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건수 1990년 대비 반토막
20대 혼인 40대보단 많아
20대 혼인율 감소 주목해야
집값·양육비 부담에 결혼 기피

“20대 신부보다 40대 신부가 더 많다.” 20대 혼인율이 1990년과 비교해 5분 1 수준으로 떨어지고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晩婚이 늘었다는 글들을 포털이나 온라인상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실일까.

지난해 혼인 건수는 총 19만1690건이다(통계청).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0년에 39만9312건에 이르던 혼인 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1년에는 20만건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90년 대비 52% 감소한 수치다. 

■ 과장 섞인 통계 결과 = 그렇다면 정말 40대 여성의 혼인 건수가 20대를 앞질렀을까. 연령별(여성 기준)로 살펴보자. 전체 혼인 건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30~34세로, 6만4187명이다. 그 뒤로 25~29세가 5만9006건, 35~39세가 2만4724건을 기록했다. 40~44세 여성은 1만949건, 20~24세는 1만113건을 차지했다.

이를 연령대별로 그대로 세워보면 다음과 같다. 20~24세 1만113건, 25~29세 5만9006건, 30~34세 6만4187명, 35~39세 2만4724건, 40~44세는 1만949건, 45~49세 6745건이다. 이를 10년 단위로 묶으면 20대 6만9119건, 30대 8만8911건, 40대 1만7694건이다. 

40대 초반 혼인 건수(1만949건)가 20대 초반(1만113건)을 앞지른 건 맞지만, 40대와 20대 전체로 보면 40대(1만7694건)보다 20대(6만9119건)가 훨씬 더 많다. 40대 초반과 20대 초반을 비교점으로 삼은 건 다소 과장 섞인 결과를 보여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 20대 흐름의 함의 = 사실 이 통계에서 주목해야 할 건 20대와 40대의 비교가 아니다. 20대의 혼인 건수가 줄고 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 20대 초반이 아닌 20대 전체를 분석해야 한다는 얘기다.1990년엔 20대 혼인(34만2861건)이 전체 혼인(39만9312건)의 85.9%에 달할 만큼 20대 혼인이 일반적이었다. 지난해엔 20대가 6만9119건으로 36.1%로 내려앉았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통계청, 참고 | 2022년 기준]
[사진 | 뉴시스, 자료 | 통계청, 참고 | 2022년 기준]

그렇다면 20대는 왜 결혼하지 않는 걸까. 이유는 숱하다. 부동산 정책의 거듭된 실패로 주택가격이 크게 치솟았고,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 결혼을 하더라도 경제활동과 육아를 병행하기 쉽지 않은 데다 사교육비를 포함한 양육비 부담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20대가 늘고 있는 거다.

조성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대의 경우 일자리가 있어야 돈을 모아 결혼 준비를 하고, 그 과정이 출산으로 이어지는데 가장 기본적인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 고민이 해소되지 않으니 다음 단계로 나아가질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조 부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저성장 상황에선 기업이 채용문을 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완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미봉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20대를 짓누르는 고통이 계속될 거란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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