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몰리는 한강로동
용리단길이라는 별명 생겨
보행로 개선하면 사람 올까
경리단길 변화 나타나지 않아

용산구청은 2019년 ‘경리단길(이태원2동)’에서 보행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이곳을 ‘다시 오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에서였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23년, 용산구청은 이번엔 ‘용리단길(한강로동)’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럼 보행로를 정비한 경리단길에선 기대한 만큼의 ‘다시 찾는’ 효과가 창출됐을까. 용리단길은 또 어떨까.

한강로동 일대 골목길은 ‘용리단길’로 불리며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한강로동 일대 골목길은 ‘용리단길’로 불리며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 사이. 한강대로에서 동쪽 골목길로 들어가 보자. 한강로2가로 불리던 이곳은 몇년 전 새 별명을 얻었다. 유명한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즐비했던 ‘경리단길’의 이름을 빌려온 ‘용리단길(용산+경리단길)’이다. 

골목 곳곳 오래된 단독 주택을 개조해 만든 가게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국내 방문객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BTS의 본사까지 신용산역 남쪽에 자리를 잡으면서 해외 관광객도 찾아왔다.

한강대로 중앙에 자리한 버스 정류장에는 BTS 등 하이브 소속 아이돌 멤버들의 기념일을 축하하려는 팬들의 광고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침부터 버스정류장에 모여 광고를 확인하고 ‘인증사진’을 찍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용산구청은 이런 ‘용리단길’ 주변을 다시 방문하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기 위해 일종의 토대를 세우기로 했다. ‘용리단길 동행거리 기본구상 및 실시설계 용역’은 용산구청이 그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발주한 프로젝트다.

목표는 분명했다. 신용산역에 있는 2030 청년층과 삼각지역 인근 4050 중장년층이 한데 어우러지는 동행 거리를 만들고 특색 있는 거리를 조성해 ‘다시 방문하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용산구청이 이런 계획을 세운 이유는 ‘생활인구(특정 시간ㆍ지역에 있는 사람)’로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2월 ‘용리단길’이 있는 한강로동의 생활인구는 하루 평균 4만8601명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하기 전인 2022년 2월에는 4만4346명으로 8.75% 감소했다.

엔데믹(풍토병ㆍendemic) 국면이 조금씩 조성된 2023년 2월에는 활기를 되찾았다. 하루 평균 한강로동의 생활인구는 5만2160명으로 늘었다. 2019년보단 7.32%, 2022년보단 17.62% 늘어난 셈이다. 한편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하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증가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래서 용리단길의 생활인구와 서울 전체의 생활인구와 비교해봤다. 2019년 서울 각 동의 하루 평균 생활인구는 2만4988명, 2022년 2월과 2023년 3월엔 각각 2만4202명, 2만4464명이었다. 2019년 대비 2.1% 줄었고, 2022년과 비교하면 1.08% 늘었다. 언뜻 봐도 용리단길의 생활인구 증가세(7.32%ㆍ17.62%)와는 차이가 크다. 용산구청이 용리단길에 주목할 이유는 충분했던 셈이다. 

특히 용리단길엔 점심시간대 인구가 많았다. 3월 24일 이 시간에 맞춰 용리단길 일대를 찾아갔다. 폭 6m의 도로는 사람으로 꽉 차 있지 않았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가장 좁은 폭의 도로가 4m가량이란 점을 감안하면 ‘용리단길’의 도로는 답답한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여느 골목처럼 보도와 도로의 구분이 없었다. 두세 사람씩 무리를 지어 걷는 방문객은 도로 한쪽을 넓게 걸어가다가 차가 오면 일렬로 서기를 반복했다. 많은 사람이 찾는 만큼 보행로가 필요한 것은 확실해 보였다.

SNS에서 인기식당으로 꼽히는 곳 앞에 줄을 서 있던 방문객에게 ‘용리단길의 환경이 어떠냐’고 물었다. 이곳에 처음 방문했다고 답한 두 20대 청년은 “차를 가져오긴 어려운 곳 같다”며 “주차 공간도 부족해 보여서 앞으로도 걸어서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의 계획대로 안전한 보행로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주차장이 없는 카페에 방문해 ‘보행로’의 경제적 효과를 물어봤다. 카페 직원은 금이 나있는 카페 앞 바닥을 가리켰다. “보이세요? 차에 눌려서 바닥에 금이 간 거예요. 주차장이 아닌데도 차들이 올라왔기 때문이죠. 보행로를 만들어도 차가 거기에 올라오는 걸 막지 않는다면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 보행로는 용산구청이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풀기 위해 용산구청이 먼저 보행 개선 사업을 추진한 ‘경리단길’의 효과를 분석해 봤다. 2019년 1월 용산구청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경리단길 일대에서 ‘다시 찾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정비 대상은 3.2㎞ 길이의 보행로였다. 2019년 말부터 2020년까지 이뤄진 이 사업의 내용은 ▲보도 정비 ▲소월로 전망대 설치 등으로 간단했고, 공사는 잘 마무리됐다. 

하지만 보도 정비가 곧 방문객의 증가로 이어지진 않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한 후 방문객이 늘어난 용리단길과 달리 경리단길이 있는 이태원2동의 생활인구는 2019년 2월 1만2334명에서 2022년 1만1014명으로 10.7% 줄었다. 2023년 2월 생활인구는 1만1439명으로 소폭 늘긴 했지만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하진 못했다. 2019년보다 2023년 생활 인구가 7.32% 늘어난 용리단길과는 대조적인 결과였다. 

[사진 | 더스쿠프 포토]
[사진 | 더스쿠프 포토]

그렇다고 거리가 멈춰있었던 건 아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경리단길’이 있는 회나무로에는 2019년 10개, 2022년 19개의 일반음식점이 각각 개업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폐업도 많았는데, 2019년 24개, 2022년 7개였다. 장사해보려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에 미치지 못했던 거다. 

반대로 용리단길이 있는 한강대로 40~ 54길에선 2019년 12개, 2022년 31개의 일반음식점이 문을 열었고, 같은 기간 각각 4개씩 문을 닫았다. 장사하려는 사람도, 이곳을 찾는 사람도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이다. 이런 현상은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경리단길에서 개업한 일반음식점은 없었다. 

같은 기간 용리단길에는 3곳의 새 가게가 손님을 맞았다. 가게가 문을 열고 보행로를 정비했다고 방문객이 급증하진 않았다는 거다. 보행로와 시장의 분위기는 ‘정의 관계’가 아니다. 보행로 정비에 나선 용리단길은 경리단길보다 나은 ‘길’이 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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