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이석구號 출범 3년
매출 늘었지만 수익성 악화
공격적 출점 전략의 부메랑
스벅 성공신화 이을 수 있을까

“스벅 성공신화는 과연 자주로 이어질까.” 2020년 이석구 전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CK컴퍼니)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JAJU)’ 사업부문 대표로 선임되자 업계 안팎에선 기대감이 모아졌다.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는 2020년 매출액 5000억원을 목표로 삼았지만,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석구 대표가 키를 잡은 지 2년여가 흐른 지금, 자주는 매출액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 뷰티에 이어 생활용품을 주요 사업 축으로 삼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 뷰티에 이어 생활용품을 주요 사업 축으로 삼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생활용품 시장이 각광받기 시작한 때다. 당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주 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스타벅스(현 SCK컴퍼니)를 이끌었던 이석구 전 대표를 부문 대표로 선임했다.

지난 11년(2007~2012년)간 스타벅스를 이끌었던 이 대표를 통해 자주 사업부문을 키울 계획이었다. 업계 안팎에 기대감이 나돌았다. 스타벅스의 모바일 주문 시스템인 ‘사이렌 오더’를 개발해 역수출하고, 매출액 1조원(2016년) 시대를 열어젖힌 주인공이 이 대표였기 때문이다.

기대감은 일단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1조553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넘어선 1153억원을 냈다. 

회사 측은 “패션, 뷰티, 생활용품(라이프스타일)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면서 “자주 사업부문에선 파자마·언더웨어·친환경 생활용품 등 전략 상품의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에 이어 자주에서도 ‘이석구 리더십’이 통한 걸까. 

■ 빛-외형적 성과 = 일단 외형적 측면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점포 수가 2019년 174개에서 248개(2022년 3분기 기준)로 늘었다. 이마트 내에 입점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자주를 전면에 내세운 게 주효했다. 실제로 로드숍·복합쇼핑몰·아울렛 등에 위치한 자주 매장 수는 같은 기간 33개에서 100개로 증가했다.

점포가 늘면서 매출도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의 추정치에 따르면, 자주의 매출액은 2019년 2173억원에서 2022년 2673억원으로 23.0% 커졌다.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출점한 결과다. 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중요한 성과다.

2010년 이마트의 PB(Private Brand)였던 ‘자연주의’를 인수해 ‘자주’로 리브랜딩(2012년)했지만, 성장이 정체 중이었기 때문이다. 2020년 매출액 5000억원 시대를 열겠다는 밑그림도 물 건너간 지 오래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체 중이던 매출액을 끌어올린 건 성과임에 틀림없다. 

■ 그림자-내실 악화 = 그렇다고 이석구호號가 좋은 성적표만 남긴 건 아니다. 수익성이 더 나빠졌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2020년 적자로 전환한 자주 사업부문은 지난해에도 5억원대(메리츠증권 추정치) 영업적자를 냈다. 공격적인 출점에서 기인한 비용 증가가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실 점포도 늘어났다. 지난해엔 김포 장기점, 서울 이대역점·당산역점·마리오아울렛점, 동탄 능동역점 등 주요 거점 점포가 줄줄이 철수했다. 폐점 점포 중엔 2020~2021년 개점한 신규 점포도 적지 않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효율 점포를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얼마 전에 론칭한 점포가 단기간 내에 폐점했다는 건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새롭게 진행 중인 사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주의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자주는 지난 2월 뉴욕 유명 아티스트 ‘커티스 쿨릭(Curtis Kulig)’과 콜라보레이션한 ‘러브(Love)’ 컬렉션을 출시했다. 최근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친환경’이나 ‘건강’ 이슈도 좇고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기 위해 지난해 2월 ‘코튼 메이드 인 아프리카’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건 단적인 예다.

코튼 메이드 인 아프리카는 지속가능한 면화 생산을 위해 아프리카 농부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 표준이다. 이를 통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5년까지 자주 의류 70% 이상을 지속가능한 제품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엔 비건 화장품, 친환경 생활용품을 필두로 한 ‘웰니스(wellness·웰빙+건강+행복)’ 라인을 출시했다. 이어 11월엔 경기도 부천에 ‘자주 웰니스’ 특화 매장까지 열었다.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에 새로움을 더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면서 “디자인과 품질이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도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건 신사업의 성과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얘기가 된다. 다양한 카테고리를 키우고 있는 자주가 경쟁 브랜드 대비 명확한 메리트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석구 자주 대표. [사진=뉴시스]
이석구 자주 대표.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자료|더스쿠프] 
[사진|뉴시스, 자료|더스쿠프] 

일례로 자주가 전략 상품으로 삼은 파자마·언더웨어의 경우 ‘유니클로’ ‘스파오’ 등 SPA 브랜드가 앞서가고 있다. 생활용품 분야에선 가성비를 앞세운 ‘다이소’ ‘모던하우스’ 등과 경쟁해야 한다. 다양한 시도에 앞서 자주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유통컨설팅업체 김앤커머스의 김영호 대표는 “자주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명확한 이미지가 없다는 점이 한계로 보인다”면서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스타벅스’ 하면 떠올리는 특유의 분위기나 이미지와 같은 ‘아이덴티티’가 자주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미국에서 성공한 브랜드를 들여온 스타벅스와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새롭게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자주는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건 상당히 중요한 작업이다.” 

자주 사업부문은 올해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자주 웰니스’ 특화 매장을 올해 1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잠정 보류했다. ‘공격적 출점’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전략을 선회한 ‘이석구호’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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