투자기업 우리기술투자의 주가도 같은 기간 4500원에서 5230원으로 16.2% 상승했다. 우리기술투자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블록체인 업체 람다256(두나무 자회사)에 지분투자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 토큰증권 관련주로 묶였다. 

하지만 토큰증권 관련주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주가는 2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시장은 기대를 꺾지 않았다. 2월 6일 금융당국이 ‘토큰증권 발행ㆍ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면 또 한번의 상승세가 나타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예상은 빗나갔다. 갤럭시아머니트리의 주가는 금융위의 발표가 있던 6일 되레 소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금융위의 발표 직후 6.48%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갤럭시아머니트리의 주가는 지난 15일 6600원을 기록 중이다. 주가가 치솟았던 1월 31일(8110원)과 비교하면 18.6% 떨어진 수치다. 

우리기술투자의 주가도 지난 6일 0.79% 하락했다,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서울옥션의 주가도 지난 6일 0.89%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의 정식 발표 이후에 주가가 힘을 잃어버렸다는 거다. 금융당국의 토큰증권을 허용했지만, 시장이 활성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라는 게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시행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 6일 발표를 통해 올 상반기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을 개정한 후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토큰증권 시장을 테스트하는 등 단계적인 추진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큰증권의 안정적인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거다. 

심수빈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은 토큰증권의 장점과 투자자 보호의 균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토큰증권 인프라 마련과 법제화 등의 과정이 필요한 만큼 시장이 활성화하는 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양한 자산을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이 긍정적일까란 의문도 나온다. 미술품처럼 객관적인 가치를 매기기 힘든 자산을 토큰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의 허용으로 모든 자산을 쪼개서 팔 수 있게 됐다”며 “어떤 자산을 어떻게 팔지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기업들이 관련 토큰증권 시장에 뛰어들지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물꼬를 튼 토큰증권 시장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다는 거다. 

홍기훈 홍익대(경영학) 교수는 “금융당국이 토큰증권을 허용하면서 논란이 됐던 많은 투자처가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게 됐다”며 “토큰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고 성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STO로 불리는 토큰증권 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동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여곡절 끝에 허용된 토큰증권 시장은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시장의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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