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본 건강보험➍
통계로 본 건강보험 역할 및 인식
보험료율 올라도 보장성은 ‘글쎄’
보험료 부담 느끼고 있는 국민들
수지 적자 면했지만 적립금 불안
정부, 건보 개혁 돌파구 있을까

국내 건강보험 제도는 국민보건 증진이란 법의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을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건강보험 제도는 국민보건 증진이란 법의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을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국민의 질병ㆍ부상에 대한 예방ㆍ진단ㆍ치료ㆍ재활과 출산ㆍ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의 내용입니다.

#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과 보장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건강보험 제도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인식도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 언뜻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뜻대로 가고 있진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건강보험은 과연 법의 취지대로 잘 운영이 되고 있는 걸까요? 통계를 통해 가늠해 보겠습니다.


■ 엇갈린 보험료와 보장률 = 먼저, 우리가 내는 건강보험료가 어느 정도인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19년 6.46%였던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건강보험료율은 매년 조금씩 올라 2023년 현재 7.09%까지 상승했습니다. 가령, 월 2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의 경우 2019년 12만9200원이었던 월 보험료가 지금은 14만1800원으로 4년 새 1만2600원 올랐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보험료가 오른 만큼 건강보장 혜택도 늘어나야 합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2019년 64.2%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0년 65.3%까지 올랐지만, 2020년 64.5%로 0.8%포인트 하락하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우상향한 보험료와 달리 보장률은 되레 ‘백스텝’을 밟은 셈입니다. 

이런 결과는 건강보험 재정 수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이 시행됐던 2018~2020년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재정에서 국민의 의료비로 쓰인 금액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반면, 보험료는 오르고 건강보험 보장률은 떨어졌던 2021년엔 건강보험 재정 수지도 2조822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건보공단이 의료보험금으로 지급한 돈보다 보험료로 벌어들인 수입이 더 많았다는 방증입니다. 

■ 감소하는 적립금 = 건강보험 재정은 건보공단의 지갑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갑에 들어있는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국민에게 충분한 의료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갑에 들어있는 돈이 부족할 경우 건보공단은 ‘비상 창고’인 적립금에서 돈을 꺼내 보험금으로 충당할 수 있습니다. 적립금 역시 ‘다다익선多多益善’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문제는 건보공단이 쌓아둔 적립금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입니다. 2022년 건보공단의 적립금은 23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20조2000억원) 대비 18.3% 증가했습니다만,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정부(기획재정부ㆍ보건복지부)의 추계에 따르면 올해 적립금은 19조8000억원으로 감소세를 타기 시작해 2028년에는 6조4000억원의 적자를 내며 고갈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적립금이 바닥나면, 그때부터는 보험료ㆍ국고지원금 등 건보공단의 순수입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쯤이면 건보공단이 버는 돈보다 써야할 돈이 더 많을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죠.

■ 건강보험 여론과 논쟁 = 건강보험 재정도, 적립금도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건보공단의 수입을 늘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사실상 증세입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건강보험료가 소득 대비 어떤 수준인지 물었는데, 전체 시민의 73.6%가 ‘부담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부담이 없다’고 말한 이들은 3.5%에 불과했습니다.


건강보험료율 법정 상한선을 8%까지 끌어 올리는 법안에 관해선 64.0%가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가뜩이나 보험료 내는 게 빠듯한 상황에서 법정 상한선까지 올려버리면, 보험료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여긴 겁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두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적립금이 언제 고갈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라는 사실입니다. 둘째, 국민이 체감하는 보험료액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겁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권의 해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이 문제를 사이에 두고 의견 다툼만 벌이고 있습니다. 국고지원금 제도와 건강보험 재정 기금화 논쟁이 대표적입니다. 

국고지원금 제도의 경우 지난 3월 국회 소관위에서 가까스로 ‘5년 한시적 연장안’이 통과됐지만, 차후 또다시 여야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을 정부의 일반회계로 편입하는 ‘기금화’ 논의는 가야 할 길이 아직 멉니다.

보험료율은 오르고, 보장률은 제자리걸음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과연 어떤 미래로 나아갈까요?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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