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성적표 받은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 1조원 밑돌아
반도체 업황 악화로 DS 적자 추정
‘감산 없다’에서 ‘감산한다’로 전환
LG전자는 어닝 서프라이즈 달성
물류비 등 하락한 게 영향 미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엇갈린 표정을 지었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사이 LG전자는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급기야 LG전자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를 넘어서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았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았다.[사진=뉴시스]

■ 삼성전자 어닝쇼크=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잠정치)으로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0%, 영업이익은 무려 95.7% 감소했다.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한번도 무너진 적 없었던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 1조원 벽이 기어코 무너졌다.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악화한 건 주력사업인 반도체 업황이 나빴기 때문이다. 수요가 급감하면서 재고량이 급증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이 ‘조 단위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인지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 카드를 꺼냈다. 삼성전자는 실적 설명자료를 통해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수익성 악화에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던 삼성전자가 전략을 선회했다는 건 그만큼 업황 부진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 LG전자 어닝서프라이즈=같은 날 LG전자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0조4178억원, 영업이익 1조497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9%, 2.6% 감소했지만 이는 호실적을 거둔 2022년 1분기의 영향(역기저효과)을 받은 결과다.

실제로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각각 두번째, 세번째로 많은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1분기 전망 평균치(영업이익 1조1149억원)도 웃돌았다. 

LG전자는 사업부문별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생활가전(H&A)과 전장(VS) 부문이 선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가전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대비 물류비 등이 하락한 게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불황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B2B(기업간거래) 매출이 성장한 것도 어닝 서프라이즈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로봇,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등 B2B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금융감독원]
[사진 | 뉴시스, 자료 | 금융감독원]

■ 아이러니한 주가=다만 주가 수익률에선 삼성전자가 웃었다. 7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700원(4.33%) 오른 6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충격적인 실적에도 주가가 강세를 보인 건 삼성전자가 밝힌 감산 계획 때문이다. 글로벌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서면 업황 회복 시기가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다.

반면 LG전자는 11만43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전 거래일 대비 0.35%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일찌감치 호실적이 점쳐지면서 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미리 반영된 데다 감산 계획을 밝힌 삼성전자로 외국인투자자와 기관이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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