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 하락하는데
원화 가치 더 빠르게 하락
美 투자자 “달러 가치 더 내려갈 듯”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 없나

# 5월 3일(현지시간)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21, 24일 2거래일 연속 전고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25일 1331.5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오전 장 후반 1337.20원을 기록했고, 오후 4시 15분 현재 전장보다 0.50원 오른 1335.50원을 기록하고 있다.

# 이처럼 한국에선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작 미국 금융계 종사자들은 이미 하락세를 보이는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가치는 하락세인데, 원‧달러 환율은 오르면서 원화 가치하락을 둘러싼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달러 가치는 하락세인데, 원‧달러 환율은 오르면서 원화 가치하락을 둘러싼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 약세장 돌입한 달러=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24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달러 가치가 계속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4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트레이더‧애널리스트 등 미국 금융회사 종사자 3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현재 달러 시장이 약세장이고,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달러 약세의 이유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일본 엔화 강세 가능성 ▲중국 위안화 강세 가능성 ▲탈달러화 현상을 꼽았다. 다만, 응답자들의 직무에 따라 달러 약세를 내다본 이유가 조금씩 달랐다.

펀드매니저들은 현재 외환시장에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과하게 반영된 게 달러화 약세를 불러오는 가장 큰 이유라고 답했다. 트레이더들은 지난 3월 미국발 은행 위기 여파를, 금융회사 고위급들은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달러 인덱스도 지난해 11월 110 이상을 기록하다가 4월 1일에는 102.1, 25일에는 101.27로 내림세가 확연하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지수로 만들어 달러의 가치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다. 

■ 원화 가치 하락률=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률(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다른 나라들의 통화에 비해서 유독 높다. 지난 2월 원화 가치는 6.32% 하락해 주요 신흥국 중에서 2위를 차지했다. 전쟁을 치르며 서방국의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루블화가 -7.03%로 1위였다. 태국 밧,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도 5%대 하락에 그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을 좌우하는 요인은 일반적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경제심리, 무역수지, 경제 기초체력 변화가 꼽힌다. 하이투자증권은 24일 보고서에서 “원화와 달러간 비동조화 현상이 심화됐다”며 “원화 가치 안정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 한미 기준금리 격차=먼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한 게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일반적으로 양국간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한국에서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 


한국은행은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지만, 미국은 5월 3일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5.25%(상단기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인상 확률은 4월 둘째주 78.0%에서 25일 현재 87.4%로 상승했다. 

■ 위안화와의 동조화=2022년 이후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 간 동조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 결제통화로 밀기 시작하면서 셈이 더 복잡해진 것도 일정 부분 원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 간 상관계수는 0.96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2021년 0.65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위안‧달러 환율은 25일 달러당 6.91위안으로 상승했다. 

■ 무역수지 적자 지속=우리 수출에 문제가 생기면서 무역수지가 악화한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률에 영향을 미쳤다. 무역수지가 적자면 국내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공급이 줄어들어 환율이 오른다. 

4월 1~20일 수출액은 32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나 감소했다. 4월 무역수지도 적자를 피하지 못하면,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다. 지난 3월 대중對中 수출량은 전년 동월 대비 26.8% 감소했다. 

■ 경제심리의 악화=경제주체의 경제심리가 악화한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1980년대 이후 환율은 경제의 펀더멘털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일정 부분 영향을 주는 것은 중앙은행의 구두개입 효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자료 | 대륙간거래소(ICE)]
[자료 | 대륙간거래소(ICE)]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뉴스심리지수와 원‧달러 환율은 역의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뉴스심리지수가 내려오면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지난해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20년 환율과 뉴스심리지수의 상관관계는 -0.27이었는데 2021년 이후 지난해 8월까지의 상관관계는 -0.62를 기록했다. 올해 4월 들어서 한은 뉴스심리지수는 1일 101.78에서 17일 95.69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부터 경제분야 뉴스기사에 나타난 경제심리를 지수화해 공개하고 있다. 2005년 이후 50여개 언론사의 경제 분야 기사에서 표본문장을 뽑아 긍정과 부정의 차이를 지수화했다.  

■ 문제 없다는 정부=여러 지표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이 두드러져 보이지만,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미 통화 스와프도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외환시장 불안을 특정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두고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변동성이 크면 한은이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금리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정책에서도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미 스와프는 시급하게 논의할 의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미 스와프는 시급하게 논의할 의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 총재는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급 패널 토론에 참석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좋은 효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9~10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원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에 통화 개입 효과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국의 사례는 단기적 완화 장치로써 외환개입 효과의 좋은 예였다”고 말했다. 

24일 이 총재는 환율이 계속해서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점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 다시 말을 아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는 논의되지 않는다. 이 총재는 24일 “통화스와프는 우리의 해결 문제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채권국”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한미 통화스와프는 시급하게 논의하거나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룰 긴급 현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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