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대한민국 20·30대
1·2차 부동산 급등기 때
부동산과 가상화폐에 투자
자산가격 하락하면서 위험에 빠져
청년 취업 줄고, 근로시간은 연장

20·30대가 자산·노동시장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이들은 집값 급등기였던 2016~2018년(1차), 2019~2021년(2차) 부동산·암호화폐 투자에 나서면서, 최단기 금리인상기인 2022년 이후 자산시장 곳곳에서 터져나온 버블을 피하지 못했다. 실물경제 침체로 20·30대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고, 다가올 노동시장 개편안으로 질적 추락까지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사각지대인 20·30대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자산시장, 노동시장에서 소외되는 20·30대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산시장, 노동시장에서 소외되는 20·30대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부동산 막차 탄 20·30대=2016년 이후 아파트 등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다른 한편에선 암호화폐 신드롬이 터져나왔다. 20·30대 투자자들은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급등하는 자산시장에 뛰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많은 빚을 짊어졌다. 

부동산 사각지대에는 주로 20대가 존재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대 이하 주택소유자 증감률은 2013년 -10.7%, 2014년 -4.9% 등 2013~2017년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2018년 1차 주택가격 급등기 마지막에 1.8% 증가로 돌아섰다.

2차 급등기에선 2019년 -2.7%, 2020년 6.0%, 2021년 9.9%로 크게 늘어났다. 2013년 이후 30대의 주택 소유가 증가세를 기록한 것은 2015년 한 차례였다. 그만큼 주택시장에선 20대의 존재감이 컸다. 

20·30대 투자자들은 주택시장에서도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에 몰려있다. 2020년 12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20년 서울에서 주택 한채를 구매한 사람들 중 20대 이하가 23.4%로 가장 많았다. 30대는 20.8%로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2채 이상을 구매한 비율도 20대 이하가 34.5%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32.1%로 다음이었다. 이 보고서는 “20대에서 오래된 소형 주택을 매입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6년 1분기에 노후 주택 매입을 한 사람들 중 20대 비율이 32.9%, 2분기에는 56.0%에 달했다. 


당시만 해도 좋은 위치에 있는 비싼 중소형 아파트를 똘똘한 한채라고 불렀지만, 지금 상황이 변했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중형(전용면적 85~102㎡), 중소형(60~85㎡ 이하), 소형(59㎡ 이하) 아파트의 가격 하락률은 각각 3.4%, 3.6%, 2.3%에 달했지만, 대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률은 0.1%에 불과했다.

■ 가상화폐시장에도 20·30대=문제는 위험한 부동산 시장에 몰려 있는 20·30대 투자자들이 가격 등락이 심한데다, 사기 등 경제범죄가 끊이지 않는 암호화폐 시장에도 숱하다는 점이다. 2020년 3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개정안의 골자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규제하는 거였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암호화폐 거래대금은 1년 전보다 73% 급감했는데, 이는 최근 6개월 동안 국내 암호화폐의 시총 하락률이 16%에 달했기 때문이다.지난해 하반기 기준 암호화폐 거래소의 원화예치금은 3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 줄었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연령대는 20대 이하가 21.0%, 30대가 30.0%로 20·30대 비율을 합치면 51.0%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보호책은 허약하다. 


■ 위험에 노출된 20·30대=저신용과 저소득의 다중채무자를 취약차주라고 한다. 17일 진선미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의 자료에 따르면,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저신용·저소득 취약자주의 36.5%가 30대 이하였다. 지난해 말 취약자주는 46만명으로 1년 동안 6만명 증가했는데, 이중 30대 이하가 4만명 늘어났다. 저소득 기준은 하위 30%, 저신용 등급 기준은 7~10등급이다. 

2019년 이후에도 서울 지역 집값이 오르면서 이 기간 20·30대 전월세 임차인 비율도 커졌다. 지난해 전체 서울 지역 임차인 중에서 20대는 26.6%, 30대는 35.1%를 차지했다. 20대 임차인 비율은 2019년 23.9%, 2020년 26.1%, 2021년 27.2%로 계속 상승했다. 30대 임차인 비율은 2021년 30.72%로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는데, 2022년에는 35.1%로 더 뛰어올랐다. 

20·30대 임차인이 늘면서 보증금 미반환, 전세사기 등의 피해도 이 나이대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2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전세피해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한 후 4개월 동안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신고한 피해자의 72.0%가 20·30대였다. 20대 이하가 20.0%, 30대가 무려 52.0%를 차지했다. 

주택가격 급등기에 집을 사거나 임대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받은 20대 가구주가 늘어나면서 부채도 급증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9세 이하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2021년 3550만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5014만원으로 무려 41.2%나 늘어났다. 29세 이하의 금융부채는 지난해 35.4%나 증가했고, 임대보증금의 경우 1년 만에 무려 158.4% 급등했다.  

■ 유리하지 않은 미래=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실물경제 침체 신호도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20·30대 투자자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다시 경제 사각지대에 놓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시장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3월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건수가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30대는 지난해 11월 서울 지역 아파트를 171채 매입했고, 12월에는 232채, 올해 1월에는 305채를 매수했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30대 매수 비중은 2019년부터 매년 28.8%, 33.5%, 36.4%로 확대됐다. 

30대 서울 아파트 구매자들은 지난해 28.2% 비중을 기록했지만, 올해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청년 특별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 등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젊은 세대의 기회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투자자 중 20대와 30대의 비중은 생각보다 높다. [사진=뉴시스]
가상화폐 투자자 중 20대와 30대의 비중은 생각보다 높다. [사진=뉴시스]

다만, 정책 방향은 좋지만 구입 시기가 젊은층에게 유리하진 않다. 부동산 관련 규제가 대부분 완화됐기 때문이다. 시중 대출금리가 중앙은행 기준금리 이하로 하락했지만, 세계적으로 주택가격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20·30대의 취업이 양적·질적으로도 악화하고 있어 불안함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청년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만명이나 감소했고, 임시·일용직 청년 취업자 수는 2만명이나 증가했다. 청년기본법상 청년은 19~34세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주당 최대 69시간 연장근로 개편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노동의 질적인 악화도 피하기 힘들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 중에서 30대의 월 평균 총 근로시간은 174.3시간, 29세 이하는 155.0시간으로 지금도 다른 연령대를 압도하고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