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자원민족주 위험한 시대➋
리튬 수입단가 오른 시점 살펴보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급등
장기공급계약도 리스크 못 막은 셈
제련ㆍ체굴 장악한 중국 쥐락펴락
수급 구조 개선에 정부 역할 필요
정권 바뀌어도 유지될 틀 있어야

지난해 3월 이후 리튬 수입가격이 폭등했다. 전월 대비 가격은 4배가량 올랐다. 그저 국제 리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국제 리튬 가격은 이미 8개월 전부터 올랐는데, 국내에 반영된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였다. 이를 달리 설명하면 리튬 가격을 움직인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다는 건데, 그건 바로 중국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광물 전쟁 2편 ‘중국 리튬 공급망 석권 비결’을 살펴봤다.

중국은 제련기술과 채굴시장 진출로 리튬 공급망을 장악했다.[사진=뉴시스]
중국은 제련기술과 채굴시장 진출로 리튬 공급망을 장악했다.[사진=뉴시스]

광물 전쟁 1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배터리 산업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후방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가들이 리튬 패권을 쥐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의 현재 원자재 수급은 괜찮은 걸까. 파트1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질문 역시 리튬을 중심으로 풀어보자.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리튬은 크게 수산화리튬, 산화리튬, 탄산리튬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건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이다. 따라서 이 두가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췄다. 

수산화리튬은 주로 중국(82.1%ㆍ2022년 수입량 기준)과 칠레(14.2%)에서 수입한다. 나머지는 러시아(2.3%)와 미국(1.3%)에서 들여온다. 수입량은 2018년 1만2301톤(t)에서 지난해 7만870t으로 늘었다. 연평균 50% 이상 증가했다.

t당 평균 수입단가는 2018년 1만8247달러에서 2021년 1만236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5만1654달러로 치솟았다. 1년 만에 4.2배나 올랐다. 올해 1월 평균 수입단가는 7만6556달러였다. 

탄산리튬의 주요 수입처는 칠레(84.5%)다. 중국(7.8%)과 아르헨티나(6.8%)에서도 들여온다. 탄산리튬의 지난해 수입량은 4만8532t이었다. 2020년(3만1233t) 이후 수입량이 증가했지만, 수산화리튬만큼 크게 늘진 않았다.

다만, t당 평균 수입단가는 수산화리튬과 마찬가지로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평균 수입단가는 3만5864달러였는데, 2021년(9337달러)보다 3.8배 비쌌다. 올해 1월 평균 수입단가는 4만7345달러였다. 

■ 장기 공급계약의 한계 = 통계에서 눈에 띄는 건 두가지다. 무엇보다 수입단가가 급격하게 올랐다. 수입처의 쏠림 현상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먼저 수입단가는 왜 이렇게 오른 걸까. 단순히 “국제 가격이 상승한 탓”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국제 리튬 가격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수직 상승했고, 탄산리튬의 경우 2022년 2월에 이미 2021년 7월 평균 가격의 400% 넘게 올랐다. 하지만 수입단가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2022년 2월 월평균 수입단가는 2021년 6월보다 9.92% 오르는 데 그쳤다.

상황이 급반전한 건 3월부터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3월 수입단가가 전월보다 260%가량 올랐다. 국제 가격이 상승세에 접어든 지 8개월 만에, 그것도 한번에 반영된 셈이다. 

이 지점에선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원자재는 주로 장기 공급계약 방식으로 수입된다. 배터리 관련 업체들도 그렇게 설명해왔다. 그게 사실이라면 수입단가가 이처럼 크게 출렁여선 안 된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수입단가는 급등했다. 장기 공급계약이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거다.

그 이유가 뭘까. 여기서 이런 추론을 해볼 수 있다. “리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전쟁이 터지자 수급 불안감이 시장을 강타했다. 수요자들은 리튬 수급을 우려해 비싼 가격에 경쟁적으로 수입량을 늘렸다. 따라서 평균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리튬을 사들였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리튬 공급처들의 지위가 더 올라갔고, 장기 공급계약에도 변수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배터리 관련 업계 관계자도 “지난해 수급 우려로 인해 수입량을 더 늘린 게 사실”이라면서 “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장 비싸더라도 물량을 더 확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장기 공급계약이 어떻게 맺어져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계약만으로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는 힘들다는 방증이다. 

