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본 건강보험➋
출생과 동시에 당연 가입하는 건보
국민 보호하는 국가 책무 중 하나
건강보험료 착실히 내고 있는 국민
1년마다 다시 채우는 건보공단 재정
그런데도 ‘고갈설’ 끊이지 않는 이유

건강보험 의무가입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 및 사회보장제도의 취지를 지키기 위한 장치다.[사진=뉴시스]
건강보험 의무가입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 및 사회보장제도의 취지를 지키기 위한 장치다.[사진=뉴시스]

최근 곳곳에서 “건강보험이 적자가 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건강보험료를 내는데도 이런 우려가 피어오르는 건 왜일까요? 건강보험 재정이란 건 또 무엇일까요? 더스쿠프가 모든궁금증을 파헤쳐 봤습니다. 쉽게 풀어보는 건강보험, 첫번째 편입니다. 

스물일곱살 직장인 김소희씨는 매달 4만2540원을 꼬박꼬박 냅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쉰두살 백영호 사장은 월 40만5920원을 납부하고 있죠. IT기업에서 개발자로 근무 중인 서른다섯살 이정혁씨의 월급에선 다달이 13만5960원의 금액이 빠져 나갑니다. 나이도, 직업도, 소득도 제각각인 이들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그것, 바로 건강보험료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매월 어김없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계실 겁니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건강보험료를 왜 내시나요? 예상하건대 이런 대답이 가장 많을 듯합니다. ‘나라에서 내라고 하니까 낸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당연한 듯 소득의 일부를 건강보험료로 지출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우리는 매번 빠짐없이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건강보험이 적자” “건강보험 재정 고갈”이란 부정적인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내가 낸 돈이 나를 위해 잘 쓰이고 있는 건지, ‘어쩌다 보니’ 괜한 곳에 돈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자! 이런 답답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선 원초적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보험이 대체 무엇이냐는 겁니다. 건강보험이 뭐길래 우리는 의무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걸까요? 건강보험 재정에 구멍이 생기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금부터 알기 쉽게 이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건강보험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건강보험이란 = 몸이 아프거나 병에 걸렸을 때, 또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했을 때 우리는 병원에 갑니다. 진찰과 검사는 물론 수술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병원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비용이 필요합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건강보험입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겠습니다. 우리가 납부한 건강보험료는 예치금이나 다름없습니다. 질병이나 부상 등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건강보험에 돈을 넣어뒀다가, 필요한 때 (국가로부터) 지급받아 의료비로 쓸 수 있죠.

단, 질병의 유형과 치료의 종류에 따라 우리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의 한도는 정해져 있습니다. 국민이 애써 납부한 보험료가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건강보험 의무가입 배경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에 해당합니다. 사회보험은 국가가 운영하는 보험 제도를 말하는데, 자격요건을 갖춘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강제보험의 일종입니다.

우리나라 법에도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은 특수한 경우(의료급여 수급권자, 독립유공자 등)를 제외하곤 건강보험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여기서 피부양자는 소득 수준이 일정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해 가입자의 부양을 받아야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출생과 동시에 건강보험 가입자가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국민은 출생과 동시에 건강보험 가입자가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걸까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특별한 법적 제약 요건이 없는 이상 모든 국민은 태어나자마자 건강보험에 당연 가입한다. 건보공단에선 행정안전부와 연계해 주민등록 자료를 받아오고 있다. 출생 신고가 끝나고 주민번호가 나오면, 그 자료가 건보공단의 전산에 자동 등록돼 건강보험 가입자의 자격이 부여된다.” 
 
■ 건강보험 의무 이유 = 한마디로 출생과 동시에 건강보험에 자동 가입되고, 추후 소득 조건에 따라 가입자에서 피부양자가 되느냐 아니냐가 정해진다는 겁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혹자는 이런 반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텐데, 국가가 국민으로 하여금 보험 의무를 강제해도 괜찮은가.”

타당한 주장입니다만, 건강보험 의무가입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건강보험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헌법 제34조 2항,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1항 및 2항에 따라 국가는 ▲질병 ▲장애 ▲빈곤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합니다. 국가가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어 국민보건을 증진하려는 것도 이런 법적 책무 때문이죠. 

