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 활용한 탈세와 유용
별도 번호판 달겠다는 정부
번호판 ‘부의 상징’ 될 수도
등록 규제와 관리 의무 필요

윤석열 정부가 법인차에 전용번호판을 부착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올해 7월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눈에 봐도 법인차임을 알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정책의 의도다. 그러면 고가의 자동차를 법인차로 등록한 후 세제 혜택은 받을 대로 받으면서 사적으로 유용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까. 법인차의 진입로가 넓은데, 번호판만 바꾼다고 효과가 날까. 

국토교통부가 법인 명의 자동차에 전용번호판을 달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가 법인 명의 자동차에 전용번호판을 달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사진=뉴시스]

십수년 전만 해도 고급브랜드 자동차를 볼 수 있는 지역은 한정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어딜 가나 거리에 최고급 브랜드의 자동차가 넘쳐난다. 경기 침체 분위기와는 별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8년 1억원 이상의 수입자동차 등록대수는 2만6314대였는데, 2022년에는 7만1899대로 늘었다. 5년 만에 4만5585대(173.2%)나 증가한 거다. 해외 고급차 제조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자동차 시장은 규모가 작지만 꽤 쏠쏠한 시장인 셈이다.

고급 수입차가 늘어난 배경은 여러 가지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늘었을 수도 있고, 미래보다는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즐기려는 사람들이 수입차를 선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법인 명의의 자동차(이하 법인차)가 늘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신규 자동차 등록대수는 연평균 1.3% 감소했는데, 법인차 등록대수는 연평균 2.4%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법인차 소유 조건이 선진국에 비해 자유로운 편인 데다 혜택은 많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법인차는 구입비와 보험료, 유류비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할 뿐만 아니라 세금 감면 혜택도 받는다. 연간 최대 800만원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데, 운행기록부를 작성하면 그 혜택은 최대 1500만원까지 늘어난다. 그래서 일부 사업자는 비용처리를 위해 몇 년 타지도 않은 고급차를 수시로 바꾼다. 

문제는 법인을 운영하는 사업자의 상당수가 고급차를 법인차로 구입해 사적 용도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법인차에 주어지는 혜택을 생각하면 돈 많은 법인 사업자가 고급차를 법인차로 구매해서 탈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과세 형평성을 두고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법인차의 부작용이다. 

그래서 외국의 경우 애초부터 법인차 소유 조건을 까다롭게 해놓은 경우가 많다. 법인차의 정의와 규모, 역할에 관해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놓는 식이다. 일례로 미국은 주州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임직원용 법인차의 운행장부를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운행장부엔 누가, 언제, 왜, 얼마나 법인차를 사용했는지를 정확하고 성실히 기재해야 한다. 출퇴근용이나 경영인의 가족 등이 운행하는 건 금지다. 당연히 이를 어길 경우엔 상당한 벌칙이 뒤따른다. 싱가포르는 아예 법인차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법인 명의 자동차 전용번호판은 연두색이 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법인 명의 자동차 전용번호판은 연두색이 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서도 ‘업무용 자동차 공평과세’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진 2015년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법인차에 별도의 로고를 부착하고, 운행일지 작성을 강제해 무분별한 세제 감면 혜택을 막자는 의견들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국토교통부)가 최근 법인차 부작용을 막겠다면서 (법인차엔) 전용번호판을 달게끔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을 현실화하겠다는 거다. 전용번호판 부착 대상은 공공기관이나 법인이 구매하거나 리스한 자동차다. 국토부는 정책을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번호판 정책이 법인차의 사적 유용이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느냐다. 효과가 전혀 없을 것 같진 않다. 다른 번호판이 붙어 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어 최고급 슈퍼카를 법인차로 구매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전용번호판으로 눈총을 받게끔 하겠다는 전략은 또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칫하면 전용번호판 때문에 모든 법인차가 나쁘게 인식되는 ‘낙인찍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일부 기업은 직급별 법인차 차종을 지정해놓고 있고, 자체적으로 까다로운 운행 규정을 만들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착실히 잘 운영하고 있는 법인차까지 손가락질을 받게 하는 게 옳은 것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전용번호판을 다는 게 마치 부의 상징으로 여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게 되면 전용번호판은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전용번호판 제작 비용은 물론, 각종 제도 정리 비용도 발생한다. 과속단속기가 전용번호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법인차의 등록 자체를 규제하고 관리하는 의무 규정을 강력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활짝 열려 있는 ‘법인차 진입로’를 좁혀야 한다는 거다. 규정을 지키지 않을 때를 대비한 처벌 규정도 긴요하다. 법인차가 다양한 혜택을 받는 만큼 당연한 조치다. 

이런 규제가 특별한 것도 아니다. 많은 나라가 이와 비슷한 장치를 두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정립한 나라들이 많아 벤치마킹 대상은 차고 넘친다. 그런 면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고급차는 법인차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운행일지 의무화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면서 선의에 기대는 건 곤란하다. 국토부가 전용번호판 정책을 발표한 이후 논란이 커지는 이유다. 이럴 때는 오히려 검증된 방법을 통해 선순환 효과를 노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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