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 성장률 1.5%로 하향
산유국 감산으로 물가 재상승 예상
외국인 투자자들 3월 증시서 이탈

한국 경제 곳곳에서 위기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지난 3월 31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3 경제전망’ 보고서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1.5%로 크게 하향조정했다. 보고서는 올 상반기 우리 경제의 실질 경제 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최근 나온 경제 성장률 전망치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 경제 곳곳에서 위기 신호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사진=뉴시스]
한국 경제 곳곳에서 위기 신호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사진=뉴시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성장률이 1.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18일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6%로 낮춰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월 31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로 내렸다. IMF는 미국ㆍ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과 영국의 성장률 전망치만 하향 조정했다. 왜 한국 경제의 미래는 비관적인 평가를 받는 걸까. 한국경제에 드리운 위기 신호를 하나씩 살펴보자. 

■ 위기신호➊ 물가 불안=한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3월 최근 1년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3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는데, 이는 4.1% 상승률을 기록한 지난해 3월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숫자다. 한국 CPI는 지난해 7월 6.3% 상승하면서 정점을 찍은 후 5%대를 유지하다가 2월부터 4.8%로 낮아졌다. 


그러나 물가 하락 추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3월 물가는 석유류 가격이 14.2% 하락한 효과를 봤다.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의 산유국이 올해 말까지 하루 총 116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한다고 기습적으로 밝혔다. 이는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가 지난해 10월 내렸던 감산 조치와는 별개의 추가 감산이다. 그만큼 국제 유가를 부추길 공산이 크다. 

실제로 지난 3월 17일 배럴당 66.74달러까지 하락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3일 6.72% 급등한 80.42달러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 등은 이번 추가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연말까지 배럴당 5~10달러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은 경기침체 우려를 더욱 키운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기준금리를 1년 만에 3.50%로 동결했는데, 물가가 계속 오르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 위기신호➋ 더 짙어진 침체 그림자=한국경제에 드리운 경기침체의 그림자는 제법 오랜 기간 관측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 무역수지는 -46억2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3개월 연속 적자다.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6% 줄었다. 6개월 연속 감소세다. 15대 수출 품목 중에서 반도체‧화학 등 대부분의 제품 수출이 감소했다. 

정부의 국세수입도 올해 1‧2월에 1년 전보다 15조7000억원 줄어들었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올해 예상되는 재정적자 규모는 58조원이다. 국채를 발행해 메꾸기도 쉽지 않다. 현재 예상되는 연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49.8%에 달해서다. 정부는 국가채무 비율을 5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의 어닝 쇼크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조만간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4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이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들은 아울러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에도 3조원대 손실을 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기업들도 대부분 올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위기신호➌ 글로벌 은행 위기=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출발한 글로벌 은행 위기는 크레디트스위스(CS)의 매각으로 주춤해졌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지난 1년간 이어져온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국낸 금융 여러 곳에서도 위기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시중은행에서 예금이 빠져나오는 신호도 포착됐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한달 동안 10조3622억원의 정기예금이 감소했다. 2월 예금이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한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5대 은행의 2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전월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0.09%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5대 은행 신규 연체율은 0.04%였다. 저축은행 79개의 총여신 연체율은 지난해 말 3.4%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도 크게 늘어났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악성 부실채권의 비율이 8%에 육박한 저축은행도 나타났다.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외국인들은 코스피·코스닥에서 917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1·2월 증시에서 순매수세를 기록했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3월 한달 동안 가장 많이 판 종목은 SK하이닉스로 순매도 규모는 645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의 지난 3월 순매도 규모는 에코프로 5770억원, 포스코 4720억원, 에코프로비엠 3450억원, KB금융 2820억원, 신한지주 2470억원, KT 1910억원 순서로 많았다. 

■ 위기신호➍지정학적 문제=한국경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은 또다른 이유는 지정학적 문제인데, 그 중심엔 미국이 있다. 미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산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을 두곤 미국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0월부터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논지의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 3월 29일 블룸버그는 “미국이 반도체산업 육성법을 통해서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에 520억 달러 보조금을 지급해도 아시아 기업들에는 충분한 요인이 되지 않는다”며 정치의 개입이 문제 중 하나라고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2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미국의 반도체 정책이 “프랑스의 산업정책”이라며 급진성을 비꼬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8월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8월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의 반격도 거세다. 중국은 4월 들어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제품들을 안보 위협과 관련해 심사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합세한 일본을 향한 중국의 비난도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2일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을 만나 “미국은 과거에 일본 반도체 산업을 무자비하게 탄압했고, 지금은 중국을 향해 낡은 전술을 반복해 사용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미중 대립이 격화되면 한국의 늘어나는 대중對中 무역 적자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1분기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4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대중 무역 적자 규모만 78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1년 전 같은 분기 대중 무역수지는 58억4000만 달러 흑자였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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