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시중은행 도덕적 해이❶
5대 은행 윤리강령 위반 줄줄이
툭하면 발생하는 배임·횡령 사건
은행돈 막 쓰는 사적금전대차
폭언·폭행·성범죄 사건도 숱해

시중은행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신뢰다. 신뢰가 있어야 고객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을 얼마나 더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자장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모자라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횡령은 기본이고 은행 돈을 자기 돈처럼 쓰는 직원도 있었다. 

5대 시중은행에서 최근 5년간 283건의 사내 윤리강령 위빈 사건이 발생했다.[사진=뉴시스] 
5대 시중은행에서 최근 5년간 283건의 사내 윤리강령 위빈 사건이 발생했다.[사진=뉴시스] 

최근 여론의 비판을 많이 받는 산업 중 하나가 은행업이다. 기준금리 인상기를 틈타 대출금리를 끌어올려 ‘이자장사’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2월 2.82%였던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지난 2월 4.84%로 상승했다. 

신용대출금리는 3.07%에서 4.77%로 두배 가까이 올랐다. 당연히 이자수익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2021년 32조9800억원이었던 5대 시중은행의 이자수익은 지난해 39조3800억원으로 19.4% 증가했다. 

문제는 그렇게 번 돈 중 상당액을 배당과 성과급을 지급하는 데 썼다는 점이다. 고객은 물론 금융당국,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시중은행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시중은행을 두고 또다른 논란이 일었다. 이번엔 모럴해저드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대 시중은행 임직원이 사내 윤리강령을 위반해 받은 징계는 총 283건(중복 사건 징계 제외)에 달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91건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63건), 하나은행(56건), NH농협은행(38건), 신한은행(35건) 순이었다. 연도별로는 2018년 57건, 2019년 45건, 2020년 61건, 2021년 60건, 2022년 60건을 기록했다. 2019년을 제외하면 매년 60건에 달하는 사내 윤리강령 위반 사건이 터졌다는 거다. 평균을 내보면 일주일에 한건이 넘는다. 

■사건
 배임·횡령 = 사내 윤리강령 위반 사건 중 배임·횡령은 53건으로, 2위(18.7%)를 차지했다. 배임·횡령사건이 가장 많이 터지진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2021년엔 지점 직원이 부당대출을 통해 30억원을 횡령한 것이 적발됐고, 2020년엔 영업점 직원이 지인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은 돈을 썼다가 덜미가 잡혔다.

하나은행 뒤를 이어 NH농협은행(13명), 우리은행(10명), 신한은행(9명), KB국민은행(7명) 순이었다. 53명 중 49명은 면직처분을 받았고, 그중 31명은 형사고발을 당했다. 

그럼에도 배임·횡령 사건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배임·횡령으로 징계를 받은 은행 직원은 2019년 8명, 2020년 11명, 2021년 11명, 2022년 8명 등으로 엇비슷했다. 횡령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중은행들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한낱 공염불에 그쳤다는 얘기다. 

■사건
 사적금전대차 = 사내 윤리강령 위반 사건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사적금전대차였다. 지난 5년간 5대 시중은행에서 62건의 사적금전대차 사건이 발생했다. 전체의 21.6%에 달하는 수치로, 적발된 사건·사고 중 1위다. 사적금전대차는 내부 규정을 위반하고 고객에게 사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비위행위를 의미한다. 은행의 돈을 직원 마음대로 빌려줬다는 거다. 

사적금전대차의 유형은 ▲거래처의 교환자금이나 이자를 대납 ▲대출 시 편의 제공 ▲거래처와 밀착해 자금을 차입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사적금전대차는 심각한 비위행위다. 대출을 이유로 고객에게 대가를 요구하거나 부실한 곳에 돈을 빌려줄 수 있어서다. 자칫 잘못하면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들이 예전부터 사적금전대차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한 이유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적금전대차 사건 62건 중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내린 건 절반을 조금 넘는 33건에 불과해서다. 그중 형사고발이 이뤄진 건 10건밖에 없다. 

그나마 NH농협은행이 7건의 사적금전대차를 모두 형사고발해 체면을 세웠다. 33건으로 가장 많은 사적금전대차 사건이 발생한 KB국민은행은 3건을 형사고발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2021년 이후론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19년 전인 2004년 6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빌려 쓰는 사적금전대차를 반드시 근절하겠다”며 “적발될 경우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경고를 날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발생 건수로 사안의 경중을 따지긴 어렵다”면서도 “윤리강령 준수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건➌ 성희롱·성폭력 = 시중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를 보여주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직장 내 폭언과 폭행, 성희롱·성추행 등 조직 문화 문제도 여전히 숱하다. 지난 5년간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폭언·폭행·성범죄 사건은 68건에 이른다. 폭언과 폭행이 각각 5건이었고, 성희롱·성추행 등 성범죄 사건은 58건을 기록했다. 

폭행사건은 하나은행에서 가장 많이 터졌다. 최근 5년간 3건의 폭행사건이 발생했고, 2명이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사실 하나은행의 폭행사건이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2005년에도 하나은행 임원이 서울은행 출신 부하직원을 폭행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서로 다른 은행의 인수·합병(M&A)으로 설립된 하나은행에 여전히 출신 은행별 갈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직원 사이에 발생한 다툼일 뿐”이라며 “출신별 갈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희롱·성추행 사건도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선 20건의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 10명이 정직, 1명이 면직 처분을 받았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도 각각 15건, 11건의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은행에선 2020년 성폭행·성추행 사건도 2건이나 있었다. 시중은행 직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 관계자는 “구설수가 가장 많이 터지는 은행 지점의 경우 여성 직원의 비중이 더 높다”며 “하지만 조직문화는 남성 위주라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닥에 떨어진 시중은행의 윤리의식,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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