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론칭 목표로 내건 스타링크
머스크의 스타링크 포석은 뭘까
국내 통신사보다 속도 느리고 비싸
6G 땐 다크호스 급부상 가능성
스타링크 새바람 일으킬 수 있나

#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이르면 2분기에 국내 론칭할 거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수신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인터넷이 가능하다는 강점으로 해외에선 누적 가입자만 100만명에 달하는 신기술입니다.

# 하지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비싼 가격, 상대적으로 뒤처진 속도 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스타링크는 과연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스타링크의 성공 가능성을 따져봤습니다.

스타링크가 국내 론칭을 앞두고 있다.[사진=뉴시스·스타링크 제공]
스타링크가 국내 론칭을 앞두고 있다.[사진=뉴시스·스타링크 제공]

잠깐 인터넷 얘기를 해볼까요.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로 유명합니다. 유선 인터넷이 특히 그렇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1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거주자 100명당 100Mbps급 유선 인터넷 가입자 수는 40.4명으로 38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구리 케이블보다 인터넷 속도가 빠른 광케이블 회선 비중도 전체의 86.6%로 회원국 중 1위였죠. 오늘날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는 건 이렇게 탄탄한 인프라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한국처럼 구석구석까지 닿는 통신 인프라를 갖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합니다. KT가 2015년 당시 국내에 1Gbps 속도의 기가인터넷 인프라를 깔기 위해 한해에만 1조4000억원의 설비투자비(CAPEX)를 집행했던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만큼 개발도상국이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부담스러울 겁니다. 역설적이지만, 미국과 중국은 투자 비용은 넉넉할지 몰라도 땅덩어리가 너무 크다는 게 단점입니다. 앞선 OECD의 발표에서 미국이 거주자 100명당 100Mbps 가입자 수가 25.8명, 광케이블 비중이 21.8 %으로 우리나라보다 크게 뒤처진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 때문인지 최근 해외에선 ‘위성 인터넷’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름처럼 우주에 떠 있는 위성으로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게 이 기술의 핵심이죠. 위성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지국이나 케이블을 설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형지물의 제약도 받지 않아서 수신기만 있다면 지구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선박과 비행기에서 쓰는 인터넷은 전부 위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죠.

현재 위성 인터넷으로 가장 유명한 서비스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입니다. 우리에겐 테슬라로 친숙한 일론 머스크(스페이스X CEO)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스타링크는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50개국에서 누적 가입자 수 100만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2023년 3월 기준). 오지에 거주하는 소비자와 크루즈 업체 등 기존 인터넷망을 쓸 수 없는 이들이 스타링크의 주요 고객입니다.

신생 기업인 스타링크가 단기간에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던 건 뛰어난 기술력 덕분입니다. 기존 위성 인터넷 기술은 지상에서 3만6000㎞가량 떨어져 있는 위성을 활용합니다. 높이 떠 있는 만큼 이 위성이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이 광범위하지만, 그만큼 데이터 전송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죠.

반면 스타링크는 고도 550㎞ 상공에 있는 ‘저고도 위성’을 이용합니다. 물리적 거리가 짧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에 걸리는 시간도 그만큼 짧습니다. 인프라가 닿지 않는 오지에서도 빠른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스타링크의 강점인 셈입니다.

그럼 속도를 비교해 볼까요? 스타링크의 인터넷 속도는 기본 50Mbps입니다. 더 비싼 요금제를 쓰면 최고 500Mbps까지도 가능하죠. 국내에서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 중인 무선·위성통신업체 KT SAT의 해양 위성통신 서비스 ‘엑스웨이브(XWAVE)’의 빠르기가 2Mbps인 걸 생각하면 속도가 상당한 수준입니다. 데이터가 전송되는 시간을 의미하는 지연 속도(Latency)도 20ms 미만으로 일반적인 위성 서비스(600ms)보다 월등히 앞섭니다.

물론 이 정도 속도를 내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낮게 띄운 만큼 전 지구를 커버하려면 위성을 촘촘히 깔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마어마한 위성 수가 필요한데, 스타링크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 균일하면서도 안정적인 속도로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총 4만2000 개의 위성이 필요합니다.

