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상한 택시 셈법➋ 
심야 승차난 해결 위한 정책
긍정적·부정적 효과 모두 불러
요금 인상·개인택시 부제 해제
법인택시 업계 상대적 위축돼
출혈경쟁과 폐업 위기 동시에

정부의 심야 승차난 완화 대책은 긍정적·부정적 효과 모두 가져왔다.[사진=뉴시스]
정부의 심야 승차난 완화 대책은 긍정적·부정적 효과 모두 가져왔다.[사진=뉴시스]

지난해 여름, 정부가 수개월 넘게 이어진 심야 승차난을 완화하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택시요금 인상부터 심야 할증 확대 적용까지, 택시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방책이 총동원됐다. 결과적으로 새벽 시간대 택시 운행량이 늘어나면서 승차난은 해소됐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소비자 부담 증가, 택시 시장의 공급 과잉이 또다른 악순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부의 이상한 택시 셈법, 두번째 편이다.

법인택시 회사들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파트1에서 살펴봤듯, 택시 공급난 해소를 위한 정부 대책(요금 인상ㆍ부제 해제)이 추진된 이후 택시 수요는 감소한 반면 개인택시 공급량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수요는 줄고 공급은 넘치고 있다는 거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법인택시도 ‘물량’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데, 방법이 마땅치 않다. 법인택시 회사 기사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신규 기사 채용은 여의치 않아서다. 신규 기사를 유입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출혈경쟁을 각오해야 한다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30년 넘게 법인택시 기사로 근무 중인 양정학 상록교통 노동조합위원장은 “신규 인력이 법인택시보단 처우가 더 좋은 물류 시장으로 가버린 영향도 있지만, 기존 기사들의 ‘노쇠화’ 역시 인력난의 심각한 원인”이라며 말을 꺼냈다.

그는 “법인택시 기사는 12시간 이상 운행을 해야 자기 손에 돈을 쥘 수 있는 구조”라면서 “나이가 든 사람들은 체력이 점점 떨어지니 일을 그만두고, 그렇게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법인택시 기사도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실 택시 공급난 해소를 위해 꺼내든 정부 정책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단점을 노출했다. 공급을 위해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부제’를 풀어 개인택시의 운행을 늘리면 상대적으로 법인택시가 위축된다. 이럴 때 수익을 창출하려면 법인택시도 공급량을 늘려야 하는데, 인력이 없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심각한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는 거다. 법인택시가 인력난을 해소하는 순간, 택시의 공급량은 더 늘고, 그럼 출혈경쟁을 빚는다. 가격 저항을 느낀 소비자가 택시를 타지 않으면 ‘택시 공급난 해소책’은 시장에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법인택시의 인력난을 조명해보자. 어쨌거나 법인택시 공급 부족은 심야 승차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왔다. 이를 바꿔 말하면, 그동안 밤 12시~새벽 4시 심야 운행을 책임진 건 다름 아닌 법인택시였다는 뜻이다.

법인택시 회사의 인력난은 또다른 택시 대란을 야기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법인택시 회사의 인력난은 또다른 택시 대란을 야기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통계를 살펴보자. 2021년 기준 서울 법인택시의 심야 운행 영업 건수는 총 5만1347건으로 개인택시(4만360건)보다 1만987건 더 많았다. 심야 시간대 총 영업 건수(9만1707건)에서 법인택시 운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56.0%)이 넘었다. 

이는 법인택시가 시민들의 심야 시간 이동에 중추 역할을 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정부가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법인택시 차고지 외 주차 및 근무교대 허용 ▲법인택시 기사 선先운행 후後자격 취득 제도화 ▲법인택시 리스제 도입 등의 유인책을 적용ㆍ검토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인택시 공급 확대란 측면에서 따져보면, 정부의 성과는 아직까지 미미하다.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단행했지만, 법인택시 회사에 새롭게 유입하는 인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22년 10월 2만428명이었던 법인택시 신규 운수종사자 수는 11월 2만365명→12월 2만599명→2023년 1월 2만415명→2월 6일 2만536명으로 큰 폭의 변화 없이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서울시 기준). 

이 때문에 법인택시 회사에는 운행 중인 택시보다 차고지에 멈춰 ‘놀고 있는’ 택시가 더 많은 실정이다. 당장 택시를 운행할 기사가 부족해서다. 서울 서부 지역에서 업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삼환운수(서울시 은평구 소재)’조차 택시가동률이 60%에 머물고 있다. 운수사의 택시 100대 중 60대만이 실제 운행에 쓰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성우 삼환운수 상무는 “그마나 우리 회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면서 “서울에만 250개 이상의 법인택시 회사가 있는데, 상당수 업체들의 택시가동률이 3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택시가동률이 떨어지면 법인택시 회사의 수익은 줄어든다. 택시 운행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은 감소하는데, 차량 유지ㆍ관리비를 포함한 고정비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기사들의 이탈은 막고 신규 종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회사가 그들의 처우를 개선해줘야 하는데, 이는 회사의 매출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가능한 일”이라면서 “정부가 요금 인상 등 나름의 대안을 내놨지만 법인택시 회사들이 직접적인 효과를 보기엔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심야 택시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은 되레 법인택시 회사들과 소속 기사들의 경영ㆍ운행 환경을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 기본ㆍ할증 요금 인상으로 인한 택시 수요 감소가 개인택시 부제 해제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공급 과잉 현상과 맞물리면서다. 현재로선 택시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타개할 만한 묘안이 없어 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런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정부는 택시요금 인상이나 부제 해제 등의 정책이 불러올 후폭풍을 예견하지 못한 것일까. 정책 부작용에 대비한 보완책은 마련해두지 않은 걸까.”

김현명 명지대(교통공학과) 교수는 “택시요금 인상 후 언제나처럼 (탈 사람은 타는) 수요탄력성이 유지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지금 택시 시장엔 정부의 예측을 벗어나는 수준의 수요 감소가 있는 것 같다. 관건은 정부가 수급 균형을 위한 적정선을 찾을 수 있느냐인데, 현재로선 그런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듯하다.”

김 교수의 말대로 정부는 제2, 제3의 시나리오를 고려하지 않은 걸까. 이에 관해선 파트3에서 다뤄 보겠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