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슈거플레이션 연이어 덮쳐
곡물가 안정세, 흑해 곡물 협상 변수
곡물가 안정에도 빵 가격 인상
밀가루 가격 상승세가 원인

지난해 말 ‘밀크플레이션(우유 가격 인상)’에 이어 올 들어 설탕 가격이 이상 급등하는 ‘슈거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빵 가격이 오르고 있다. 국내 빵 가격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서울을 세계 주요 133개 도시 중 빵 1㎏의 평균 가격이 가장 비싼 도시로 꼽았다. 

설탕 가격이 올 들어 급등하면서 빵 가격에 영향을 주고있다. [사진=뉴시스]
설탕 가격이 올 들어 급등하면서 빵 가격에 영향을 주고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들어 빵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하는 데 그쳤다. 14개월 만에 3%대 상승폭이다. 하지만 식품, 그중에서도 빵 가격은 여전히 두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월 5.2%, 2월 4.8%, 3월 4.2%, 4월 3.7%로 떨어졌지만, 식품 품목의 상승률은 되레 높아졌다. 빵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14.8%, 2월 17.7%, 3월 10.8%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도 11.3%를 기록했다. 빵의 주요 원재료인 우유‧설탕 가격이 올 들어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곡물가격이 안정세를 보였지만, 빵 가격 상승을 막지 못했다. 

■ 요인➊ 슈거플레이션=빵 가격이 오른 이유 중 하나는 설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설탕 원료인 ‘원당’의 6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미국 대륙간거래소(ICE)에서 파운드당 26.0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1주일새 2.15%, 한달새 10.74% 오른 가격이다. 원당 가격은 올해 1월 첫 거래일보다 무려 32.44% 급등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4월 세계 설탕 가격 지수도 전월보다 17.6% 상승한 149.4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올 들어 27.9% 급등했다. 2011년 10월 이후 1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설탕 가격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환산해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다. 

설탕 가격이 이렇게 급등한 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설탕 주요 산지인 중국‧인도‧태국‧브라질 등에서 기상 악화로 생산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했는데, 특히 피해가 심한 곳이 인도와 태국, 중국이다.

인도 북부 프라야그라지주의 기온은 44.6도까지 올라갔고, 열사병으로 사망자도 두자릿수 이상 발생했다. 태국도 지난 4월 15일 기온이 45.5도까지 치솟아 열사병으로 2명이 사망했다. 중국의 양쯔강 인근 지역 등도 지난 4월에 이미 35도 이상 고온현상이 발생했다. 브라질 남동부 지역엔 올해 들어 폭우가 집중되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지역에서는 지난 2월 집중호우로 80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뚜레쥬르는 지난 4월 50여개 품목 가격을 인상했다. [사진=뉴시스]
뚜레쥬르는 지난 4월 50여개 품목 가격을 인상했다. [사진=뉴시스]

설탕 가격의 급등 원인은 또 있다. 곡물‧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원자재 생산국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과도 관계가 깊다. 브라질 헤알화는 올해 초 달러당 5.57헤알이었는데 9일 현재 달러당 5.01헤알을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은 광물‧농축수산물 수출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다. 철광석 등 원자재 생산에 특화된 나라 중 하나인 호주도 마찬가지로 자국 통화의 강세 현상이 올 들어 이어지고 있다. 

■ 요인➋ 밀크플레이션=우유 가격이 지난해 크게 오른 것도 빵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우유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의 여파는 4~6개월을 두고 나타난다. 낙농진흥회는 우유 원유 가격을 지난해 10월 16일 L당 49원 인상했다. 인상률은 5%.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를 시행하면서 L당 106원을 올린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인상폭이었다.  

지난해 11월 17일 우유회사들은 원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흰 우유 가격을 6~8% 인상했다. 이에 따라 버터‧치즈 등 유제품 가격도 지난해에만 여러 차례 인상돼 평균 20%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 요인➌ 곡물가격 찜찜한 불안=빵의 주요 재료인 소맥 가격은 러시아와 유럽에서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안정을 찾았다. 소맥(밀)의 국제 거래 가격은 1부셸당 현재 612.3달러로 1년 전보다 43% 낮아졌다. 

하지만 러시아가 최근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 곡물의 해상 수출을 가능하게 해준 ‘흑해 곡물 협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곡물 시장의 불안함이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8일 “러시아가 곡물 수출 선박의 입항 과정에서 등록‧검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 곡물 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이 협정의 연장 기한이 5월 18일 종료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 | 통계청, 사진 | 뉴시스]
[자료 | 통계청, 사진 | 뉴시스]

■ 요인➍ 빵 가격의 비밀=이처럼 재료 가격은 등락이 있지만, 곡물 가격은 안정됐다. ‘흑해 곡물 협상’이란 변수만 해결된다면 곡물 가격의 안정세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빵의 주요 원료인 밀가루 가격이 4개월 연속으로 두자릿수로 상승하면서 부담을 주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밀가루 제품 가격은 1월 21.7%, 2월 22.3%, 3월 19.8%, 4월 19.2% 급등했다. 


제과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가격을 인상했다. 회사는 원료비와 각종 제반 비용 상승에 따라 90여개 제품 가격을 평균 6.6% 인상한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는 같은달 샌드류 가격을 14.28% 인상했다. 뚜레쥬르도 지난 4월 8일 50여개 품목 가격을 평균 7.3% 인상했다. 

밀가루 가격을 좌우하는 소맥(밀) 국제 거래가격은 이미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밀가루와 빵 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밀가루 가격에 소맥 가격 하락분이 반영되면, 빵 가격도 내려갈지는 의문이다. 제과 프랜차이즈가 가장 최근 대대적으로 가격을 인하한 건 2010년이었기 때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