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1년과 곱씹을 이슈❶ 관점+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
시청률 17%에 숨은 함의
반대편 사라진 정치 현실에서
‘정치 초보’에게 기대했던 것들
윤 대통령 국민 기대 충족했나
반대편 설득하는 과정 거쳤나

윤석열 정부의 집권 1년차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집권 1년차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사진=뉴시스]

# 취임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 문화의 창달에 노력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윤석열.” 

오전 11시 11분. 새 대통령이 엄중한 말투로 ‘취임선서’를 마쳤다. 이내 팡파르가 울리고, 박수가 터졌다. 포털뉴스 섹션에선 기다렸다는 듯 ‘순간 시청률 17%’란 제목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환호, 찬사, 갈채, 약간의 기대, 그 이면에 깔려 있는 근심과 걱정, 그리고 역대 최고치라는 시청률 17%란 숫자…. 권력 교체기에 흔히 나타나는 이질적인 감정과 낯선 숫자 앞에서 우린 아담 쉐보르스키(Adam Przeworski) 뉴욕대 교수의 글을 떠올렸다. 

# 박수에 숨은 함의

“민주주의에서 (반대자와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다양한 갈등이 있어야 대중의 각기 다른 요구 사항을 대변하는 다양한 정당이 만들어진다. 이 정당들이 조정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줄이는 게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피할 수 없는 갈등, 이를 조정하기 위한 대화와 타협…. 희망과 우려의 교차점에 올라선 새 대통령은 과연 민주주의에 어울리는 리더일까.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 스치면서, 새 대통령 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윤호중(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하 당시 직책), 박지현(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김종인(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선글라스를 쓴 박근혜(전 대통령)…. 그리고 또 하나의 당연한 질문. “이들은 1년 후에도 새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을까.” 

# 복수의 함몰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새 대통령 앞에 놓인 정치 지형은 험준했다. 한국 정치에선 ‘반대편’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정치를 한다는 자들은 양극단의 진영에 치우쳐 내편 말만 듣고, 내편 마음만 움직이며, 내편 행동에만 동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겉만 달랐지 그 안은 ‘초록이 동색’이었다. 

정치의 진정성은 양보와 타협에서 기인하지만, 이들에게 한발 물러섬은 곧 패배이자 파멸이었다. ‘내편 네편’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는 말과 행동이 오죽 꼴불견이었으면, 외국 언론(뉴욕타임스)까지 나서 내로남불(naeronambul)이란 풍자를 인용했겠는가. 

세계적인 석학이자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Guy Sorman)도 한국 정치의 풍경을 비슷한 맥락에서 아프게 꼬집었다. “한국은 복수復讐에 함몰된 정치로 내전 상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복수의 정치를 버려야 사회 갈등이 줄고 민주주의가 완성된다(동아일보 ‘2020년대 이후, 세계의 미래 인터뷰’ 중).”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식적으로 만나지 않았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식적으로 만나지 않았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민주주의란 험로

기 소르망이 언급한 민주주의의 완성. 말이 쉽지 어려운 과제다. ‘자유의사’ ‘다수결’이란 민주주의의 꽃만 봐서 그렇지, 민주주의는 사실 ‘거친 길’이다. 반대편 혹은 정적과의 다툼은 필연이다. 반대편의 말을 경청하고, 반대편의 마음을 설득하는 과정은 ‘싫더라도 가야만 하는’ 길이다. 

그렇다고 그 길이 결코 인색한 것만은 아니다. 혹여 반대편을 설득하지 못하더라도 실패한 게임으로 볼 수 없다. 그 수고스럽고 까다로운 절차 속에서 ‘명분’이란 씨앗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순간 시청률 17%’에 기여한 몇몇은 새 대통령이 소통과 타협이란 ‘민주주의의 틀’ 속에서 명분을 얻어내길 바랐을 수 있다. 이념, 철학, 이권, 심지어 혼란스러운 민생 앞에서도 둘로 쪼개지는 여야 금배지를 향해 ‘정치 초보’인 그가 경종을 울려주길 기대했을지 모른다. 정치 초보에겐 애당초 누군가에게 갚아야 할 빚도, 누군가를 챙겨줘야 할 의무감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럼 지난 1년 대통령은 어떤 길을 걸었을까. 그는 국민이 바라던 ‘민주적’ 대통령임을 스스로 증명했을까. 더스쿠프가 그의 1년을 냉정하게 곱씹어 봤다.  

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chan4877@thescoop.co.kr
  
김다린·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 참고: 544호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은 5월 8일 발간한 매거진 더스쿠프의 총론입니다. 이어지는 파트 기사에선 ‘윤석열 정부 집권 1년_곱씹어볼 이슈’를 점검했습니다. 다만, 더스쿠프는 이슈에 따라 출렁이는 지지율, 진영 논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지엽적인 정책 평가 등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대신 감세의 덫과 세수 결손, 부동산 정책, 전세사기 등 윤석열 정부 1년차에 발생한 큰 경제 이슈를 복기하고 그 원인을 진단하는 데 기사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대통령의 1년만큼 중요한 국회의 1년도 점검했습니다. 

·  파트1 | 감세의 덫과 예고된 결손
   출고예정일_5월 10일 수요일
   
· 파트2 | 서민증세의 유혹과 담뱃값의 전철 
  출고예정일_5월 11일 목요일
 
· 파트3 | 윤의 생각과 달리 움직인 부동산 
  출고예정일_5월 11일 목요일


· 파트4 | 민생 뒷전에 던져둔 금배지들 
  출고예정일_5월 12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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