흥미롭게도 스타링크는 이 문제를 ‘위성을 많이 띄운다’는 단순한 접근법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운영사인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인 ‘팰컨9’에 수십대의 위성을 탑재해 쏘아 올리는 방식으로 현재 4217대(3월 29일 기준)의 위성을 띄운 상태고, 2027년까지 목표량을 채울 계획을 세워놨습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쏘아 올린 위성 수가 1만4710개(유럽우주국·2022년 12월 기준)이니, 스타링크의 계획이 얼마나 야심 찬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스타링크가 최근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1월 통신 사업을 허가받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청서를 제출했고, 3월 8일 유한책임회사 ‘스타링크코리아’도 설립했습니다. 스타링크 홈페이지엔 올 2분기에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거란 내용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다만, 스타링크가 론칭하는 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지난 23일 과기부가 사업자 등록을 위한 자료 보완을 요청한 게 사실이라면 두달이 채 남지 않은 상반기 안에 서비스를 시작하는 건 어려워졌습니다.] 

 

[사진 | 스타링크 제공]
[사진 | 스타링크 제공]

말뿐이었던 스타링크의 국내 론칭 계획이 기정사실화하자 통신업계에선 국내 인터넷 시장의 변화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에선 스타링크가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이통통신3사에 견줄 만한 사업자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내놓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타링크가 당장 국내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킬 확률은 별로 높지 않습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매력적인 요소입니다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단점이 수두룩해서입니다.

하나씩 살펴보죠. 일단 가격이 비쌉니다. 스타링크의 50Mbps 속도를 내는 기본 요금제 가격은 110달러(14만4815원)입니다. 500 Mbps 요금제는 500달러(65만8250원)에 달하죠. 이 가격이면 국내 통신사 중 10Gbps 속도를 지원하는 가장 비싼 요금제(8만8000원·KT)를 쓰고도 돈이 남습니다.

보시다시피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닙니다. 50Mbps면 웹서핑이나 게임을 즐기는 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만, 100Mbps 이상급 인터넷 속도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에겐 답답하게 느낄 게 분명합니다.

데이터 사용량에 제한이 있다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터넷 속도가 저하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스타링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4월부터 데이터 제공량을 1TB(1000 GB)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이상 데이터를 쓰면 데이터 전송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게 되죠. 개인 이용자라면 몰라도 대형 선박 업체나 항공 업체엔 제약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디 이뿐만인가요. 위성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위성 데이터를 받을 수신기가 필요합니다.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접시 모양의 전용 수신기를 구매해야 하는데, 가격만 599달러(78만8583원)에 달합니다. 이러니 가격 경쟁력 면에서 스타링크는 국내 통신사보다 뒤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스타링크가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엔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오지에 사는 탓에 국내 통신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고객이라면 몰라도, 일반 소비자가 스타링크를 써야 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럼 스타링크는 흥행 가능성이 낮은 한국 시장에 왜 깃발을 꽂으려 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스타링크의 국내 주요 타깃은 기업 대 기업 간(B2B) 서비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언급했듯 기존 위성 인터넷 서비스 대비 월등히 빠른 속도를 갖춘 스타링크는 해양·항공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스타링크의 한국 진출이 확정되자 최근 IT업계에서 KT SAT와 스타링크가 협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KT SAT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협업 관계를 만들어 보려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사진 | 스타링크 제공]
[사진 | 스타링크 제공]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할 6G에서 스타링크가 활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6G는 이론상 최대 1Tbps 전송속도를 내는 기술인데, 이는 5G보다 20배 빠른 수준입니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6G는 3.5GHz ~28Ghz를 쓰는 5G보다 더 높은 100GHz 이상의 초고주파 대역을 쓰는데,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기지국을 촘촘히 세워야 하므로 기지국만으론 커버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위성 인터넷은 6G 상용화를 위한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쉽게 말해 6G 인프라로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을 쓸 가능성이 적잖다는 얘깁니다.

6G가 상용화하면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3D 홀로그래픽 등 무선으로 빠르게 대용량의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 사업들도 성장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사업들이 각광받을수록 스타링크의 입지도 단단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연 스타링크는 한국 통신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요. 이들의 행보를 좀 더 예민하게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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