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조감도 공개 1년
尹 주장처럼 국민과 가까워졌나
용산국립공원 5월 개방 계획
대통령실 앞 울타리 안쪽 미개방
시범공개 때보다 개방 범위 줄어
청와대보다 사실상 더 멀어
尹 참조했던 백악관보다도 멀어
도어스테핑 더 이상 진행 안 해
청와대 시절과 뭐가 달라졌을까

# 치열했던 대선이 끝난 후 10여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타나 ‘조감도’를 펼쳐놓은 채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일하고 있는 모습과 공간이 국민들께서 공원에 산책 나와서 얼마든지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정신적인 교감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국민과 한발짝 더 가까운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 대통령의 목표를 ‘대통령실 개방’으로 실현하겠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백악관의 예를 들었다. “최소한의 범위에만 백악관같이 낮은 울타리를 설치하고 시민들이 가까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
 그로부터 1년, 대통령실은 정말 우리에게 가까워졌을까. 더스쿠프가 아직도 굳게 닫혀 있는 대통령실 주변을 다시 한번 가봤다.

국민 가까이 있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용산 대통령실 앞 용산 공원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공개된다.[사진=뉴시스]
국민 가까이 있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용산 대통령실 앞 용산 공원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공개된다.[사진=뉴시스]

2022년 6월 10일~26일, 120년간 닫혀 있던 땅이 약 보름간 열렸다. 이때 시범으로 열린 땅은 미군 부지로 쓰이던 용산 공원이었다. 시범 기간 방문한 시민은 2만2000명에 달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용산 공원의 전면 개방은 2022년 9월이 목표였다. 

닫힌 땅을 열겠다는 플랜이 나온 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맞물렸다. 2022년 3월 10일. 대선이 끝난 직후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첫 대면에서 ‘제왕적 대통령 이미지를 지우고 국민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그가 선택한 것 중 하나가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거였다. 완전히 새로운 제안은 아니었다. 청와대에서 나와 국민 가까이에서 근무하겠다는 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희망 사항이기도 했다. 다만,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의 위치가 뜻밖이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언급되던 광화문이 아닌 용산이었다.

윤 대통령은 ‘광화문은 번잡스러워 국민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후보에서 제외하고, 용산에 있는 국방부 청사를 새 집무실로 선택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언론 앞에서 ‘국방부 조감도’까지 준비하는 열의를 보였다. 국방부 남쪽에 있는 미군 부지의 반환 절차가 끝나면 공원으로 만들어 개방하겠다는 거였다. 그러면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청와대 시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란 희망도 제시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흘렀다.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던 윤 대통령의 청사진은 얼마만큼 그려졌을까. 

■ 이슈❶ 용산공원과 대통령실 = 결론부터 말하면, 2022년 9월 개방하겠다는 계획은 미뤄졌다. 개방일은 취임 1주년인 2023년 5월로 예정됐다. 이유는 여럿인데, 그중 하나는 미군이 쓰던 땅을 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잔디 이식 작업 등의 방법으로 미군이 사용하던 ‘오염된 부지’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걸 최소화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용산공원의 개방을 미루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됐다.

다만, 이 지점에선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용산공원이 열려야 대통령실 앞까지 방문도 쉬워진다는 걸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전에 윤 대통령의 청사진부터 다시 한번 살펴보자. 윤 대통령은 2022년 3월 2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경우 바뀔 국방부의 모습을 조감도를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그림❶ 속 빨간 선으로 표시된 곳은 조감도상 울타리 설치 구역. 현재 설치된 울타리는 대통령실 관할과 국토부 관할이 나뉘는 기준이다.[사진=뉴시스]
그림❶ 속 빨간 선으로 표시된 곳은 조감도상 울타리 설치 구역. 현재 설치된 울타리는 대통령실 관할과 국토부 관할이 나뉘는 기준이다.[사진=뉴시스]

조감도 속 그림❶을 보자. 크기가 다른 두개의 원이 겹쳐 있는 ‘대통령실 앞뜰’은 안쪽의 작은 원까지 일반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윤 대통령은 지시봉으로 해당 구역(작은 원)을 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국방부 구역도 일부 개방해서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이 청사 (주변에) 최소한의 범위 내에만 백악관같이 낮은 담ㆍ펜스를 설치하고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자! 윤 대통령의 말을 그림을 보면서 좀 더 쉽게 풀어보자.  주황색 반원 속엔 수많은 사람이 보인다. 여기는 5월에 개방 예정인 구역으로, 국토부 관할이다. 빨간선은 울타리를 지칭하는데, 그 윗부분은 대통령실(당시 국방부) 관할이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백악관같이 낮은 담ㆍ펜스를 설치하고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려면 빨간색 울타리를 경계선으로 삼아야 한다.  

문제는 울타리 안쪽 부분을 어디까지 개방하느냐다. 2022년 6월 시범 개방 당시엔 울타리 안쪽의 일부 구역을 열었다. 추가 신원 확인 절차가 있긴 했지만,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게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취지는 어느 정도 실현됐다.  