■ 수입처 쏠림의 굴레 = 수입처 쏠림 현상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통계에서 보듯 수산화리튬은 중국, 탄산리튬은 칠레의 의존도가 압도적이다. 다른 원자재 의존도 역시 리튬과 크게 다르지 않다. 흥미로운 건 공급처 의존도가 수입단가와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탄산리튬의 경우 2022년 t당 평균 수입단가는 3만5863달러였는데, 전체 수입량의 84.5%를 차지한 칠레산 탄산리튬 평균 수입단가는 전체 평균보다 낮은 3만3278달러였다. 반면 수입 비중이 7.8%였던 중국산 탄산리튬 평균 수입단가는 칠레산보다 두배 높은 6만7020달러였다.

수산화리튬도 마찬가지다. 수입 비중이 14.2%인 칠레산 수산화리튬의 t당 평균 수입단가는 3만9064달러였는데, 수입 비중이 82.1%인 중국산 수산화리튬의 평균 수입단가는 5만5281달러였다. 수입 비중과 무관하게 중국산 리튬 가격이 훨씬 높게 책정돼 있다. 중국이 리튬 가격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거다. 

중국의 리튬 매장량이나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산업 구조 때문이다. 리튬을 사용하려면 제련製鍊(광석을 녹여 필요한 재원을 추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리서치기업 BNEF(블룸버그ENF)에 따르면 현재 이 시장의 65.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수산화리튬 제련 시장 점유율은 75.0%로 더 높다.

리튬 시장의 주요 1차 수요자가 중국이고, 우리나라는 2차 수요자라는 얘기다. 업계는 세계 채굴 시장 역시 중국이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참고: 중국은 자국의 리튬 제련 기술 유출을 막고 있다.]

통계를 종합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원자재 수급 구조는 곱씹어볼 점이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공급망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가격을 좌우한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갑작스럽게 4~5배의 가격을 주고서라도 원자재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리스크는 여전해 보인다. 러시아-우크라 전쟁을 기점으로 수입단가가 껑충 뛰어오른 건 장기 공급계약의 허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고 당장 이런 구조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제련시장에 뛰어들면 좋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원자재 가공 기술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원자재 수급 구조 개선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나서기엔 쉬운 시장이 아니다”면서 “세계 각국 정부가 원자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최근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내놨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최근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내놨다.[사진=뉴시스]

그래서일까. 정부는 최근 나름의 전략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27일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발표했다. 리튬ㆍ니켈ㆍ희토류 등 국가 핵심광물 33종을 선정해 2030년까지 특정 국가의 수입 의존도를 50%대로 낮추고, 재자원화(핵심광물 회수)를 20%대로 올려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핵심광물 비축일수 확대, 비축물자 신속 방출제도 도입, 핵심광물 부국과의 광물안보파트너십(MSP) 체결로 해외자원개발 진출 기회 획득, 해외자원개발 활성화를 위한 금융지원과 세제지원, 원자재 재활용을 위한 순환체계 확립, 핵심광물 산업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 ESG를 고려한 친환경 선광ㆍ제련 고도화와 핵심광물 대체재 기술개발 강화 등 의미 있는 내용들이 꽤 많다.

구체적인 사업들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방향성 자체는 잘 잡고 있다는 얘기다. 제대로만 하면 앞서 통계로 살펴본 허점들을 메울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얼마만큼 낼 수 있느냐다. 더구나 우리는 ‘자원외교전략’이 실패하거나 부패와 연결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임지훈 GVC 산업분석 TF 연구원은 이렇게 조언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자원개발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다. 오래 걸리는 일인 만큼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 가능한 틀을 잡아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 했다가는 또다시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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