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IT 언더라인
1년 만에 평가 바뀐 메타버스
대기업들 하나둘 발 빼기 시작
기대 충족하려면 시간 필요해

지난해 ‘대세 키워드’였던 메타버스가 올해엔 영 신통치 않습니다. 선두주자인 메타는 자금 때문에 휘청거리고, 다른 기업들은 슬그머니 메타버스에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소비자들도 메타버스에서 등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하루아침에 ‘찬밥 신세’가 된 이유가 뭘까요.

메타버스의 인기가 최근 들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사진=뉴시스]
메타버스의 인기가 최근 들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사진=뉴시스]

메타버스는 지난해 IT업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입니다.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21년 10월, SNS 기업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면서였죠. 당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소셜 미디어를 넘어 가상현실(VR)과 같은 분야로 나아가기 위해 좀 더 포괄적인 이름이 필요했다”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참고: 메타버스(meta verse)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가상현실부터 온라인 게임까지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개념이라 뜻을 명확하게 정하긴 어렵습니다. 이번 기사에선 ‘현실 세계와 유사한 3차원 가상 세계’로 정의하겠습니다.]

단순히 이름만 바꾼 게 아닙니다.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2021년 초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총 150억 달러(19조5225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2022년 메타 매출(1166억1000만 달러·151조8262억원)의 12.8%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세계적인 기업이 이름까지 바꿔가면서 메타버스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메타버스의 이름값이 높아질 만했습니다.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급증한 것도 메타버스 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요인이었습니다. 메타버스 업계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로블록스가 대표적입니다. 2019년 5억839만 달러(6624억원)였던 로블록스 매출이 2021년 19억2000만 달러(2조5017억원)로 3.7배 늘었으니까요.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로블록스 이용자가 급증한 게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로블록스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증가했다는 거죠.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시선도 낙관적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메타버스 시장이 2022년 618억 달러(80조5254억원)에서 2027년 4269억 달러(556조2507억원)로 연평균 47.2%씩 성장할 거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가 IT산업의 ‘황금알’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가 바뀐 2023년, 어찌 된 이유인지 IT 업계에서 ‘메타버스’란 단어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무엇보다 대중의 관심이 시들해졌습니다. 키워드 검색량을 분석하는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1월 2일 100(검색 빈도수 최대치)을 기록했던 ‘메타버스’ 키워드는 현재(2023년 4월 15일 기준) 12까지 떨어졌습니다. 메타버스 인기가 1년 만에 빠르게 식은 셈입니다.

왜 메타버스가 갑작스런운 ‘위기론’을 맞은 걸까요. 단기적으로 보면 코로나19의 기세가 수그러든 게 원인일 겁니다. 지난해 코로나19 경계 태세를 완화하는 국가들이 하나둘씩 늘면서 오프라인 소비가 늘기 시작했고, 온라인이 무대인 메타버스를 향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술면에서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도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일찍이 메타버스를 ‘미래먹거리’로 꼽았던 메타의 실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메타의 자회사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 137억2000만 달러(17조8703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102억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적자입니다. 그만큼 메타버스가 많은 기술 개발을 필요로 한다는 얘깁니다.

여전히 메타버스에 이용자를 붙잡아둘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메타버스 부동산 중개 서비스 ‘디센트럴랜드’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 서비스의 주요 콘텐츠는 가상 세계에서 사용자는 토지를 구매해 타인에게 판매하는 등 가상 토지를 이용한 경제활동입니다. 디센트럴랜드가 발행한 암호화폐 ‘마나’를 화폐로 쓰기 때문에 현실처럼 자산을 불려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년 만에 평가 바뀐 메타버스

이런 독특한 콘셉트 덕분인지 디센트럴랜드는 한때 시가 총액이 7조원(마나 총액· 2022년 7월 기준)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디센트럴랜드 속의 한 가상 부동산이 2400만 달러(29억원)에 매각되는 등 현실 못지않은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디센트럴랜드의 인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데이터 분석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디센트럴랜드 일 이용자 수는 650명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초 디센트럴랜드가 하루 평균 8000명이 접속한다고 밝혔던 것을 생각하면 이용자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입니다. 같은 기간 디센트럴랜드 내의 주간 거래량도 5만 달러(6505만원)에 그쳤습니다.

디센트럴랜드가 하루아침에 찬밥 신세가 된 이유는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메인 콘텐츠인 ‘부동산’ 외엔 즐길 거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죠. 디센트럴랜드가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와 손을 잡고 온라인 패션위크를 열기도 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김상균 경희대(경영학) 교수는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지만 ‘가상의 공간’에 머물러선 안 된다”면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의의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디지털 현실’이란 점이다. 게임이든 경제활동이든 오프라인 못지않은 수준의 콘텐츠를 구현해야 이런 강점을 유지할 수 있고 이용자의 관심을 지속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메타버스는 빠르게 도태할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 때문인지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에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메타버스 사업을 맡았던 50명 규모의 메타버스 전략 부서를 해체했습니다. 지난해 2월 밥 차펙 전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메타버스는 위대한 차세대 스토리텔링 개척자”라며 야심차게 부서를 만든 지 1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1월 VR 관련 스타트업 ‘알트스페이스VR’을 운영 종료했죠.

로블록스 등 일부 대기업의 메타버스는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사진=로블록스 제공]
로블록스 등 일부 대기업의 메타버스는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사진=로블록스 제공]

그렇다고 메타버스가 완전한 정체기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아직 이릅니다. 그 와중에도 나름의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존재합니다. 가령, 앞서 언급했던 로블록스는 지난해 일 이용자 수 5600만명을 돌파해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했습니다. 주로 17~24세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는데, 로블록스 측은 지난해 말 모험 체험, 공포 체험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업데이트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일부 메타버스 선전하지만…

국내에선 네이버의 메타버스 ‘제페토’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제페토의 2022년 매출이 전년 대비 85.0% 증가한 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시장에서도 인지도를 늘리고 있습니다. 제페토는 3억명(2022년 3월 기준)에 달하는 가입자를 기반으로 구찌·나이키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이벤트를 전개하면서 충성 고객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혜성처럼 IT업계에 등장해 ‘미래의 먹거리’로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 찬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몇몇 기업이 성과를 내고 있지만 산업이 본궤도에 진입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보입니다. 메타버스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글쎄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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