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4] 현금결제 물꼬 튼 삼성물산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납품결제를 현금으로 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대개 자금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호황기에만 그랬다.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결제방법을 달리했다. 여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하도급대금의 현금성결제 비율 100% 목표를 달성한 기업이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다.

▲ 삼성물산은 2007년 대기업 중 최초로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했다.
어음거래 제도는 연쇄부도의 원인이었다. 대안으로 전자결제 시스템이 떠올랐다. 어음 없이도 인터넷을 통해 물품대금을 회수할 수 있어서다. 방식은 복잡하지 않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에서 판매대금•수금•납품대금이 오갈 때 어음을 이용하지 않고 금융기관을 통해 수금하고 결제한다. 어음거래 관행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건데, 몇몇 대기업이 동참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2000년 10월 그룹계열사 중 최초로 전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어음발행 업무를 줄이고, 협력업체의 어음수령에 따른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2001년부터 협력업체에 어음을 발행하는 대신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시행했다. 건설부문이 발행한 매출 전표를 근거로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받게 한 것이다. 아이마켓코리와 신한은행이 손을 잡았다. 인터넷으로 건설자재 납품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e-비즈 대출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대출이 됐기 때문이다. 아이마켓코리아는 10개의 삼성 계열사가 공동출자한 자재 구매대행사다. 덕분에 협력업체는 어음을 비싼 이자를 주고 할인하거나 만기일 때까지 기다리지 않게 됐다.

삼성물산이 현금결제로 방향을 선회한 건 2007년 9월. 대기업 중 최초로 하도급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했다. 협약내용은 단순하다. 대기업과 협력사가 공정한 거래와 협력을 약속하고 이행상황을 공정거래위원회가 1년 주기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건설은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다. 그래도 하도급거래 협약을 지키려는 성의는 보여야 했다. 삼성물산은 하도급거래 3대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납품단가 조정절차를 내부규정과 계약서에 반영했다. 하도급대금의 현금성결제(현금+어음대체결제수단) 비율은 100%로 유지했다.

 
그 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2009년 협약 평가결과에서 A등급을 받았다. 1년 동안 협력업체와의 협약을 잘 준수했다는 얘긴데, 의미있는 결과다. 당시엔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2010년 건설부문의 현금결제 강도를 높였다. 자재 구매비에 한해서 어음결제 90일에 달했던 만기일을 60일 만에 결제한 것이다. 현금결제 기조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알찬 실적으로 이어졌다. 2011년 현금지급 기성금(하청업체가 공사진행 과정에서 신청한 공사비)은 2조2392억원을 기록했다. 현금결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살릴 수 있는 동아줄이다.

배고픈 중소기업에게 생명줄이고, 대기업에겐 부정적인 정서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기회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불황 중에도 현금결제 비중을 높인 삼성물산의 노력이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건희 기자 kkh47921@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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