건강보험 선택 사항이라면


그럼에도 ‘원하는 사람만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공공의 재원으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인다’는 사회보장제도의 취지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건강보험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본인이 건강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좀처럼 보험에 가입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병원에 갈 일이 없어 건강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보험료 한푼이 아쉬운 사람들도 가입을 꺼릴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식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나라에서 거둬들이는 보험료 총액도 점점 줄어들 공산이 큽니다. 재원이 감소하면 아픈 사람들에게 지급할 돈도 부족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없는 형편에 재원을 나눠 써야 하니,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적게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론 건강보험의 존재의의가 무색해질뿐더러, 국가가 국민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패하는 셈입니다.

■ 보험료 착실히 내는 국민 = 자, 어떻습니까. 우리가 언제 건강보험에 가입하는지, 어째서 의무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인지 이제 좀 이해하셨나요? 

그럼 이쯤에서 또 하나의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한가지 숫자부터 살펴보시죠. 건강보험료를 수납ㆍ지급하는 건보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징수율은 99.4%에 달합니다. 100%에 육박하는 보험료 징수율은 대다수 국민이 착실하게 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국내 건강보험은 한해 보험료를 걷어 그해 수혜자에게 의료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건강보험은 한해 보험료를 걷어 그해 수혜자에게 의료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서일까요? 언뜻 건강보험 재원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보험료가 올랐기 때문에 건보공단이 거둬들이는 보험료 총액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장인들은 이미 월급의 7.09%를 건강보험료로 납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2000년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높은 보험료율입니다.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자영업자의 보험료는 단순 소득뿐만 아니라 부동산, 자동차 등의 재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재산 수준별로 등급을 설정하고 보험료 부과점수를 매기는데, 중요한 건 점수당 금액이 2022년 205.3원에서 2023년 208.4원으로 1.5% 올랐다는 점입니다. 자영업자들이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적어도 건강보험 재원이 줄어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 건강보험 재정이란 =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여기저기서 “건강보험 적자가 우려된다”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면 어쩌느냐”며 불안한 목소리가 나옵니다. 어찌 된 영문일까요? 국민 열에 아홉은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어째서 건강보험 재원에 ‘구멍’이 생긴다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선 건보공단의 경제 상태, 달리 말해 ‘건강보험 재정’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쉽게 말해 건보공단의 ‘지갑’입니다. 우리가 내는 보험료는 건보공단의 지갑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보험금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때, 건보공단은 이 지갑에 들어있는 돈을 꺼내서 주고 있죠.    

물론 건보공단의 지갑을 채우는 건 보험료만이 아닙니다. ‘담뱃세’에서 일부를 떼는 건강증진부담금과 국고지원금이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각각 6%, 14%를 담당합니다. 이외에도 자산운영수입, 징수금수입, 기타수입 등 사업외수익도 건보공단의 지갑을 채워줍니다. 

건강보험 지갑 ‘유효 기간’

주목할 점은 건보공단의 지갑이 딱 ‘1년짜리’라는 것입니다. 건보공단에선 1년 동안 지갑에 들어오는 돈을 그해 보험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곧바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보험료를 거두면 무조건 창고(적립금)에 쌓아두는 국민연금과는 다른 시스템이죠. 

공단의 지갑은 매해 보험료로 채워지고, 그 돈은 이내 보험금으로 빠져나갑니다. 1년마다 이런 작업이 반복되기 때문에 건보공단의 지갑은 매년 ‘갱신’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형태의 보험을 ‘단기보험’이라고 합니다. 그럼 건강보험은 왜 단기보험의 성격을 갖게 된 걸까요?

김한성 한국폴리텍대(의료정보학) 교수와 건보공단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건강보험은 미래 세대의 건강이 아닌, 지금 살아 있는 세대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보험료가 즉시 의료비로 소비되는 단기보험의 성격을 가져야 현재를 살아가는 생산인구의 건강ㆍ수명을 증진하는 데 즉각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 고갈될까

이제 우리는 건보공단의 지갑, 달리 말해 건강보험 재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알았습니다. 한해 동안 각종 지출이 발생해서 건강보험 재정이 바닥나더라도, 그다음 해 다시 수익을 채워 넣으면 그만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런 식의 구조라면, 건강보험 재정은 영영 고갈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건보 재정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건 대체 어떤 연유에서일까요? 다음편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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