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기업집단 설명서 발표
“계열사 많지만 핵심사업과 연관”
카카오는 정말 몸집 줄였을까
카카오 사업 ‘대표품목’으로 보면…
종속회사, 37개 영역에 걸쳐있어
회사 숫자만큼 영향력 상당해
엔터·모빌리티선 가치사슬 완성

# 인수ㆍ합병(M&A)을 통한 사세 확장은 카카오를 대표하는 성장방식이었다. 그러던 2021년 ‘문어발식 확장’이란 지적을 받은 카카오는 지난 2년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몸집을 줄였다면서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 하지만 카카오의 국내 종속기업을 ‘대표품목’ 위주로 다시 분류해보면 다른 지도가 나온다. 그들의 문어발은 여전했다. 

카카오는 지난 2021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뉴시스]
카카오는 지난 2021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뉴시스]

“전체 계열사 대부분이 카카오의 주요 핵심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카카오는 지난 3월 30일 ‘2023년 상반기 기업집단 설명서’를 발간하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과거 카카오는 여러 산업 분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과거 재벌기업의 문어발식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지금은 이 문제를 해소했다는 거다. 

카카오가 정한 주요 핵심 사업은 총 3개다. ▲지식재산권(IP)과 IT 결합을 통한 글로벌 문화 생태계 ▲인공지능(AI)과 헬스케어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일상의 혁신을 위한 디지털 전환 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그룹 기업 수 126개(공정거래법에 따른 기업집단 수) 중 84.1 %에 해당하는 106개 회사가 세 카테고리에 속해 있었다. 카카오는 핵심 비즈니스 셋을 다시 8개 분류로 크게 나눴다. 콘텐츠ㆍ엔터테인먼트(46개), 게임(22개), 복합문화시설(1개), AIㆍ헬스케어ㆍ블록체인(4개), 스타트업 생태계(9개), 핀테크(5개), 모빌리티(18개), 커머스(1개) 등이다.


계열사 숫자가 좀 많더라도 대부분이 핵심 사업과 연관돼 있으니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 ‘선택과 집중’으로 그룹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게 카카오의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지배력을 보유한 국내 종속기업(2022년 말 기준 91개 기업) 중 이들이 공시한 ‘대표품목’을 중심으로 다시 나눠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카카오 공동체 기업들은 총 37개 영역에 걸쳐 넓게 분포돼 있었다. 카카오가 밝힌 8개보다 훨씬 더 많은 영역에서 종속회사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거다. 그래픽(그림❶ ‘카카오 왕국의 영토’ 참조)을 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카카오가 몇몇 산업에서 가치사슬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콘텐츠 기획과 제작, 유통으로 이어지는 모든 기능을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카카오그룹에 속한 연예 매니지먼트사만 10개(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아이에스티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레디엔터테인먼트,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숲엔터테인먼트, 어썸이엔티, 브이에이에스티, 안테나, 이담엔터테인먼트)다. 이 리스트엔 조만간 국내 최대 K-팝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도 추가될 예정이다.

이들 회사에 속한 연예인을 캐스팅해 영화ㆍ드라마를 찍는 영상 콘텐츠 제작사는 12개(메가몬스터, 영화사월광, 사나이픽처스, 바람픽쳐스, 글앤그림미디어, 로고스필름, 쓰리와이코프레이션, 크래들스튜디오, 크로스픽쳐스, 영화사집, 글라인, 오오티비)다. 이런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창구인 ‘카카오TV’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고 있다. 음원 유통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이 꽉 쥐고 있다.

카카오는 웹툰ㆍ웹소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답게 관련 회사의 경영권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삼양씨앤씨, 다온크리에이티브, 알에스미디어, 필연매니지먼트, 인타임, 넥스트레벨스튜디오, 케이더블유북스, 사운디스트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원픽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 공동체에 속한 게임사도 많다.

상장사인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메타보라, 엔글, 라이프엠엠오, 엑스엘게임즈,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이 게임을 직접 개발하거나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주도하는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카카오의 위상은 잘 드러난다. 카카오 공동체 안에서 택시 운송업을 펼치고 있는 회사만 해도 9개(진화, 케이엠원, 케이엠투, 케이엠쓰리, 케이엠포, 케이엠파이브, 케이엠식스, 케이엠세븐, 동고택시)나 된다. 모빌리티 산업의 끝단으로 꼽히는 주차 관련 서비스를 전개하는 회사도 3개, 화물 서비스 관련한 회사도 3개 보유하고 있다.

과거 ‘골목상권 침탈’ 이슈로 비판 여론이 거셀 때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회사 중에서 아직도 카카오그룹에 속해 있는 곳도 있었다. 카카오VX(스크린골프), 가승개발(골프장 운영)이 대표적이다.

영유아 플랫폼 기업 키즈노트와 어린이 완구사업을 벌이는 에이윈즈 역시 2021년 국정감사에서 “왜 이런 사업까지 하느냐”란 호통을 들었지만, 여전히 카카오의 지배력 아래에 놓여 있다. 

반면 기술 혁신기업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IT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운 종속회사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카카오브레인ㆍ카카오엔터프라이즈(이상 AI), 카카오헬스케어(헬스케어), 그라운드엑스(블록체인) 등이다.

이 같은 카카오 왕국의 모습이 회사 측의 설명대로 ‘선택과 집중’인지, 여론의 지적대로 ‘문어발식 확장’인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어찌 됐든 확실한 건 카카오는 여러 산업 곳곳에 관련 계열사를 두고 있는 ‘공룡 기업집단’이란 점이다. 

이 수많은 기업이 ‘카카오’란 브랜드 파워를 무기 삼아 성장가도를 질주하면 “산업 생태계를 유린한다”는 과거 논란이 반복될 공산은 크다. 최근 카카오가 인수에 성공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대에 오른 SM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벌써부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독과점이나 지배력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게 시작일지 기우杞憂일지는 카카오의 선택에 달렸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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