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SM엔터 인수한 카카오의 고민
공개매수 성공했지만 주가 하락
쩐의 전쟁 여파 주주 불만 커져
인수전 패자 하이브 주가 상승
금감원 시세조종 의혹 조사 부담
승자의 저주 우려 괜찮을까

# SM엔터 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카카오였다. 어느 쪽이 이기든 ‘승자의 저주’는 피해야 한다는 우려에 경영권을 두고 다투던 카카오와 하이브가 손을 잡았다.

# 그렇다고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카카오가 비싼 가격에 SM엔터를 인수한 탓에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분쟁 과정에서 하이브가 제기했던 의혹에 금융당국이 칼날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나쁜 변수다.

카카오가 SM엔터 공개매수에 성공한지 한달가량 지났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가 SM엔터 공개매수에 성공한지 한달가량 지났다.[사진=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경영권 분쟁 드라마가 종영한 지 한달이 지났다. 카카오는 지난 3월 26일까지 진행한 SM엔터 주식 공개매수에 성공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얻었다. 카카오 진영(카카오 20.78%ㆍ카카오엔터테인먼트 19.13%)이 확보한 지분율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방어하기에 충분했다. 

카카오의 승리로 막을 내린 SM엔터 경영권 분쟁은 올해 초 한국 증시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만큼 뜨거웠다. 카카오는 K-팝 산업의 최고의 회사를 전리품으로 얻었지만, 상흔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 치열했던 전투의 상황을 시계열로 돌아보자.  

SM엔터 분쟁의 서막을 알린 건 지난 2월 7일, 카카오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SM엔터의 2대주주에 오르려고 하면서다. 바로 4일 전 SM엔터 경영진은 창업주인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PD)를 배제한 중장기 성장 시나리오인 ‘SM 3.0’을 발표하면서 심상찮은 내부 분위기를 내비쳤는데, 결국 카카오를 새 경영 파트너로 낙점했다. 

이 전 총괄 PD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해외에서 급거 귀국해 법원에 유상증자 발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카카오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브와 손을 잡았다. 하이브는 이 전 PD의 SM엔터 지분 14.8%를 인수했다. 

‘SM엔터 경영진과 카카오’ ‘이수만 전 PD와 하이브’가 각각 한배에 올라탄 채 시작된 분쟁은 순식간에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서로가 서로를 두고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을 진행한다”면서 폭로와 비방을 이어갔다.

특히 SM 경영진들은 하이브가 인수할 경우엔 산업의 독과점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 과정에서 이 전 PD의 역외 탈세 의혹 같은 중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 이후 상황은 더 복잡하게 전개됐다. 3월 3일 법원이 이 전 PD의 손을 들어주면서 하이브 쪽으로 승기가 굳어지나 싶더니, 3일 뒤엔 하이브의 공개매수 작업이 지분 0.98%를 확보하는 데 그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은 예측불허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하이브는 이 과정에서 “특정세력이 SM 주가를 끌어올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는 정황이 있다”는 진정을 금융감독원에 내기도 했다. 

이렇듯 회사는 극한의 혼란에 빠졌지만, SM엔터의 주주는 웃고 있었다. 분쟁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주가가 고공행진했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경영권 분쟁의 승패는 보유 주식 비율로 결정이 난다. 이 때문에 인수 희망기업 사이에선 주식 매입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매수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주가가 오르는 효과로 이어진다. 

실제로 SM엔터 주가는 그렇게 움직였다. 카카오의 유상증자 소식이 알려진 2월 7일 SM엔터의 종가는 9만100원이었는데, 10일엔 한번에 11만원을 웃돌더니 12만원(2월 15일), 13만원(2월 16일), 14만원(3월 7일), 15만원(3월 8일)의 벽을 차례차례 돌파했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려던 하이브의 공개매수 작업이 실패했던 것도 당시 SM엔터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SM엔터의 주가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면서 ‘주당 15만원’을 베팅한 카카오의 공개매수 작업마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느 쪽이 승기를 잡든 ‘승자의 저주’에 넘어질 게 뻔하다는 우려가 고개를 돌자 결국 반목하던 양측이 손을 잡았다. 카카오는 SM엔터의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카카오ㆍSM엔터와 플랫폼 차원에서 협력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긴급합의에 SM엔터 주가는 급전직하했다. 주당 15만8500원(3월 8일 종가)으로 정점을 찍었는데, 공개매수 마감일 종가 기준 주가는 10만7200원이었다. 공개매수가로 주당 15만원을 베팅한 카카오 입장에선 39.9%가량 비싼 값에 사들인 셈이었다. 물론 경영권이 포함된 지분을 인수하면 웃돈(프리미엄)을 얹는 게 관례라는 걸 고려하면 이를 꼭 나쁘게만 보긴 어렵다. 

M&A 업계 관계자는 “통상 M&A 시 경영권 프리미엄 규모는 20~30% 정도지만 거래에 따라 50~100%를 얹어주는 경우도 있다”면서 “분쟁이 더 격화했다면 인수가가 더 오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카카오 입장에선 이 정도 수준이 매력적인 가격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승자의 저주 우려가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었다. 국내 최고 엔터사를 인수하고도 카카오의 주가 증감률이 신통치 않았던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공개매수 작업을 끝내고 SM엔터 최대주주로 올라선 카카오는 최근까지(3월 27일~5월 4일) 주가가 6.84%(6만1400원→5만7200원) 하락했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공시하면서 ‘쩐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부터 따지면 주가는 8.65%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하이브의 주가는 56.00%(18만7500원→29만2500원) 상승했다. 신인 걸그룹 ‘뉴진스’가 국내외 음원차트를 휩쓸고 BTS 멤버 지민이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에 오르는 등 호재가 뚜렷했지만, SM엔터 인수 포기 영향도 적지 않다. 하이브가 SM엔터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지난 3월 12일, 직전 거래일인 10일 대비 하이브 주가는 28.2% 급등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유상증자를 통해 SM엔터 지분을 확보하려 했을 때 주당 9만1000~9만2300원을 고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많은 자금을 SM엔터에 투입한 게 사실”이라면서 “실질적 인수 주체가 카카오엔터임에도 카카오가 지갑을 열었다는 점 역시 투자심리가 악화한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M엔터를 인수했음에도 카카오의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사진=연합뉴스]
SM엔터를 인수했음에도 카카오의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할 만한 변수는 또 있다. 하이브가 카카오를 겨냥해 인위적인 주가조작 행위가 있다는 취지로 금감원에 진정서를 냈던 게 현재진행형이란 점이다. 카카오가 최종 인수자가 됐음에도 금감원은 칼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금감원은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SM엔터 사옥에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금감원은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기간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한 것에 주목해 시세조종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영권 결정 여부와 별개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수사는 진행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진흙탕 같은 공방전을 주고받던 결과다. 카카오는 과연 승자의 저주를 떼치고, 기대했던 M&A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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