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흑자, 3분기 연속 흑자
대규모 투자가 쿠팡의 성공요인
일본시장 철수 등 해외에선 불안

쿠팡이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연간 기준 첫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미래 성장성을 좌우할 해외시장 진출에서 쿠팡은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퀵커머스’로 출사표를 던졌던 일본 시장에서 쿠팡은 최근 철수를 선언했다. 

쿠팡이 올해 연간 흑자를 기록할 공산이 커졌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쿠팡이 올해 연간 흑자를 기록할 공산이 커졌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 관전포인트➊ 3분기 연속 흑자=쿠팡이 올 1분기에도 호실적을 올렸다. 쿠팡이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7조3990억원(58억53만 달러)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은 6조1653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10% 이상 늘어난 13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2478억원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특히 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면서 올해 연간 기준으로 흑자전환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쿠팡에서 분기에 한번 이상 구매한 활성사용자수는 1901만명으로 전년 동기 1811만2000명보다 5% 늘어났다. 1인당 고객 매출은 1년 전보다 8% 증가한 305달러였다. 쿠팡의 1인당 고객 매출액은 2021년 4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 280달러대에서 정체됐었지만, 2022년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엔 300달러대를 돌파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와우 멤버십, 광고, 쿠팡이츠가 아닌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마켓플레이스 등 프로덕트 커머스 운영을 개선해 (3분기 연속 흑자란) 결과를 냈다”며 “상품 가격을 올리거나 혜택을 축소하는 고객 경험 희생을 감수하지 않고도 마진을 개선해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전체 사업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신사업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고도 얻어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쿠팡이 올해부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던 잉여현금흐름도 12개월 기준으로 첫 흑자를 기록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에 현금이 얼마나 순유입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사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세금·비용 등을 뺀 잔여 현금흐름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 관전 포인트➋ 성공 요인=쿠팡의 성공 요인은 ‘막대한 투자’다.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큰 투자를 끌어냈고, 그만큼을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투자했다. 김 의장은 2010년 동업자들과 함께 자본금 30억원으로 쿠팡을 창업하고, 투자를 계속 받았지만 적자 규모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김 의장은 2015년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10억 달러, 2018년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면서 숨을 돌렸다. 이후 적자가 조단위로 늘어났지만, 김 의장은 이를 ‘계획된 적자’라고 표현했다. 쿠팡은 2016년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5년 후인 2021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쿠팡의 1대 주주는 지분율 24.0%의 소프트뱅크다. 김 의장이 지분율 9.9%로 2위,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7.0%로 3위다. 김 의장은 차등의결권이 부여된 클래스B 주식을 소유해 의결권은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막대한 투자를 받은 만큼 유통업 본질에 아낌없는 투자를 지속해왔는데, 이 또한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쿠팡은 물류 인프라에만 누적 6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2012년 자체 물류센터를 도입해 당일배송을 시작했다. 쿠팡은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100개 이상 지었다. 2014년에는 자체 배송인력을 고용해 직접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 의장은 콘퍼런스콜에서 ‘로켓그로스’로 로켓배송을 확대한 것을 3분기 연속 흑자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로켓그로스는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쿠팡 물류센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입고 이후 보관에서 배송·반품까지를 쿠팡이 대행하는 서비스다. 아마존은 2006년 이후 같은 개념인 풀필먼트 사업을 시작했다. 
 

■ 관전 포인트➌미래 성장성=쿠팡이 3분기 연속으로 흑자에 성공하면서, 이제 이들의 미래 성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래 성장성은 가입자·사용자의 증가세와 직결된다.

지난해 4월 넷플릭스가 실적 발표에서 유료 가입자가 20만명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히자, 당일 주가가 2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2월엔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플랫폼스가 1일 이용자가 처음으로 감소한 사실을 발표한 후 주가가 25% 급락했다. 모두 미래 성장성을 향한 우려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쿠팡이 넷플릭스와 메타의 전철을 똑같이 밟느냐다. 한국 인구는 4월 기준으로 5174만명이고, 20세 이상이 4300만여명인데, 쿠팡의 분기별 활성사용자수는 19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사용자 수는 당분간 다소 성장할 수 있겠지만, 양적 성장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실제로 쿠팡의 활성사용자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부터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2분기 활성사용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1%, 3분기엔 6.9%, 4분기엔 1.0%, 올해 1분기엔 5%에 그쳤다. 2021년 1~4분기 내내 활성사용자 증가율이 20% 이상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쿠팡의 미래 성장성은 해외사업에 달려있다. 김범석 의장은 2015년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해외 진출 계획은 없다”면서도 “로켓배송은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모델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김 의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쿠팡이 유치한 투자금이 장기적 관점에서 집행된 것이며 해외 진출에 앞서 국내사업을 확장하는데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21년 김 의장은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며 한국 내 이사회 의장, 사내이사를 사임했다. 김 의장은 현재 미국법인인 쿠팡Inc. CEO 및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쿠팡의 미래 성장성은 ‘해외사업’에 달려 있다.[사진=뉴시스]
쿠팡의 미래 성장성은 ‘해외사업’에 달려 있다.[사진=뉴시스]

실제로 쿠팡은 같은해 6월 일본 시장에 진출했지만, 알찬 성과를 내는 덴 실패했다. 일본에선 2년 만에 철수했다. 쿠팡은 일본에 로켓배송이 아닌 퀵커머스(10분 내 배송 등을 앞세운 서비스)라는 형태로 진출했는데,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2021년 7월 쿠팡은 대만시장에도 퀵커머스 형태로 진출했지만, 어느 정도의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 핀테크, OTT, 해외시장이 포함된 신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3분기 쿠팡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줄었고, 지난해 4분기엔 역성장(-11.9%)했다. 지난해 3~4분기 기존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 5.4% 늘어난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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