하지만 현재 계획은 다르다. 울타리 남쪽(아랫부분)은 2023년 5월 개방할 계획이지만, 북쪽(윗부분)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울타리 안쪽은 개방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시범개방했을 때보다 개방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거다.  그럼 울타리 안쪽을 개방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이슈❷ 울타리 남북의 땅 = 이 질문을 풀어보자.  울타리 남쪽은 ‘사우스포스트(미군 기지)’라고도 불린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용산국립공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로 그곳이다. 당시에도 ‘용산국립공원’의 개방을 놓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미군이 사용하면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할지를 둘러싼 문제 때문이었다. 

2019년 당시 국토부는 “일부 지역이 오염됐다는 것을 이유로 국민 이용을 장기간 제한하기보단 오염실태를 조사한 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지역은 국민이 쓸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용산국립공원을 최대한 빨리 개방하려 했던 건 이전 정권이든 현 정권이든 마찬가지였다는 얘기다. 

이번엔 대통령실 관할인 울타리 북쪽(안쪽)을 보자. 언급했듯, 2022년 6월 임시 개방 당시에는 추가적인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울타리 안쪽까지 들어갔지만, 현재 계획은 ‘미개방’이다. 용산국립공원(사우스포스트)처럼 토지 정화 등의 이슈가 있는 건 아니다. 대통령실의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울타리 안쪽의 일부 구역을 지정해 개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점에선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오는 5월 용산국립공원이 개방되더라도 울타리까지만 갈 수 있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마치 백악관처럼 쉽게 볼 수 있을까. 또 청와대보다 가까워진 건 맞을까. 

그림❷ 속 백악관 중앙 관저에서 북쪽 울타리까지는 약 70m, 남쪽 울타리까지는 약 230m다.[사진=구글어스]
그림❷ 속 백악관 중앙 관저에서 북쪽 울타리까지는 약 70m, 남쪽 울타리까지는 약 230m다.[사진=구글어스]

■이슈❸ 대통령실과 백악관 =먼저 그림❷를 살펴보자.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인 백악관은 워싱턴 D.C의 평지에 자리 잡고 있다. 보안 설비를 설치한 검은색 울타리(펜스)가 백악관을 둘러싸고 있다. 그 옆으로 길을 걷는 평범한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백악관을 촬영할 수 있다. 백악관에서 가장 가까운 펜스까지의 거리는 70여m. 도보로 1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

그럼 용산 대통령실과 울타리 밖 국민 사이의 거리는 윤 대통령이 공언했던 것처럼 백악관만큼 좁혀질 수 있을까. 확신하기는 어렵다. 현재 대통령실과 용산 시민 공원에 접근하는 게 어려운 만큼 구글 어스 위성 사진을 통해 거리를 가늠해봤다. 용산 공원 시범 개방 당시 검은색 울타리(펜스)가 쳐져 있던 지점은 대통령실(국방부 건물)로부터 직선거리로 360m 정도 떨어져 있다. 백악관 70m와는 비교가 안 된다. 

■ 이슈❹ 대통령실과 청와대 = 그럼 청와대보단 국민과 더 가까워진 걸까. 이번엔 그림❸을 통해 청와대와 비교해보자. 청와대와 경복궁을 가르는 도로인 청와대로路는 지난 50년간 오후 8시 이후 통행이 금지된 곳이었다.

그러던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통행금지를 해제해 지금은 다른 평범한 도로처럼 24시간 접근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로부터 청와대까지의 거리를 계산해보면 직선 280m로 용산 대통령실부터 대통령실이 관리하는 구역인 울타리 안쪽 경계까지의 거리 350m보다 되레 짧다. 

추가로 고려할 부분도 있다. 백악관과 청와대는 일반 시민이 이용하는 도로와 비슷한 ‘고도高度(높이)’에 있다. 서 있는 시점에서 올려다볼 필요가 없다. 반면, 대통령실은 공원보다 15m가량 위에 있어 접근하려면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실제 직선거리보다 더 멀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보여줬던 ‘그림’에는 이런 고도를 체감할 수 없다. 마치 울타리만 넘으면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림❸을 보자. 청와대 본관에서 청와대로까지 직선 거리는 약 280m다.[사진=구글어스]
그림❸을 보자. 청와대 본관에서 청와대로까지 직선 거리는 약 280m다.[사진=구글어스]
마지막으로 그림❹를 보자. 대통령실에서 남쪽 울타리까지 직선 거리는 약 360m이며 고저차가 있다.[사진=구글어스]
마지막으로 그림❹를 보자. 대통령실에서 남쪽 울타리까지 직선 거리는 약 360m이며 고저차가 있다.[사진=구글어스]

시민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길과 대통령 집무실의 직선거리는 더 멀어졌다(그림❹). 집무실 1층에 기자실을 설치해 매일 아침 국민의 질문을 듣고 답하겠다는 도어스테핑도 2022년 11월 21일 중단한 지 4개월째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올려놨다. 

“국민이 투시형 울타리를 통해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일까. 용산 대통령실은 청와대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 건 아닐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