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1년과 곱씹어볼 이슈➋ 감세
4~12월 세수 지난해와 같다면
세수 결손액은 28조5000억원
경기 회복에 지난해 세수 증가
올해는 경기 회복 시그널 없어
추경과 국채발행 선 긋는 정부
부자감세에 서민증세 우려 증폭

세수 결손(세수가 모자라는 상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1~3월 누적 국세수입이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남은 기간 세수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징수한다고 해도 28조5000억원이 모자란다. 세수 결손이 현실화하면 정부 사업들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대책이 필요해 보이지만, 정부는 세출 조정(축소)만 강조하면서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괜찮을까. 

역대급 세수 결손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세출 조정만 검토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역대급 세수 결손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세출 조정만 검토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추진된 윤석열 정부 감세정책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대기업을 위한 법인세 감면, 둘째는 다주택자를 위한 부동산세(취득세ㆍ양도세) 감면, 셋째는 일부 중산층 소득자를 위한 소득세 감면이다. 하지만 이 셋 가운데 세수에 미치는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법인세 감면이다. 현 정부 감세정책이 부자감세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난해 12월 예산안과 세법을 처리하면서 여야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각 구간별(4개 구간)로 1%포인트씩 낮췄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3%포인트 인하를 내세웠지만, 국회는 협의 과정에서 1%포인트로 조정했다.

다주택 중과세율도 손봤다.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에게는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로 과세하기로 했고,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경우(12억원이 넘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도 최고세율을 6.0%에서 5.0%로 낮췄다. 소득세도 낮췄다. 6%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세 과표 구간과 15% 세율이 적용하는 과표 구간을 각각 낮춰 세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세금을 줄인 결과가 지금 ‘국세수입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23조9000억원. 기획재정부가 지난 4월 28일 ‘3월 국세수입 현황’을 통해 밝힌 지난해 1~3월 대비 올해 1~3월 국세수입 감소액이다. 세정지원과 세수이연(그해 걷을 세금을 다음 해에 걷는 것) 등에 따른 기저효과(9조7000억원)를 고려한 실질적인 세수 감소액은 14조3000억원이다. 

지난 1~2월 기저효과(8조8000억원)를 제외한 국세수입 감소액이 6조9000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한달 만에 실질적인 국세수입 감소액이 두배로 늘어난 셈이다. 2021년의 세정지원, 세수이연 등으로 2022년 세수가 평년보다 늘었는데, 이런 사정을 감안해도 올해 국세수입이 상당히 줄었다는 얘기다.

[※참고: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국세수입이 이렇게나 적다는 건 기재부의 세수추계가 형편없었다는 방증이다. 당초 기재부는 이런 기저효과를 감안해 올해 세수추계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대로 예상된다. 사진은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 태평양지역 부서장.[사진=뉴시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대로 예상된다. 사진은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 태평양지역 부서장.[사진=뉴시스]

그러자 세수 결손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한해 세수를 예상하고, 그에 맞춰 세출 계획을 잡는데, 세출에 쓸 돈이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올해 세수는 과연 얼마나 모자랄까. 사실 연말이 되기 전까진 그 결손분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추정해볼 수는 있다.

우선 기획재정부가 예상한 올해 국세수입액은 400조5000억원이다. 2022년 거둬들인 국세수입액 395조9000억원보다 4조6000억원 많다. 정부의 세출 사업도 400조5000억원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정부가 올해 계획한 세출 사업들을 무리 없이 진행하려면 총 국세수입이 최소한 지난해보다 4조6000억원 많아야 한다.

그런데 기재부가 밝힌 올해 1~3월 누적 국세수입은 87조1000억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해 같은 기간(110조원)보다 23조9000억원이 적다. 세수 진도율(목표 대비 징수 실적)은 21.7%로 지난해(28.1%)보다 6.4%포인트 낮다. 여기서 참고해야 할 건 세수 결손을 따져볼 때 기재부가 말하는 기저효과는 별개의 문제란 점이다. 어차피 올해 필요한 국세수입액은 400조5000억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4~12월 국세수입 실적이 지난해보다 늘어나지 않으면 세수 부족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4~12월 국세수입 총액은 284조9000억원이다. 올해 1~3월 국세수입이 87조1000억원이니까 모두 합치면 372조원(진도율 92.9%)이 된다. 당초 전망치인 400조5000억원보다 28조5000억원 부족하다(표➊ 참조). 

