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2편
건강에 관심 많은 중장년층
약 구매에 월 수십만원 쓰기도
과다 복용하지 않는지 점검해야

나이가 들면 건강에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40~50대 상담자 중 상당수는 지출 항목에 ‘영양제 구입비’를 써놓는 경우가 많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도 ‘1년’이 아닌 ‘한달’에만 20만원을 영양제 구입에 쓴다. 한번쯤 불필요한 영양제를 섭취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약상자’를 점검했다.

영양제를 살 땐 자신에게 꼭 필요한 상품인지 눈여겨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양제를 살 땐 자신에게 꼭 필요한 상품인지 눈여겨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노후를 걱정하기 시작한 김상현(가명·48)씨와 양혜미(가명·41)씨 부부. 어느덧 50대가 가까워졌지만 부부는 수중에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다. 하지만 여전히 돈이 나갈 곳은 많다. 한창 성장기인 두 자녀(14·12)의 양육비와 교육비를 마련해야 하고, 길게 보면 대학 등록금도 준비해 둬야 한다.

부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30대 때 한차례 재무설계를 받은 부부는 당시 집을 마련하기 위해 빌렸던 대출금을 갚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문제는 부부가 초심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처음 1년은 당시 상담을 맡았던 재무설계사가 짜준 플랜대로 성실히 살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목표의식이 약해졌고 계획도 흐지부지됐다. 대출금을 갚은 후 생활은 재무설계를 받기 전으로 되돌아갔다.

나름 목돈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보상받고 싶어서인지 부부는 돈을 물 쓰듯 썼고, 가계부는 적자를 오락가락했다. 그렇게 10년, 이대론 안 되겠다고 판단한 부부는 필자를 찾아와 답을 구하기로 했다.

지난 상담에서 파악한 부부의 가계부 상황은 이렇다. 부부의 월 소득은 710만원으로, 대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610만원, 아내가 아르바이트로 10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634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70만원, 금융성 상품 60만원 등 764만원이다. 월 54만원씩 적자가 나는 셈인데, 이는 1년에 걸쳐 받는 상여금(520만원)으로 해결해 왔다.[※참고: 상여금은 정기적으로 받는 급여가 아니므로 상담에선 제외하기로 했다.]

부부가 세운 목표는 2가지다. 자녀 사교육비를 마련하는 것과 은퇴 후 한달에 100만원씩 수령할 수 있도록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통장에 ‘구멍’이 뚫린 지금으로선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출을 대폭 줄여보기로 했다.

먼저 정기지출 중 한달에 135만원씩 쓰는 식비를 조금 줄여보기로 했다. 성장기 자녀를 둔 가정은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식비가 많이 들기 마련이다. 아이들을 위해 좋은 식재료와 간식을 이것저것 고르다 보면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미 장바구니에 담았던 걸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자녀들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서다.


하지만 부부는 지금 모든 걸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필자는 부부에게 “신혼 때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돈을 모으기 위해 외식을 줄이고 식단을 짜던 신혼 시절의 열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맞벌이 부부라면 매번 요리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외벌이인 김씨 부부는 남들보다 유리하다. 아내가 좀 더 노력해준다면 식비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부부는 식비를 135만원에서 105만원으로 30만원 줄여보기로 했다. 1주일 단위로 식단을 짜고, 여기에 맞춰 식재료를 정량 구입하기로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은 인근 재래시장에서 저렴한 반찬을 사 먹기로 했다. 부부는 한달간 이런 방식으로 생활해보고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예산을 좀 늘리기로 했다.

다음은 영양제 구입비(20만원)다. 한번 사두면 수개월은 먹을 수 있기에 영양제 구매는 보통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에 포함된다. 하지만 김씨는 영양제 구입비를 정기지출에 넣었다. 김씨는 “월말마다 평소 복용하는 영양제를 일괄 구매한다”면서 “네 식구가 모두 영양제를 챙겨 먹다 보니 2~3개월 분량이 한달 만에 사라진다”고 답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김씨는 종합비타민은 기본이고 오메가3, 유산균, 고용량 비타민C 등 6~7가지 영양제를 사 놓는다. 품질에도 신경을 쓰느라 종합비타민 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유명한 브랜드를 고른다. 김씨 부부의 영양제값으로만 한달에 20만원씩 빠져나가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씨처럼 50대에 접어든 부부라면 건강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성장기인 자녀까지 온갖 영양제를 챙겨 먹는 건 조금 과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앞으로 두 자녀는 유산균만 먹고, 부부만 나머지 영양제를 먹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부부는 영양제 구입비를 한달에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였다.

월 7만원씩 발생하는 세탁비도 줄여보기로 했다. 김씨는 “좋아하는 옷을 오래 입고 싶다”는 이유로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자주 맡긴다. 물 없이 세탁하는 드라이클리닝은 물세탁보다 옷감 손상이 적지만, 가격이 배로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필자는 김씨에게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드라이클리닝 횟수를 좀 줄여달라고 주문했다. 따라서 세탁비는 7만원에서 2만원으로 5만원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지출 줄이기의 절반을 끝마쳤다. 부부는 식비 30만원(135만원→105만원), 영양제 구입비 10만원(20만→10만원), 세탁비 5만원(7만→2만원) 등 45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월 54만원이었던 가계부 적자도 9만원까지 줄어들었다.

세탁소의 드라이클리닝은 편리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지출을 줄이려는 이라면 피해야 할 항목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탁소의 드라이클리닝은 편리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지출을 줄이려는 이라면 피해야 할 항목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여유자금을 확보해야 하므로 적자가 줄어든 데서 만족할 순 없다. 부부가 줄여야 할 지출항목은 여전히 많다. 소득의 10%에 달하는 보험료(72만원)와 120만원씩 쓰는 부부의 용돈 등이 그렇다.

김씨 부부가 용돈을 많이 쓰는 덴 이유가 있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김씨는 직장 동료를 챙기는 데 많은 신경을 쓴다. 경조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건 기본이고, 자주 커피나 식사를 사주기도 한다. 이를 용돈으로 충당하다 보니 관련 예산이 크게 불어난 거다.

부부가 성공적으로 재무설계를 끝마치길 원한다면 ‘남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과연 부부는 지출 줄이기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이어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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