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탐구생활-브랜드스토리
더스쿠프×인그라프 정안석 대표
커피 전문 브랜드 블루보틀 1장
느림의 미학 실천하는 블루보틀
모든 직원이 공유하는 기업의 가치

블루보틀은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커피 브랜드다.[사진=연합뉴스]
블루보틀은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커피 브랜드다.[사진=연합뉴스]

깨끗한 바탕에 청량한 색감의 파란병. 사람들이 열광하는 ‘블루보틀’의 로고입니다. 지금은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면서 누구나 알 법한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블루보틀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은 친구의 창고에서 1호점을 열었습니다. 시작이 미약했던 블루보틀은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을까요. 그 첫번째 업業의 비밀 ‘완벽주의’를 소개합니다.

8만5459개(2022년). 국내 커피전문점 수입니다. 스타벅스 옆에 이디야, 이디야 옆에 메가커피가 둥지를 틀 만큼 커피전문점 간 경쟁은 치열합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한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커피전문점은 1년 새 1만개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유별나고, 창업시장에서 커피만큼 손쉬운 업종이 드물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최근 급증한 몇몇 중저가 커피 브랜드는 “커피를 잘 몰라도 전문점을 열 수 있다”며 창업자를 모으고 있죠. 커피전문점을 포함한 숙박·음식점업의 평균 준비기간이 7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는 건 창업 세태를 잘 보여줍니다.

이렇게 점포 수를 100개, 1000개 늘려가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은 ‘정복군’ 같은 모습입니다. 글로벌 커피체인 스타벅스도 예외는 아닙니다.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온 스타벅스는 국내에만 1600여개, 전세계적으로 3만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죠.

그런 면에서 2002년 미국에서 시작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커피(Blue Bottle Coffee·이하 블루보틀)’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합니다. 정복군처럼 세를 불리는 다른 커피 브랜드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어서죠. 블루보틀은 미국·일본(2015년)·한국(2019년)·홍콩(2021년) 등 4개국에 진출했지만 점포 수는 110여개에 불과합니다. 한국에선 성수·삼청·역삼·한남·제주 등 11개 매장만 운영하고 있죠.

블루보틀이 서울 성수동에 1호점을 열었을 땐 새벽부터 수백명이 줄을 설 만큼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지금은 당시만큼의 열기를 찾아보긴 어렵지만, 블루보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혹자는 “블루보틀이 시들시들해졌다”고 평가절하하지만, 사실 블루보틀은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바가 ‘느림의 미학’이기 때문이죠.

이런 블루보틀의 방향성에는 창업가 ‘제임스 프리먼(James Freeman)’의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20년 넘게 오케스트라 교향악단에서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한 제임스 프리먼은 음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음악에 흥미를 잃어가던 그가 열정을 가진 건 바로 ‘커피’였죠. 공연을 위해 비행기를 탈 때에도 원두와 커피추출기를 챙겼던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이런 ‘커피광’은 결국 2002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레스토랑 창고에서 직접 커피 로스팅을 시작했습니다. 주말에는 수레를 끌고 파머스 마켓에 나가 커피를 팔았죠.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원두 30g을 94도의 물로 내려 정성스럽게 한잔씩 추출했죠. 커피 한잔을 내리는 데 10분이 넘게 걸리지만 최고의 커피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게 블루보틀의 시작이었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제임스 프리먼은 2005년 친구의 집 창고에 블루보틀 1호점을 열었고, 성공신화를 그려 나갔습니다.[※참고: 블루보틀은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A)’의 평가 기준 80점(100점 만점) 이상의 등급을 받은 고급 커피로 생산지의 토양·특성에 따른 독특한 풍미와 맛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블루보틀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업業의 본질’에 충실했다는 점입니다. 블루보틀의 모든 건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로스팅 48시간 이내, 원두 30g, 94도의 물은 블루보틀의 ‘완벽주의’를 상징합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런 철학과 가치를 블루보틀의 전 직원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내리는 직원은 모두 바리스타이고, 직무와 관계없이 모든 직원이 포어 오버(pour over·여과지에 원두를 놓고 원을 그리며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는 방식)’ 교육을 받습니다.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전 CEO(현 이사회 의장)는 “블루보틀의 모든 직원이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커피 맛이 어떠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If people take shortcuts on how that product is made or how that product should taste, then I don’t think we have a future)”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자! 당신은 어떠신가요? “커피를 몰라도 창업할 수 있다”는 몇몇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의 말을 믿고 창업을 서두르고 계시진 않나요? 창업은 ‘벼랑 끝’에서 승부를 거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건 IT 회사든, 화장품 회사든, 커피전문점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로스팅 48시간 이내란 집요함, 원두 30g이란 치밀함, 94도 물이란 단호함으로 무장하지 않았다면 블루보틀의 성공 신화는 열리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블루보틀의 성공 요인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카너먼처럼 생각하기’ 세 번째 편에선 커피전문점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블루보틀의 또 다른 DNA를 살펴보겠습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정안석 인그라프 대표 
joel@ingraf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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