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CEO 최종후보 확정
구현모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경림
‘디지코 KT 2기’ 이끌 적임자 평가
정치권에선 ‘구현모 아바타’ 지적
외풍에 기업가치 흔들린 KT
차기 CEO 선출하고도 숙제 쌓여

KT의 새 사령탑이 정해졌다.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다. 윤경림 대표 내정자는 인수ㆍ합병(M&A)과 투자 업무를 총괄해왔다. ‘디지코 2기’를 이끌 적임자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다만, 외풍 논란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점은 문제다. 윤 내정자가 정치권의 노골적인 압박 끝에 연임을 포기한 ‘구현모 현 대표의 복심’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KT가 차기 CEO로 윤경림 사장을 내정했다.[사진=뉴시스]
KT가 차기 CEO로 윤경림 사장을 내정했다.[사진=뉴시스]

우여곡절 끝에 KT의 차기 CEO가 확정됐다. KT는 지난 7일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내정했다. KT 이사회는 이날 오후 차기 KT 대표 최종후보군으로 선정된 4인의 면접심사를 진행했다.

심사 대상자는 윤 내정자를 포함해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이었다. 그 결과, 이사 전원 합의로 윤 내정자를 차기 대표 후보로 낙점했다.

윤 내정자는 3월 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승인을 받으면 정식으로 차기 대표에 오른다.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업계는 승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표 대결의 관건은 57.36%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인데, 이들은 경영 연속성 측면에서 윤 내정자의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다. 윤 내정자는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막중한 임무를 맡아왔다. KT에서 국내외 기업 투자와 인수ㆍ합병(M&A)을 담당하면서 여러 건의 빅딜을 성사시켰다. 최근 몇년간 KT의 실적 개선을 이끈 ‘디지코 전략’의 계승자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 내정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면서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함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와 ESG 경영 강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 변수❶ 싸늘한 시선 = 차기 CEO가 정해지면서 잠시 멈췄던 KT의 ‘경영시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 내정자가 그릴 KT의 미래 청사진도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간 미뤄졌던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발빠르게 진행돼 내부 혼란이 어느 정도 정리될 수도 있다. 

윤경림 내정자가 정치권의 압박을 어떻게 이겨내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사진=뉴시스]
윤경림 내정자가 정치권의 압박을 어떻게 이겨내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KT가 넘어야 할 고개는 까마득하다. 정치권이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말부터 가동된 KT의 차기 CEO 선임 프로세스는 국민연금과 여권의 반대에 부딪혀 시시때때로 공전했다. “선임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국민연금의 지적을 받아들여 KT 이사회가 ‘완전 공개경쟁’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에도 정치권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일례로, KT CEO직에 도전한 33명 중 4명의 면접 대상 후보자가 추려졌는데, 정치권은 4명 모두 KT 전ㆍ현직 임원 출신이라는 점을 걸고 넘어졌다. 지난 2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등 7명의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KT 출신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렸다”면서 “KT 차기대표 인선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도 같은 날 “공정ㆍ투명한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도덕적 해이로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며 거들었다. 4인 중 누가 최종후보에 오르더라도 납득할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더구나 이번에 최종후보로 선임된 윤 내정자를 콕 집어 비판하기도 했다. 박성중 의원은 윤 내정자를 ‘구현모 대표의 아바타’로 지칭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윤 내정자는 구 대표 친형의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에 지급 보증을 서주는 등 업무상 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현대차 부사장이던 윤 내정자가 이를 성사시킨 공을 인정받아 KT에 합류했다는 구설수도 있다.”

■ 변수❷ 잠재적 위험요소 = 이런 압박은 윤 내정자가 3월 주총에서 선임되더라도 KT의 잠재적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은 KT를 비롯한 이동통신3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요금체계, 지원금, 고객 지원 등과 관련해 담합하거나 불공정 거래를 꾀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KT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두고도 조사에 나섰다. 사정당국의 칼날이 윤 내정자를 비롯한 차기 경영진에게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 정부 입김에 휘둘리면 KT의 기업가치가 출렁이게 된다. 이미 KT의 주가는 올해 들어 8.88%(3월 7일 종가 기준) 하락한 상황이다. 증권가의 시선도 비슷한 듯하다. 하나증권은 “어떤 시나리오로 가더라도 KT 신임 CEO 1년 차 투자는 피하는 게 좋다”면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로의 교체 매수를 추천했다.

과한 고정비용과 잦은 경영 정책 변화에서 기인한 신뢰도 저하를 KT의 취약점으로 꼽았다. 목표주가도 4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끌어내렸다. 차기 CEO를 내정했는데도, CEO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다는 거다. 

윤 내정자가 소감문을 통해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과연 KT 윤경림호號는 순항할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