물론 4~12월에 그만큼의 세수가 더 걷히면 문제될 건 없다. 중요한 건 그럴 가능성이 있느냐다. 지난해에는 2021년과 비교할 때 4월(전년 대비 증가액 11조9000억원), 8월(3조7000억원), 9월(2조1000억원), 10월(5조2000억원)에 특히 세수가 많이 늘었다. 

당시 기재부가 밝힌 세수 증가 이유는 뭐였을까. 4월엔 ▲전년도 기업실적 개선에 따른 법인세 증가(21조4000억원), ▲고용회복에 따른 근로소득세 증가(8조원), ▲소비ㆍ수입 증가에 따른 부가가치세(부가세) 증가(5조3000억원) 등이 세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참고: 세수가 줄어든 항목들도 있기 때문에 당월 세수 증가액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8월엔 12월 결산 법인 중간예납에 따른 법인세 증가(3조8000억원), 경기회복과 고용회복에 따른 종합소득세와 근로소득세 증가(2조6000억원)가 세수를 끌어올렸다. 9월엔 12월 결산 법인 중간예납으로 인한 법인세 증가(2조9000억원)가 세수 증가를 견인했다.

10월엔 부가세 예정신고ㆍ고지(일종의 중간예납)에 따른 부가세 증가(3조2000억원), 12월엔 결산 법인 중간예납에 따른 법인세 증가(2조원) 등이 세수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줬다. 결국 경기회복으로 인한 기업실적 개선, 고용회복, 소비 증가 등이 세수 증가에 기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엔 이런 긍정적인 요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먼저 경제성장률 전망이 좋지 않다.  지난 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진행된 미국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1.6%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2.6%)의 절반 수준에 그칠 가능성을 내비친 거다. 

글로벌 투자사들의 전망치는 더 낮다. 같은 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루이 커시 전무는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 경제는 1.1%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1.5%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아시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로 제시했다는 걸 감안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유독 낮을 거라는 얘기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4월 전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0이다. 5월 전망치는 72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업황이 좋다고 답한 기업이, 100보다 작으면 업황이 나쁘다고 응답한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올해 1월 BSI가 66이었고, 점차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다. 주목할 점은 여전히 업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거다(표➋ 참조).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14개월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의 누적 무역적자액만 683억6800만 달러(3일 환율 기준 약 91조4080억원)에 달한다.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 철강제품 등의 수출도 크게 줄었다. 

4월에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8.9% (2022년 수출액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중국 수출 부진(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0% 줄었다. 최근 삼성전자는 IMF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을 선언했다.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다만 고용률은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1월 59.6%였던 고용률(15세 이상)은 같은 해 5월 63.0%까지 올랐다가 올해 3월 62.2%를 기록 중이다. 3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고용률이다. 다만 지난해 고점을 찍은 후 정체돼 있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경기 침체로 세수 증대 가능성 없어

종합하면 지난해와 비교해 세수가 더 걷힐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세수 결손에 대비해 윤석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정부 스스로 행동반경을 좁게 설정해 놓은 탓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긴축재정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국채 발행 결정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추경(감액추경) 가능성에도 선을 긋고 있다. 그렇다고 감세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도 없어 보인다. 

정부가 현재 유일한 대안으로 꼽고 있는 건 세출 구조조정(축소)이다. 방법은 재정집행이 부진해 불용액이 남았던 사업들의 예산을 깎는 거다. 다만, 이런 방법은 국회 심의를 거친 예산안을 정부가 임의로 조정한다는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은 절차라는 비판을 받는다. 예산을 손대려면 감액추경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거다. 

아울러 이런 방법만으로 수십조원의 세수 결손을 메우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럼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서도 세수 결손을 막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남는 건 결국 증세다.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감산을 결정했다.[사진=뉴시스]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감산을 결정했다.[사진=뉴시스]

김우철 서울시립대(세무학) 교수는 “세수 결손이 생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대응면에선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세수 결손을 빨리 인정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국채를 발행할 수도, 세출을 조정할 수도 있다. 그래도 세수 결손을 메울 수 없다면 증세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서 그는 “예컨대 지난해 종부세를 내리면서 세율이나 과표를 제대로 손을 못 봤는데, 그런 것들을 조정해서 세금을 늘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저항이 낮은 증세를 택하지 않겠냐는 거다. 

일부에선 총선을 앞두고 과연 증세를 하겠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역대 정부의 사례를 훑어봤을 때 ‘서민증세’를 단행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세제개편이나 부가세 조정 등을 통해 서민증세에 나설 수도 있다는 거다. 윤석열 정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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