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붐비기 시작한 영화관
영화관 즐거운 비명 속 숙제
오를 대로 오른 영화관 티켓값
코로나19 핑계로 50%가량 인상
실적 개선에도 가격 내릴 계획 없어

# 6만원. 성인 4인 가구가 주말에 영화 1편을 보는 데 드는 비용입니다. 요새 볼만한 영화가 많다곤 하지만 예전만큼 맘 편히 보기가 쉽지 않은 건 코로나19 국면에서 오를 대로 오른 티켓값 때문일 겁니다. 당시 영화관 3사는 적자를 핑계로 대기도 했죠.

# 문제는 엔데믹(풍토병·endemic) 시대가 열리고, 실적 역시 개선됐는데도 영화관 3사가 티켓값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영화 티켓값의 문제점을 살펴봤습니다.

영화관이 관객으로 다시 붐비고 있지만 영화관 3사는 올렸던 티켓값을 내리지 않고 있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영화관이 관객으로 다시 붐비고 있지만 영화관 3사는 올렸던 티켓값을 내리지 않고 있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고대하던 엔데믹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영화관에 다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개봉한 아바타2는 누적 관객 1079만842명(3월 7일 기준)을 기록해 ‘1000만 관객 영화’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영화관에 부는 훈풍은 아바타2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401만7772명·이하 3월 13일 기준)’ ‘스즈메의 문단속(103만6664명)’ 등이 바통을 이어받아 순항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올 1~3월 관객 수는 699만4526명으로 전년 동기(449만8427명) 대비 55.4% 증가했습니다. 영화관 티켓 매출도 같은 기간 72.1% 늘어난 734억95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영화관이 활기를 되찾은 건 좋은 소식입니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티켓값입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현재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영화관 3사의 티켓값은 평일 기준 1만4000원,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엔 1만5000원입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이전인 2019년 가격(평일 1만원·주말 1만1000원)보다 4000원 더 비쌉니다.

3년 새 티켓값이 40% 오른 셈인데, 2014년(9000원)부터 2019년(1만원)까지 5년간 겨우 1000원 올랐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승폭이 무척 가파릅니다. 2019년 대비 2022년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2%(통계청)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습니다.

해외 국가와 비교해봐도 한국의 티켓값 상승률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상위 20개국 중 한국의 영화 관람료 상승률은 13.9%(2019년 대비 2021년 기준)로 캐나다(18.8%)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영화관 측에서 티켓값을 올린 이유는 있습니다. 시계추를 잠시 코로나19 국면이던 2020년으로 되돌려보겠습니다. 밀폐된 공간인 영화관은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산업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영화관을 찾는 소비자의 발걸음이 뚝 끊겼고, 영화관 업체들은 크게 휘청거렸습니다. 2019년 7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CJ CGV가 이듬해엔 2036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2020년 영업적자도 각각 699억원, 1385억원에 달했죠. 인력과 상영관 수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 봤지만 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습니다.

[자료 | 영화진흥위원회, 사진 | 뉴시스]
[자료 | 영화진흥위원회, 사진 | 뉴시스]

그러자 영화관 3사는 궁여지책으로 티켓값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업계 1위인 CJ CGV가 선제적으로 티켓값을 올리면, 나머지가 따라가는 형식으로 말이죠. 2020년 10월 CJ CGV가 1만원(이하 평일 기준)이었던 티켓값을 1만2000원으로 2000원 인상한 게 시작점이었습니다. 2021년엔 1만3000원, 지난해 4월 1만4000원으로 또한번 올렸죠. 당시 영화관 3사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해야 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효과가 있었는지 CJ CGV의 경우, 매출이 2021년 7363억원에서 지난해 1조2916억원으로 75.4% 증가했고, 영업적자는 2414억원에서 560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구체적으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직후인 지난해 2분기부터 상황이 좋아졌습니다. 영업적자가 549억원(1분기)에서 162억원으로 70.4% 줄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두 영화관 업체도 상황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롯데시네마 운영사인 롯데컬처웍스는 영업이익 10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영업적자 357억원) 대비 462억원 증가했고, 메가박스 역시 같은 기간 162.4% 늘어난 59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가격 오르고 서비스 질 떨어지고

문제는 실적이 몰라보게 개선된 상황에서도 영화관들이 가격을 내릴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영화관이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건 소비자들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2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444원이었던 영화관 평균 관람요금은 지난해 1만49원으로 19.0% 상승했습니다. 영화관 관람 비용이 1만원을 넘긴 건 2008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전국 단위로 통계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보복 소비로서 영화관 산업에 많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급격히 오른 티켓값이 알게 모르게 소비자의 가계 부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심리학) 교수도 “영화관은 국민들이 가장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여가공간”이라면서 “티켓값이 올랐다면 문화 증진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라도 할인 혜택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가격이 올랐음에도 서비스 품질은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영화관 3사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영화관 직원을 대폭 감축했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10월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관 3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화관 3사 직원 수는 1만2082명에서 5549명으로 54.9% 급감했습니다. 영화관람을 돕는 직원 수가 줄었으니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CJ CGV의 경우 영화관 고용 인원을 2020년 2610명에서 지난해 3분기 3458명까지 늘리긴 했습니다만, 예전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회복하기엔 아직 충분치 않은 듯합니다.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과 잇따른 흥행작의 등장으로 영화관 산업은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습니다. 긴 불황에 시달리던 영화관 3사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숙제는 비정상적으로 올린 티켓값을 언제 ‘정상화’하느냐입니다. 지금까지 영화관 3사의 고통을 소비자들이 분담해온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과연 영화관은 티켓값을 내릴까요? 아니면 이대로 모르쇠로 일관할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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